그래서 나는 짧은 이번 일정 안에 해안에 가는 일정을 곳곳에 넣어두었다. 엄마는 수영을 오랫동안 하셨기 때문에 영법을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실내 수영에 국한된 이야기인지라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서는 해안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만 조금씩 물놀이를 즐기신다. 이번 행선지는 칼 스미스 해변(Carl Smith Beach). 그다지 활동적이지 않은 엄마가 헤엄치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어쩐지 반갑다.
하와이의 바다가 다른 바다와 다르다고들 하지만, 노들섬에서 오후 업무일정을 마친 뒤 밤비행기로 하와이에 온 내 몸은 아직 하와이의 청량함을 흠뻑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물에 들어가 엄마의 수중 사진을 남기거나 약간씩 스노클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 가운데 수영을 가장 못하는 아빠는 해안가의 꺼끌꺼끌한 바위 위에 앉아 우리의 수영하는 모습을 보시는 것만으로 만족하신다. 주로 물 바깥에서 머문 시간이 많은 나와 아빠는 이날 등이 시뻘겋게 타는 줄도 모르고 오전의 햇살 아래에서 바다거북이에게 다가가는 엄마와 해안가에서 좀 떨어진 뭍에 올라가 더 먼 바다를 바라보는 몇몇 관광객들을 시선으로 주워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