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이 머릿속으로 구상한 대로 움직였던 일정은 아마도 첫 이틀 사흘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2일차 오후부터 이미 우리의 여행계획은 약간의 수정이 불가피했다. 오후 일정이었던 마우나케아 화산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게 된 것.
오전 물놀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해결한 뒤, 우리가 향한 곳은 아카카 폭포다. 일정을 생략할지 말지 고민했던 목적지로, 그럼에도 숙소와 가까워 하와이에 도착한 첫날 짐을 풀고 잠깐 들를까 했던 곳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비행기의 연착과 아버지의 가방 분실로 그 계획은 자연히 무산되었다.
아카카(Akaka). 우리말로 하면 갈라진, 금이 간, 분리된 등의 의미가 된다. 빅 아일랜드의 동쪽으로는 실핏줄처럼 좁고 깊은 협곡과 우림이 빼곡히 발달해 있다. ‘아카카’라는 이름은 무성한 우림을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물줄기와, 그 물줄기가 끝나는 지역에 예리하게 멈춰선 단애(斷崖)에서 비롯된 이름이리라.
나후쿠 폭포 쪽 탐방로가 폐쇄되어 아쉬웠지만, 마침 밤사이 한바탕 비가 온 뒤여서 아카카 폭포의 꼭대기에서 많은 수량의 물이 떨어져내려 풍광이 아름다웠다. 달항아리처럼 움푹한 폭포의 바닥은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잘 보이지 않아, 꼭대기에서 출발한 물줄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아래로 영원히 자유낙하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