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드라마/조너선 글레이/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 헤트비히 회스(산드라 휠러)/105
벼르고 별렀던 영화를 결국은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시청했다. 청각적 구성이 뛰어난 영화를 집에서 스마트모니터로 보자니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시각적 구성 또한 뛰어난 영화여서 그런대로 볼 만했다. 특히 앵글도 보는 재미를 더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수평 앵글이 많이 쓰인 반면, 과장된 수직 앵글 또한 곳곳에 배치되어 지루하지 않았다.
The New Yorker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치곤 생각보다 영화제목이 밋밋하다고 느꼈는데, 실제 나치독일이 아우슈비츠와 크라쿠프 일대를 지칭할 때 이익지대(Zone of interest)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강제수용소 외에, 말 그대로 나치독일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여러 산업체가 모여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폴란드 땅인 이 지역에 영화 속 대사처럼 '히틀러 총통의 뜻에 따라 동쪽에 정착한' 이주 독일인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누군가의 터전이었을 곳이 사라지는 것은 아랑곳 않고 밀어버리겠다는 나치의 집요한 광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 섬뜩한 기분이 든다.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은 오스카 시상식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 자신은 유대인이다. 역사는 과거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과거에 대한 망각이기라도 한 걸까. 지우고픈 우리의 서사(敍事)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언제나 존재하며, 하나와 다른 하나를 구분하고 떼어놓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집단적 기억을 언제까지고 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 영화감독의 양심에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인간의 유한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