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 Bande à part. 우리말로 하면 "동떨어진 무리" 정도가 아닐까 싶다. 머리도 식힐 겸 갑자기 영화를 한편 보고 싶던 날, 최신 영화보다는 오래된 흑백영화가 당겼다. 그래서 고른 것이 누벨바그. 장 뤽 고다르의 영화들이 대체로 난해하듯이, <국외자들> 역시 그러하다. 오딜, 프란스, 아르튀르라는 3명의 인물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라는 소개는 없지만, 이들은 영어 수업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모종의 협잡을 꾸미기 시작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냅다 달리는 장면이나, 소란스러운 카페에서 1분간 정적을 흘려보내는 장면과 같은 영화적 실험들은 <국외자들>과 관련해 잘 알려진 사실들이지만, 꼭 이런 새로운 노력들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연출과 구성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불과 25일 간 촬영이 이루어진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재기발랄하고 천진하고 표정과 대사는 막힘이 없다. 그런 생동감은 미궁으로 빠져드는 서사와 맞물려 쾌속으로 굴러간다.
아르튀르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 현장으로 되돌아가며, 오딜과 프란스에게 '만사형통(tout va bien)' 카페에서 이따 만나자는 말을 남긴다. 하지만 기대하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아르튀르는 불운의 최후를 맞는다. 이 삼총사에게는 자본주의로부터 도태된 사람들, 기성체제로부터 배제된 사람들과 같은 해석이 덧붙여지지만, 어찌보면 그저 운이 없었던 사람들 같기도 하다.
다만 느끼는 것은 젊음의 무상함이랄까.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등장인물 가운데 살아있는 사람은 프란스 역을 맡았던 사미 프레뿐이고, 영화의 감독이었던 장 뤽 고다르마저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하지만 1960년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가지기 이전 파리 시내의 북적이는 활기와 청춘남녀가 발산하는 젊음의 기운은 흑백의 장면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올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