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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 like These)일상/film 2025. 1. 11. 11:21
What if it was one of ours?
몇 주째 영화가 보고 싶었던 요즈음 마침내 영화관을 찾았다. 내가 관람한 영화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 독특한 서사를 찾아 <아노라>를 보고 싶기는 했지만 맞는 시간대가 없었던지라, 아무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도 좋았다.
일단은 영상이 마음에 든다. 프랑크 반 덴 에덴(Frank van den Eeden)이라는 촬영감독이 촬영을 총괄했다고 하는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내가 본 작품 중에는 2018년에 개봉한 <걸>이 있다. <걸>은 공간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어서 영상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는데, 아일랜드 남부 웩스포드라는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장소와 인물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영상을 만들어졌다.
물론 킬리언 머피(빌 역)와 에밀리 왓슨(수녀원장 역)의 좋은 연기가 없었다면 이런 영상은 그저그런 장면들로 빛이 바랬을 것이다. 킬리언 머피의 무표정한 얼굴은 잿빛 건물이 정갈하게 늘어선 웩스포드의 풍경을 닮았고, 추적추적 비내리는 이 항구도시의 어둠은 킬리언 머피의 심연과 짝을 이룬다.
이 영화의 제목은 처음부터 그 '사소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초반까지는 그 사소한 것이 유년시절의 어떤 작은 상처라 생각했었다. 빌의 공허한 눈동자는 공동(空洞)의 유년시절을 응축해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가 끝을 향할 수록 그 사소한 것이란 아주 조그마한 관심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관심과 반응이 가져오는 거대한 움직임과 변화,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던 것들.거창한 것보다 언뜻 무가치해 보이는 것들에 마음에 쓰이는 요즈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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