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Him, And I Hate Him, And I Want To Be Him."
브로맨스 영화라 하면 어쩐지 <레인맨>이 먼저 떠오르고, <레인맨>을 기준으로 삼자면 여느 브로맨스 영화든 시시해질 것 같아 <리얼 페인>이라는 영화는 개봉 때부터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영화를 보러가자는 친구의 제안으로 영화를 관람했는데, 막상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봤다. 인류사와 개인사가 얼키고설킨 영화는 벤지의 거침없는 입담과 데이브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에서 재미가 끊기지 않는다.
일단은 마침 아담 자모이스키의 「폴란드사」를 열독하고 있던 터라 폴란드 지역의 유대인 수탈사를 담은 영화에 부담을 덜 느꼈던 것 같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예전에 유대인들이 살았던 아주 평범한 공간들을 사진앨범을 넘기듯 십수 장의 스틸샷으로 보여주는 구간이었다. 세탁소, 미용실, 우체국과 같은 아주 평범한 생활공간들이 화면을 지나쳐갈 때마다, 비록 그 당시 유대인의 서사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마치 시간은 이 모든 걸 이겨낸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들의 생존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마치 영화 속 루블린의 수용소가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아주 가까이 아주 평범하게 서 있었던 것처럼.
혐오와 관용, 폭력과 평화는 서로 대결하더라도, 그러한 각축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시간은 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치열한 순간들은 그 순간의 '나'와 '너'에게는 전부와 같은 것이고, 그런 전부같은 순간들이 모여 역사를 이룬다. 인간의 삶 또한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기묘하다. 벤지의 서사, 데이브의 서사 하나하나가 거대한 우주와 같았던 영화 속 이야기. 추운 겨울 마음이 따듯해지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