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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일본음악을 처음 들었던 게 정확히 기억난다. 중학교 당시 오리콘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던 Every Little Thing이라는 혼성그룹의 <Unspeakable>이라는 곡이었다. 그 때 이후로 본격적으로 이런저런 일본 가요들을 찾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요즘은 오리콘차트로 순위를 매기는 게 의미가 없을 만큼 일본음반시장도 위축되기도 했고, 몇몇 아이돌 그룹이 음반판매를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로 변하다보니 일본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도 사라져서 언젠가부터는 관심이 잃었다.
X Japan은 내가 초등학생일 때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그룹인데 당시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왠지 헤비메탈 이미지에다 범접할 수 없는 비주얼 때문에 말 그대로 '관심 밖'이었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X Japan의 노래를 듣게 됐는데 노래가 꽤 괜찮길래 내심 놀랐다.내 편견 속에 있던 그 X Japan이 맞나 싶었다.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나서 듣기는 했지만 왜 X Japan이 그 당시 그렇게 인기몰이를 했었는지 알 것 같았다.
[X Japan/Blue Blood]
favorite track : endless rain
보통 일본음악하면 춤도 노래도 학예회 수준의, 그나마 연주는 좀 들어줄만한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이돌그룹 기준에서 대체로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본가수 중에도 그렇게까지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양호한 그룹들이 여럿 있다. 사실 그냥 양호하다고 하기엔 좋은 음악으로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룹들이다. 예를 들면 Southern All Stars, B'z, いきものがかり, コブクロ 등등이 있다. 이들 그룹을 '양호한 그룹'으로 퉁치기는 했지만 각 그룹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다르다.
그 중 '사잔올스타즈(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라고도 하는 Southern All Stars의 경우 조금은 초현실주의적인 괴짜 같은 작사를 하기는 하지만, 서정적인 멜로디로 일본국민의 큰 사랑을 받았었다. 물론 80~90년대의 좀 오래된 일이긴 하다. 어찌 됐든 특히 여름에 어울리는 곡을 많이 써서(음악의 소재가 여름의 바다인 경우가 많다), 사잔올스타즈의 음악을 한창 즐겨들었던 나도 여름이 되면 이들의 음악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TSUNAMI>라는 곡으로 알려져서 아주 인지도 없는 그룹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음악은 '가사'를 음미하는 재미로 듣는 법. 흔한 사랑노래가 아닌 삶에 대한 내용이 곧잘 가사로 표현돼서 음악을 듣는 건지 시를 듣는 건지 싶을 때가 있다. X Japan의 경우도 가사도 가사거니와 노래 또한 좋다. Say Anything, Tears 같은 대표곡부터 찾아 듣고 있는데, Tears의 경우 음원을 찾기가 어려워서 유투브로 라이브 영상을 보니, 리더인 요시키는 건반을 연주하는 건지 연기+퍼포먼스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뭐 여튼 가수가 노래가 좋으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