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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8 / 샨티 샨티~(Shanti Shanti)여행/2017 북인도 2017. 3. 20. 01:32
우리의 숙소가 위치한 곳은 아시가트에서 좀 더 들어간 곳이었다
근처에 저수지가 있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고니떼가 깃털을 매만지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겨울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저수지 위로 수상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아침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풍경이다
샨티샨티의 정수를 느낀 날이었다.
인도에서 적응이 안 됐던 문화 두 가지가 "샨티샨티"와 "노―프라블럼"이었다.
우리나라에 "빨리빨리"가 있다면 인도에는 반대 개념으로 "샨티샨티"가 있다. "샨티(Shanti)"는 본래 '마음의 평안'을 의미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일을 행한다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인도는 샨티샨티가 너무 지나치다 못해 거의 태업(怠業)을 하는 수준이었다. 일처리를 하는 건 분명 저 사람들인데 왜 내 숨이 넘어갈 것 같던지..ㅎㅎㅎㅎㅎ(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여하간 이 놈의 샨티샨티 때문에 찬디가르에서는 거의 폭발할 뻔 했다)
그런가 하면 "노―프라블럼"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인식하는 인도인들의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대표적 표현이다. 그런데 이 또한 과유불급이다. 분명 누가 봐도 문제되는 상황인데 문제 될 게 없단다. 시간이 늦어도 노~프라블럼~ 조금 더러워도 노~프라블럼~ 노노노~프라블럼~ 이 표현은 흥정을 할 때도 많이 쓰인다. 가령 어떤 물건이든 어떤 서비스든 다 가능할 것처럼 얘기했다가, 마지막에 꽁무니를 빼면서 돈을 요구하는 식이다. (다시 한 번 모든 인도사람들이 이렇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_-)
우리가 묵은 숙소의 복도에 걸려 있던 그림
어린 아기의 입이 원숭이 입으로 변형되어 있다
인도에는 유달리 사람과 동물을 결합한 그림이나 조각이 많이 보이는데 힌두교 자체가 애니미즘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다
숙소 근처에는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아, 릭샤가 오가는 거리까지 걸어 나왔다
하여튼간 우리는 분명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침 7시 반이 되었을 때, 우리는 체크아웃할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숙소 주인아저씨가 준비해주신 따듯한 짜이를 마시고 이것저것 체크한 뒤 숙소를 나섰을 때가 8시 반이 좀 안 된 시각이었다. 오늘 가장 먼저 해결할 과제는 열차표 예매였다.
그러나 무슨 기적(!)이 일어난 것인지 오늘 이동할 열차표를 예매하고 났을 때 시계는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릭샤로 역까지 이동한 시간(대략 왕복 2~30분)을 감안하더라도 역에서 티켓을 사는 데에만 2시간 가량 소요된 것이다. 먼저 역에서 예매창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지나가던 행인이 길을 잘못 알려줘서 바로 예매창구로 가지 못했다.
도착해서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독수리타법을 시연하시는 직원분이 계속 티케팅에 실패했다. 컴퓨터가 반응하는 시간(마지막으로 DOS 화면을 본 게 언제였더라..)안에 여권번호, 좌석, 열차번호 등을 입력해야 하는데 독수리타법으로는 도무지 그걸 해내지 못했다. 으 속이 터졌다... 한국에서라면 행선지만 부르면 30초 안에 표를 구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30분이 걸려도 불가능했다. 이들이 일하는 방식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여건에서 두 장의 티켓(내 경우는 찬디가르 행 열차와 암리차르 행 열차를 한꺼번에 구매했다, 매번 표를 살 때마다 시간 소모가 커서 다들 미리 표를 여러 개씩 예매했다)을 예매하려다 보니 예매에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짐을 역에 보관하고 나니 11시를 꽉 채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보람도 없이 벌써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된 것이다.
다시 한 번 도사~
이건 치킨커리인데 좀 익숙하지 않은 맛이 나서 그와 비슷한 다른 음식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주문한 메뉴
가지와 감자가 들어간 커리였는데 맛이 좋았다
점심을 먹으러 어제 들렀다 되돌아간 카페를 다시 찾았다. 어중간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제와는 정반대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카페 주인아저씨는 어제 우리가 한참 기다리다 발걸음을 옮긴 것을 기억하고 계셨다. 그래서 더욱 성심성의껏 음식을 준비해주셨다. 그렇지만 인도는 여전히 모든 것이 느리다. 인도의 시계는 마치 따로 돌아가는 느낌이다'ㅁ' 느긋한 바라나시의 방랑객이 되고자 했건만, 빨리빨리에 익숙한 나에게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다.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면 음료라도 먼저 나왔으면 좋겠는데, 주문한지 10분은 지나야 음료가 나온다. 음식은 기본 20분은 지나야 나오는 것 같다.
글쎄...개인적으로 인도란 곳은 여행에 거는 아무런 기대 없이 무작정 택했던 목적지였다
그래서 나는 별 기대 없이, 최소한의 욕심만으로 여행에 임하자고 생각했지만, 바라나시에 이르러 내 마음가짐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라나시에서 가장 찾고 싶었던 것은 '어수선한 마음을 가라앉힐 열쇠'였다
그런데 이 또한 욕심이었나보다
사진을 솎다보니 참 훌륭한 풍경이었는데도, 당시에는 이런 풍경에서 아무런 위안을 구하지 못했다
햇빛을 등지고 강변에서 휴식을 취하시는 할아버지
날아오르는 새의 무리와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보트 한 척
점심을 해결하고 났을 때가 12시를 좀 넘긴 시각이었던가, 우리는 다시 가트로 향했다. 어제와는 다른 경로로 가트를 둘러보기로 했다. 한낮의 해가 뜨면서 가트의 색깔이 선명해졌다. 사람이 점점 모여드는 오후와 달리 한낮의 바라나시는 차분했다.
잠시 갠지스에 들어가 종아리까지 다리를 담갔다. 물에 들어간지가 오래인지라 물의 촉감이 신선하기도 했고, 생각보다 차가워서 놀랐다. 멀리 목욕을 하는 나이든 할아버지들이 많이 보였다. 여전히 어딜 가든 소와 염소 그리고 개는 가트의 계단마다 멀뚱히 서서 기묘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누가 이렇게 엉뚱한 곳에 송아지를 메어 놓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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