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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7 / 호젓한 밤의 강가에서(Serene Riverside)여행/2017 북인도 2017. 3. 18. 00:03
가게 안에도 꼭 이렇게 성물을 잘 모셔놓는다
개인적으로 커피홀릭인지라..라씨도 짜이도 됐으니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점심을 너무 늦게 먹은지라 밥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우리는 먼저 라씨를 먹기로 했다. 나와 J는 '스페셜 라씨'라고 해서 말 그대로 온갖 재료가 다 들어간 라씨를 먹었다. X와 Y는 각각 파파야 라씨와 사과 라씨를 먹었던 것 같다. 먹는 걸 가리지는 않는데, 라씨에 사용되는 얼음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원래 가려던 식당이 있었는데 비좁은 공간에 이미 만석이어서 다른 식당으로 향했다
잠시 기다리면서 찍은 바라나시의 밤골목
대안으로 간 식당에서도 탈리가 잘 나왔다~
찝찝함을 남겼던 팁 타령만 아니었다면, 모두 좋았다
참고로 바라나시 일대는 신성한 지역이라고 해서 육류는 일체 찾아보기 어려웠다
저녁으로는 딸리(Thali)를 먹었다. J와 동행하면서 점점 더 인도음식에 대한 상식을 넓혀갔다. J가 아니었다면 인도 여행을 다녀왔어도 인도음식에 대해서는 잘 몰랐을 것이다. J 덕에 그냥 지나쳤을 인도음식들을 맛봤다는 데에는 X, Y도 수긍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메뉴 찾는 걸 J에게 일임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도말은 어렵다보니 한 번 들어도 기억에 남지 않아서, 분명 먹은 적이 있는 음식을 메뉴판에서 다시 봐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로티, 난, 프라타, 도사 등등 비슷한 음식들을 구별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까먹지 않으려고 먹기 전에 소리 내서 발음해보곤 했다.
불과 두 시간 전까지도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던 이곳이 이토록 조용해질 줄이야..
강가가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하는 시각인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소화도 할 겸 다샤쉬와메드 가트에서 아시 가트까지 걷기로 했다. 뿌자가 끝난 뒤의 가트는 갑자기 찾아온 환영(幻影)이 아닌가 싶을 만큼 적막했다
릭샤 운전수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인도인은 착하고 호기심이 많다. 오늘만 해도 나는 네 명의 인도인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먼저 다가온다. 인도사람들의 관심이 고마워서 그때마다 꼭 통성명을 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델리의 자마 마스지드에서 팁으로 등쳐먹었던 이마무딘과 카메라 작동법을 가르쳐준 몰리크 뿐이다.
뭐..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는 것만으로 그들을 착하고 호기심 많다고 보는 것도 웃기다. 실제로 외국인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인도인 가운데는 사진을 찍어서 SNS에 자기 여자친구라 소개하는 불순한 놈들도 있다. 그래도 먼저 다가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아무리 피붓빛이 다르고 눈동자 색깔이 달라도 어떤 인상의 사람인지 대충은 감이 오게 마련인 법. 우악스러운 인도사람들은 호기심을 표하는 방법도 남다르지만 대체로 선량했다.
어쨌든 어딜 가나 인도사람들은 동양인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정말 많은 것이 걸인들인데, 정말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걸인 아닌 걸인들도 있다. 이날 저녁을 먹을 때만 해도 아예 어떤 직원이 대놓고 팁을 요구했다. 팁을 달라고 말로 내뱉는 순간 그건 팁이 아니고 그냥 추가금액이다;; 팁을 거부하자 덩달아 자기 동료도 팁을 분배받지 못하게 됐다며 오히려 심술궂게 웃어보인다. (웃는 얼굴 보고 있자니 뒷목 부여잡을 뻔했다..~_~) 여하간 거리로 나갔을 때 눈이라도 마주치면 넘쳐나는 게 돈을 달라거나 배를 곯고 있다는 손짓발짓이다. 이건 정말로 비극이다.
누군가 뱃머리에 얹어놓은 양초
누군가가 남겼을 소원을 조용히 삭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도에서 부유한 사람이나 재능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인도를 떠나는 것 같다. 밴쿠버에서 숙박을 할 때 그 좋은 초고층빌딩에 집을 갖고 있던 주인이 다름아닌 인도인이었는데, 뭔가 유학생활을 오래한 사람 같았다. 좋은 인력은 인도를 탈출하고, 남은 사람들만이 인도에서 그 혼돈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구체적인 통계를 본 적은 없지만, 인도는 분명 세계에서 인력유출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비극을 극적으로 개선할 사람이 당장으로선 인도에 없어 보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참에 화폐개혁부터 말썽이 많았던 현 인도 총리 '모디'에 대해서 좀 알아봐야겠다. 여행하면서 화폐 구하느라 어찌나 애를 먹었던지..-_- 카드기도 없으면서 현금을 줘도 거슬러줄 돈이 없다는 가게가 부지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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