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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로봉(飛蘆峯)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10. 01:03
구름이 낮게 깔린 원주의 하늘
높고 낮은 산들 한가운데 원주가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예상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정상에 도착했다. 입석사에서 출발할 때보다 눈에 띄게 구름이 늘었다. 날씨가 변화무쌍했기 때문에, 오랜시간 정상에 머물며 경치를 감상했다.
참 우악스럽게도 영겁의 세월 동안 치악산을 지탱해온 기암괴석들
고개를 하늘로 올려 비로봉의 공중을 올려다 보았다
월악산(1,097m)보다 치악산(1,288m)이 더 높은 데도, 치악산을 오르는 것이 더 무난했다. 일단 월악산에서 한 번 단련을 한 데다, 치악산을 오른 날은 날씨도 따라줬다. 무엇보다 쉬운 코스 중의 하나인 입석사 코스를 택한 덕이 컸다.
매우 협소한 월악산 정상(영봉)과 달리, 비로봉은 꽤 널찍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았다. 정상에는 세 개의 커다란 돌탑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다.
원주 시내를 등지고 찍었으니 아마 소백산 방면이지 않을까 싶다
원주의 어느 제빵사가 하나하나 쌓아올렸다는 지금의 돌탑은 비로봉의 지표가 되었다
치악산을 오른 날이 금요일이었는데도, 정상에는 우리를 제외하고는 등산객이 한 명 뿐이었다. 항상 사람에 치이는 서울에 지내다보면, 그렇지 않아도 좁은 우리나라 어딜 가도 사람에 치일까봐 지레 걱정스럽다. 그렇지만 황금연휴기간에 월악산을 찾았을 때도, 비록 평일이긴 해도 금요일에 치악산을 찾았을 때도, 이 좋은 산들을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월악산에서는 보덕암에 이르는 그 긴 하산길 내내 사람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때문에 국내 여행을 해도 대개는 도시 위주였는데, 작고 좁게만 여겼던 우리나라에 대해 이곳에 살아왔던 나조차 얼마나 편견에 갇혀 지냈는가 새삼 깨달았다.
구름의 이동에 따라 시시각각 산의 색깔이 변하는데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산 위에 진한 음영을 남기고 홀연히 자기 길을 떠나는 구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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