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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분주한 아침(히로덴 행진(広電並び))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8. 21. 00:02
히로시마 역과 미야지마구치(宮島口)를 오가는 빨강 #2
여행중 가장 요긴하게 이용한 노선
히로시마 역과 에바(江波)를 오가는 노랑 #6
아침에 도무지 개운하게 일어날 상황이 아니었다. 전날 이야기에 심취해서 맥주며 사케며 주는 대로 다 받아먹었더니, 골이 띵했다. 반쯤 눈을 감은 상태로, 흐리멍덩한 상태에서 하루의 일정을 생각해보았다. 전날 워낙 여기저기를 쏘다녔으니, 오늘 하루 정도는 느긋하게 평화공원만 산책해도 만족이겠다 싶었다. 그렇기는 해도 이불에서 마냥 꿈지럭거리는 것도 싫어서, 아홉 시가 다 되어 이불 밖으로 나왔다.
혼마치(本町)의 아침 풍경
히로시마에서 전차가 개시를 한 것인 1912년의 일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차의 모델도 진화한지라, 대여섯 종류의 서로 다른 모양의 전차들이 시내를 달린다
숙소를 잡을 때 가장 우선순위를 두었던 것이 위치, 그 다음이 가격이었는데, 결국에는 가격을 먼저 따라갔다. 1박에 우리돈 25,000원 정도의 게스트하우스였는데, 다행히도 숙소가 위치한 혼마치는 평화공원에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숙소를 나서기 전에 직원에게 물어 에타지마(江田島) 해군학교의 투어가 몇 시에 있는지 확인해 두었다. 에타지마 해군학교는 전날 요리사 아저씨가 추천해준, 그러니까 현지인이 추천한 관광지였다. 첫 번째 견학이 열 시, 마지막 견학이 세 시에 있다고, 직원이 직접 해군학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주었다. 열 시는 너무 급한 감이 있어서, 속 편히 세 시 견학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지막 견학이라고는 해도, 하루에 견학이 세 차례밖에 없어서 세 번째 견학이 세 시에 진행되는 것이었다. 두 번째 견학은 점심시간 직후(오후 1시)라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시간이 영 애매했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잠시 찻집(喫茶店)에서 한숨 돌리고~
간단한 식사도 제공된다
아침 히로시마는 거리를 상하좌우로 누비는 전차들로 분주했다. 육교를 건너 원폭돔/평화공원 방면으로 정처없이 걷다가, 전날 마신 술로 인해 부하가 걸린 속을 달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눈에 띄는 곳에 영업중인 가게나 카페는 보이지 않았고, 코앞에 허름한 분위기를 풍기며 '영업중'이라는 팻말을 걸어놓은 찻집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에 들어서니 과연 몇몇 중년남성들의 거뭇거뭇한 실루엣과 자욱한 담배가 그렇지 않아도 어둑어둑한 실내를 채우고 있었다. 예상보다 어두운 분위기에 괜히 들어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_=), 발을 들인 이상 다시 나가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너무 목이 타서 일단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은 오락기와 결합되어 있어서 동전을 넣으면 오락기를 조작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신기한 구조였다. 나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아메리카노라기보다는 블랙커피였다. 그런대로 맛있게 마셨다. 원래 따로 해장을 하지는 않아서, 식사는 주문하지 않았다.내 등 뒤로는 죄다 아침에 혼자 가게를 찾은 중년남성들뿐이었다. 간간히 바스락거리며 신문을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영 자리를 뜨지 않을 것 같은 자세로 주문한 것을 먹는 아저씨들을 보고 있자니, 아마도 일이 없는 사람들 아니면 일이 없어도 편히 살 수 있는 사람들 같았다. 평일 아침 다들 출근을 마칠 시각에 이 자리에 있다는 것부터가 뭔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어쨌든 편한 분위기는 아니라서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다.니시히로시마(西広島)와 우지나(宇品)를 오가는 파랑 #3
나중에 히로시마 여객 터미널에 가기 위해 이용한 노선
아이오이바시(相生橋) 위에서
맞은 편으로 혼카와바시(本川橋), 그 너머로 평화대로(平和大通り)가 보인다
작명이 참 독특하다
평화공원 진입!!
이제는 좀 전에 건너온 아이오이바시가 바라다 보인다
가게를 나서고 구글맵을 확인하니 평화공원이 코앞이었다. 시원한 음료로 기운도 차렸겠다,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아이오이바시(相生橋)에 올라섰을 때, 마침내 원폭돔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원폭돔으로 곧장 가는 대신 오른편 길로 빠져, 먼저 평화공원에 들어섰다.
공원 진입로에 위치한 평화의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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