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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미야지마의 노을을 등지며(미야지마구치(宮島口)~히로시마(広島))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8. 19. 00:17
이쓰쿠시마 신사를 빠져나오는 길
역시나 거리를 배회하는 사슴 한 마리
이쓰쿠시마 신사를 빠져나오는 길에 상점가가 꽤 길다랗게 있는데,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서 거리에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드문드문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아마도 섬에 숙소를 잡아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왼편으로 석양빛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여객 터미널로 걸음을 옮겼다.
미야지마 여객터미널
맞은 편으로는 미야지마구치 일대의 높고 낮은 건물들이 보인다
그리고 회색 콘크리트벽이 노을빛을 받아 오렌지빛을 띠고 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 꼈다. 하늘 속 구름들은, "참 쉽죠?"를 연발하던 밥아저씨의 그림처럼, 대충 나이프로 휘갈겼어도 섬세하게 기교가 들어간 유화 같았다. 출발하는 배의 코찌르는 기름냄새를 맡으면서, 거센 바닷바람을 찾았다. 그 순간 미야지마 너머로 무지개를 발견했다.
배 위에서 발견한 무지개!!!;-o
세토 내해(瀬戸内海)
반대편 여객터미널에 도착하기까지 똑같이 10분여. 왔던대로 JR을 타고 히로시마 역으로 가려는데, 오른편으로 신기한 교통수단이 눈에 들어왔다. 히로시마전차, 별칭 히로덴(広電)이었다. (휴대폰으로 대충 검색하기로 교통패스를 구매하면 히로시마 일대 JR과 히로덴을 경제적으로 탈 수 있다는데, 나는 짧은 일정에 야마구치 현까지 들렀기 때문에 따로 통합 승차권을 사지는 않았다.) 원폭돔 방면의 전차를 확인하고 곧장 탑승했다.
말로만 듣던 히로덴(広電)이구나!!'ㅁ'
몸은 고됐지만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그러나 이날의 여행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으니, 대충 저녁이나 먹자고 들어간 숙소 근처의 음식점에서 요리사 아저씨와 네 시간이나 수다를 떨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음식점을 나섰을 때 시각이 12시 반. 나중에 되돌아보건대, 이때의 '네 시간'은 지리적으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세계관이 이렇게 차이날 수 있구나 하는 사실에 겁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흠칫흠칫 놀라기도 했던 농밀(濃密)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때의 대화를 잊지 않으려고 프롤로그보다 앞에 세 개의 포스팅을 달아놓았다)
무사히 히로시마 도착!!
자―이제 밥을 먹읍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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