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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평화기념공원(平和記念公園)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8. 23. 20:26
원폭 어린이상(像), 별칭 사다코상(貞子の像)
원폭에 불타버린 구 시청사(일명 원폭돔)의 잔해는 지금은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평화의 시계탑을 지나 공원으로 들어서면 어린이 동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강 건너 맞을 편을 바라보면 앙상한 뼈대만 남은 원폭돔이 보인다. 다시 조그만 2차선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평화공원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평화의 등과 널따란 잔디밭이 나타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도 행사에 참여했던 이곳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평화의 등(燈)과 그 너머로 컨퍼런스 홀
다시 어린이 상
조형물을 에워싼 부스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종이학이 가득하다
공원 중앙의 위령비
생각보다 구석구석마다 위령비나 조형물이 많다
원폭 투하 당시 희생된 한국인들을 위해 마련된 별도의 위령비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할 당시에는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대신 중앙 위령비 앞에는 여러나라 말로 풀이된 문구가 적혀 있는데,
가장 왼쪽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우리말로 쓰여 있다
1950년대에 설계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느낌을 풍기는 공원이었다. 날이 뜨거운 탓에 평화의 등을 가로질러 곧장 위령비로 향했다. 공원의 설립목적이 추모이다보니, 애당초 예술적인 의미보다는 역사적인 의미를 찾아 방문한 곳이었다. (그게 히로시마를 여행지로 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고..) 그렇지만 추모를 위한 공원이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예술적인 안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치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비처럼 이곳에도 곳곳에 상징적 의미를 함축한 조형물들이 마련되어 있다.
굳이 예술작품이 아니더라도, 위령비가 참 많은데 이날 원폭 한인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를 찾아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공원 그늘마다 비석이나 탑, 조형물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정확히는 이 공원에 대해 알고 온 것이 공원 중앙의 위령비와 원폭돔이 전부였기 때문에, 속속들이 공원을 둘러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평화의 등
나중에 히로시마 현대미술관을 방문해 알게 된 사실인데,
이 공원을 설계한 탄게 켄조(丹下健三)는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편안히 잠드십시오. 잘못은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원폭 희생자 추모비 너머로 원폭돔이 보인다
원폭 돔
경각심을 갖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건물명이 참 노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정갈하게 재정비되었지만, 지난날의 참극을 떠올리며 묘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일본은 핵무기/원자력과 악연이 참 많구나. 그 결과로 우리는 광복을 누릴 수 있었지만, 왜 인간은 평화를 '무릅쓰고' 전쟁을 택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전쟁'을 불사하고 '평화'를 택한다고 봐야 하는 걸까)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할 때, 한스 모겐소의 세력균형 이론을 배웠던 것이 생각난다. 경쟁하는 세력 중 어느 한 쪽이 과도하게 팽창하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는 과정에서 국제정세의 안정이 달성된다는 이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력균형에 균열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마치 우리 신체의 길항(拮抗) 작용처럼, 이 세계라는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 '희생'은 불가피한 것일까.
그렇지만 공원 자체는 매우 평화롭기 그지 없다
위령비 앞에서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는 사람 8할, 참배하는 사람 2할 정도다
기념 독사진을 남기는 사람도 있던데, 뭔가 그럴 장소는 아닌 것 같았다..
평화기념관 방면으로..
과연 일본은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인가
콘크리트 구조물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는 게 잠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위령비를 떠나 다시 정면으로 걸었다. 컨퍼런스 홀 왼편으로 평화기념관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금액을 지불하고 티켓을 구했다.
기념관 안에 원폭 투하 당시의 상황이 매우 잘 묘사되어 있다
오카야마(岡山) 현에서 온 학생들과
이들 학생들에게 해설하는 가이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가면, 반드시 기념관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내부 전시가 매우 잘 되어 있다. 테마(핵무기의 발전/핵무기로 인한 피해/오늘날 핵무기 현황 등등)별로 설명이 잘 되어 있다. 굳이 설명을 읽지 않아도 시각자료만을 보는 것만으로 방문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45년 원폭이 투하되기 이전 번영하던 히로시마의 시가지의 흑백 사진과 방사능이 미치지 못한 자리에 남은 그림자를 담은 흑백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화생방 공부를 할 때 방사능 공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순서로 피해가 발생하는지 배우기는 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렇게 직접 보니 느끼는 바가 달랐다.
기념관에 전시된 자료중 몇몇 충격적인 것들이 있었는데 이 사진이 그것이다
피폭자가 서 있던 자리 뒤에 방사능을 쐬지 않은 그림자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원폭 투하 후 하늘에서 내린 검은 비
검은 빗물과 이 빗물을 들이 삼킨 꼬마아이가 몸이 뜨거워져서 견디기 어려웠다는 내용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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