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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전집 / 문학과지성사>
왜 우리는 세상에 이 크나큰 빈 상자 속에 툭
툭 채집되어야 했을까
팽팽하게 얼어붙는 한 장 바람의 형상이 되어
우우 어디로 가서 기댈까
우리가 활활 소멸할 수 있는 미지의 불은 어디?
우리는 도시의 끝, 그 바람만 줄달음치는 역사驛舍를 배회하였다.
그러나 여객운임표로 할당되는 가난한 우리의 생.
갈 곳은 황량한 도시뿐이었다.
-거리에서 中
손에 집힐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펴들고 한 단락씩 곱씹어 읽는 책.
기형도의 시에는 깊은 슬픔이 베어 있지만, 소리내어 읽으면 따듯함이 묻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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