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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과학―청각은 어떻게 마음을 만드는가?일상/book 2018. 1. 1. 16:45
<소리의 과학/세스 S. 호로비츠/에이도스>
잠시 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한마디로 귀는 분자들의 압력 변화를 감지하는 기관이다. 우리는 귀를 음악이나 자동차 경적을 듣는 곳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귀가 감지하는 것은 진동이다. 초기의 척추동물들은 두 가지 목적에서 진동 민감성을 활용했다. 하나는 몸 주위를 지나는 유체 흐름의 변화를 살피기 위해서였는데, 이른바 측선이라는 것을 이용했다. 이는 지금도 거의 모든 물고기 및 양서류 유충에서 보인다. 두 번째는 머리의 양측에 각각 위치한 특수 기관들에서 '내부' 유체 흐름의 변화를 감지했다.
우리는 주위 세계를 관찰함으로써 현상을 실제로 보거나 듣거나 맛보거나 만진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한 유형의 에너지를 사용가능한 신호로 변환시킴으로써 세계의 표상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감각적 입력은 재구성된다. 장면, 냄새 또는 소리와 같은 자극의 최초 에너지가 수신자에게 어떤 변화를 야기하고, 이것이 다른 형태로 변환되어 '감각'을 발생시킨다. 지각은 감각을 통합하여 우리 주위의 에너지 변화에 관한 일관성 있는 모형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지각은 단일 유형의 센서를 통해 물리적 세계의 단일 사건을 재구성해낸다.
이런 개별적인 지각들을 전부 합칠 때, 우리의 감각으로부터 구성되는 세계인 움벨트(Umbelt)가 구축된다. 가령, 색깔은 빛의 과정을 정신물리학적을 재구성한 것이며, 밝기는 빛의 진폭을 재구성해서 얻은 결과이다. 감촉은 어떤 구조의 역학적인 왜곡을 재구성한 것이다. 냄새는 특정한 화학물질이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소리는 진동하는 신호들의 정신물리학적 재구성이다.
우리의 지각은 감각 입력의 흔한 요소들을 시간과 공간 내에서 결합하여 일어나기 때문에, 공간에 제한되어 있으며 비교적 느리게 작용하는 시각과 같은 감각들은 과도하게 중첩되거나 애매한 특징들을 서로 연관시킬 때 종종 거짓 양성 반응을 보인다. 그런 까닭에 신기한 광학적 환영을 전문적으로 다룬 웹페이지는 아주 많은 반면에 청각적 환영을 언급하는 웹페이지는 극소수이다. 귀를 속이기가 더 어렵다는 뜻이다. 청각은 시야의 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아주 넓은 범위에서 정보들을 모으더라도 입력 정보들을 적절하게 분류하는 데 더 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청각이 시각보다 더 빠르다.
시각은 초당 15~25번이 최대치이지만, 청각은 초당 수천 번 일어나는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귀 안의 유모세포는 초당 5,000회까지의 진동들 또는 한 진동의 특정 위상에 동기를 맞출 수 있다. 실제 지각의 측면에서 보자면, 초당 200회 이상 일어나는 청각적 사건의 변화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소리는 하루 24시간 동안 작동하는 정보 시스템이다. 우리가 잠들어 있을 때에도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감각 시스템이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소음은 무언가가 '일어났다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아울러 청각 시스템은 신속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소리의 출처가 익숙한 곳인지 아니면 다른 감각기관을 추가로 동원해서 알아내야 하는지 여부를 재빨리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한 까닭은 다른 감각들은 전부 범위와 영역 면에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돌리지 않으면, 양안시각은 120도 범위에 국한되며, 주변 시야가 보태져도 약 60도가 늘어날 뿐이다. 후각은 냄새의 농도가 짙어야 지각하기 쉬우며, 설령 그렇더라도 냄새의 위치를 알아내는 우리의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미각, 촉각 및 균형감각은 전부 우리 몸에 국한되어 있다.
우리의 마음은 생화학적이든 환경적이든 간에 과거의 경험에서 생겨난다. 경험이 차츰 쌓임에 따라 우리는 대단하거나 끔찍한 유형의 경험들을 증폭시키고 과거에 일어났던 별로 쓸모없거나 이롭지 않은 다른 경험들은 선택 및 상황에 의해 강도가 약해지면서 걸러내어진다. 요약하자면, 우리의 마음은 입력과 출력 사이의 긴장 속에서 매순간 생겨나며 우리의 인생 경험들에 의해 형성된다. 마치 색소폰 연주자의 호흡이 악기 몸통에 에너지 흐름을 변화시키고 금속과 실내에 울림을 더하고 손의 주도하에 폐, 입술, 얼굴 및 악기의 움직임을 키웠다 줄였다 하듯. 그러한 결과물이 단지 변조된 공가기 아니라 음악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과학이 음악을 정의하지 못한 까닭은 과정과 흐름보다는 기반구조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선율이나 노래는 지속시간과 소리 크기가 알려진 일련의 음들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왼쪽이나 오른쪽 편도체를 활성화시키는 요소인 것도 아니다. 여러분을 더 똑똑하거나 더 멍청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사실은, 개별 사건들 사이의 긴장 상태이며 다음에 올 것의 흐름이다. 그리고 아마도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음도 집단적인 신경 활동이며, 각각의 활동이 필터링, 증폭 그리고 주목할 가치가 있는 신호에 대한 템포의 변화 내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소음의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신경활동의 긴장과 이완의 순간들 '사이'가 의식이 출현하는 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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