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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 / 수네가 파라다이스(Sunnegga Paradise) : 라이제(Leisee)에서 끝마치다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0. 24. 00:03
일반적으로 라이제에 비친 마테호른을 보는 것이 절경이라고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탁트인 슈틸리제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코스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라이제에 도착하니 호수 한가운데 분수가 설치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관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반면에 슈틸리제와 그린지제는 자연적인 느낌이 묻어나고, 다른 한편으로 먼 발치에서 바라본 그륀제(Grünsee)는 ‘연못’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대단히 작았다. 또한 이름 그대로 에메랄드 빛 녹색(Grün)을 띠고 있었다. 모스지제(Mosjesee)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한창 공사중인 상태여서 수시로 레미콘 차량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드나들고 있었는데, 사방이 청정한 이곳 지방에서 흉물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전날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하산할 때 쌓인 근육통을 느끼며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갔다. 반면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를 내려오다 리펠베르그(Riffelberg)에서 일찌감치 산행을 마감했던 엄마와 동생은 씩씩하게 하이킹을 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면 엄마는 개인적으로 이날의 산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신다. 빼어난 풍경이라고 하면 융프라우 일대도 밀리지 않지만, 자연과 호흡을 하며 여행을 했던 코스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체로 산악열차를 이용하거나 곤돌라를 타고, 전망대 건물에서 경관을 관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르너그라트에서 봤을 때와는 약간 다른 모습으로 마테호른이 버티고 서 있었다. 도도하다. 낮에는 구름에 에워싸여 제대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아침에는 햇살에 비친 말간 얼굴을 드러내 보이지도 않는다:( 구름도 무슨 장난인지 점점 더 마테호른 주위로 몰려든다;; 하지만 보는 이야 무슨 생각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버젓이 내 시야의 절반을 차지하는 마테호른이 조금씩 친숙해져 간다.
푸니쿨라를 타고 다시 산아래로 내려온 우리 가족은 다시 체르마트 역 인근으로 되돌아가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족히 30명은 되어 보이는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임을 가지고 있어서 들어가도 되는 것인지 잠시 망설였다. (메인디쉬는 하나도 없이 와인잔에 음료만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들춰보니 한글이 적혀 있는 걸 보아 한국인들도 꽤나 들르는 곳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스위스에 온 뒤 처음으로 먹어보는 퐁듀와 스테이크 따위를 주문해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체르마트 역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비스프(Visp)와 인터라켄(Inetlaken)을 거쳐 마지막 도시 루체른(Luzern)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일곱 시를 넘기고 있었다. 루체른에 예약해둔 숙소는 호수변에 위치한 곳으로 역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나는 무조건 편리한 위치에 있는 숙소를 선호한 반면 동생이 숙소가 마음에 든다고 예약을 바꿨는데, 거리가 멀어서 좀 후회했다.) 루체른 역을 나와 정면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돌면 루체른 현대미술관이 나타나는데, 그곳에 정류소가 있었다. 주머니에 술병을 꽂고 실성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매우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므로, 최대한 빨리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스위스도 여느 사람 사는 곳과 다르지 않다.
어플로 확인을 해보니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20여분이 남아, 바로 앞에 있는 다리로 향해 루체른교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머물렀던 세 개의 도시 가운데에서는 가장 도회적인 곳이다. 사진 속으로 루체른교만 봐서는 대단히 중세적인 분위기의 도시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와는 정반대였다. 시간이 되어 버스가 도착하였고 우리는 낑낑대며 짐을 올렸다. 아시안이라곤 우리밖에 없는 이 버스는 자동차 박물관을 지나서 이내 숙소에 다다랐다.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한—미슐랭까지 달고 있다—이 숙소에서 우리는 오느라 지친 속을 든든하게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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