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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 / 수네가 파라다이스(Sunnegga Paradise) : 슈텔리제(Stellisee)로부터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0. 23. 22:15
체르마트의 2일째 되는 날, 새벽 5시 반경 아침 일찍 키어쉐(Kirche) 다리에 올랐다. 다리에는 나와 아버지 말고도 몇몇 사람들이 더 있었는데, 대부분 일본인들이었다. 다행히 날씨가 맑아서 마테호른에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해가 뜨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동쪽 하늘부터 주위가 환해졌다. 여름임에도 산골짜기여서 그런지 쌀쌀한 아침이었다.
일출 시각을 넘겨도 일명 ‘황금호른’은 보이지 않았다. 해가 뜨고 한참이 지나고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마테호른의 사면(斜面)은 전자레인지에 들어간 음식처럼 샛노랗게 달궈지기는커녕 요지부동이었다. 서광(瑞光)이 사라진 30분이 지나도 마테호른 봉우리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하릴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숙소로 갔다. 결론은 아무리 날씨가 쾌청해도 어떤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황금호른’을 보기 어렵다는 사실!!
짧았던 이틀을 뒤로 하고 숙소를 나설 준비를 했다. 숙소를 나설 때 놓고가는 물건이 없는지 다시 점검을 해보니, 테라스 타일의 작은 균열에 집을 튼 벌들이 숙소에 도착한 날처럼 여전히 윙윙거리며 위협적으로 날고 있었다. 부모님이 마음에 들어하셨던 숙소였다. 침대 머리맡 창문을 열면 곧바로 융프라우요흐가 바라다보이는 그린델발트의 숙소도 매력적이었지만, 취사시설이 전부 갖춰져 있고 테라스 밖으로는 마테호른이 시야에 들어오는 이곳이 부모님께는 좀 더 안락했던 것이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짐을 싸서 리셉션에 맡길 계획이었는데, 리셉션에서 짐을 체르마트 역까지 실어다 주겠단다. 울퉁불퉁한 도로의 표면이 그대로 느껴지는 소형 전기차를 타고 우리 가족은 체르마트 역으로 향했다. 체르마트 역에는 이른 아침부터 손님을 기다리는 마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체르마트 역 안의 라커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었고, 우리는 푸니쿨라가 있는 역으로 향했다. 파라다이스를 오르내리는 푸니쿨라 역은 전날 들렀던 고르너그라트 행 산악열차 정류소에서 좀 더 들어간 뒤 비스파 강을 건너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푸니쿨라는 바르셀로나의 몬세라트를 오를 때 이용해본 이후로 무척 오랜만이다. 수네가 파라다이스로 향하는 푸니쿨라 역은 동굴을 깊이 깎은 산 내부에 위치해 있었는데, 경사가 매우 가파랐다. 푸니쿨라가 출발한지 꽤 오랜시간을 이동해서야 도착역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역에서 내린 뒤에도 한 차례 곤돌라를 타고 블라우헤어드(Blauherd)까지 이동해야 했다. 로트호른(Rothorn)까지 운행하는 곤돌라는 수리에 들어가 있어서, 블라우헤어드를 기점으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보다 북쪽에 위치한 수네가(Sunnegga)―통상 이 일대를 일컬어 수네가 파라다이스라고도 한다―는 사실상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뻗어나온 등산로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로부터 거리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다만 하산하는 루트에 아기자기한 호수들이 걸쳐져 있고 코스 난이도도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먼저 길목에 있는 첫 번째 호수인 슈텔리제(Stellisee)로 향했다.
수네가 파라다이스(Sunegga Paradise) 코스에는 다섯 개의 크고 작은 호수들이 있다 : 코스상 순서대로 슈텔리제(Stellisee), 그린지제(Grindsisee), 그륀제(Grünsee), 모스지제(Mosjisee), 그리고 라이제(Leisee). 읽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지만 호수(See)라는 명칭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이들 호수는 매우 불규칙적으로 위치해 있기 때문에 코스 난이도 자체가 높지는 않음에도 동선이 꽤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다섯 개 호수 중에서 가장 동떨어진 위치에 있는 그륀제와, 여행 당시 제방 공사로 호수가 새하얀 바닥을 드러냈던 모스지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곳만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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