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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5 / 체르마트(Zermatt) 시내 이곳저곳,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0. 20. 00:15
일찌감치 시내에 내려와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신 엄마와 동생이 부러웠을 만큼 하이킹 후 체력이 달리는 상황. 저녁까지 시간이 꽤 남은 상태여서 동생과 시내에 나가 기념품을 좀 사기로 했다. 9일 일정에서 어느 덧 두 번째 도시에 이른 만큼 슬슬 기념품을 챙겨야겠다 싶었는데, 회사 동료들에게 줄 간단한 기념품과 무엇보다 치즈를 사갈 생각이었다. 치즈를 부탁한 사람(quelqu'un)이 있어서 여행하는 동안 거리에 치즈가게(fromagerie)가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치즈를 활용한 요리는 많은데도 정작 치즈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정육점(boucherie)에서 치즈를 취급하나 진열장을 들여다봐도 치즈는 거의 없었다. 물론!! 베른이나 툰의 재래시장에 갔을 때 내가 찾던 치즈—정말 통으로 돼서 필요한 만큼 썰어서 주는—점포들이 있었지만, 가능하면 현찰을 쓰지 않고 짐을 줄일 생각에 치즈를 사지는 않았었다.
마침 숙소 뒤로 걸어서 5~6분 되는 거리에 구글맵에서 평점이 좋은 치즈가게가 있길래 가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GPS상 정확히 찾고 있던 지점에 도착해도 가게는 보이지 않았는데, '월리를 찾아라'처럼 한참 실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 뒤에 찾던 가게의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정에서 운영하는 가게여서 가게 같은 외관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결론적으로 문이 열려 있지도 않아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나중에 구글맵의 리뷰를 다시 보니 좀처럼 오픈된 모습을 보기 어려운 가게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평점이 좋았던 걸 보면 치즈의 맛 하나만큼은 훌륭한가보다.
별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시내로 향했다. 이번에는 린츠(Lindt)라는 유명 초콜릿 가게에 들렀는데, 체르마트 다음에 갈 예정인 루체른에는 이 유명 프랜차이즈가 없는 것 같았다. (구글로 검색했기 때문에 지점이 있을 수도 있음..) 때문에 초콜릿을 사려면 보관상의 어려움을 감안해서라도 체르마트에서 사기로 했다. 초콜릿가게에는 컨시어지(Consierge)처럼 생긴 건장한 남자가 쇼핑을 돕고 있었고, '닥치는 대로' 초콜릿을 집는 중국인들로 붐볐다. 나와 동생은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매기는 비교적 저렴한 초콜릿을 샀는데, 커다란 알사탕처럼 생긴 초콜릿이어서 살 때에는 푸짐한 느낌이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막상 선물로 주려고 보니 약소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더 살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품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낸 우리는 와인 두 병을 사들고 숙소로 되돌아 왔다.
저녁은 가히 성찬(盛饌)이라 할 만했으니..엄마와 동생은 마트에서 어떻게 찾았는지 우리의 삼겹살과 똑 닮은 부위를 사오셨다;; 숙소에는 취사시설과 취사도구가 구비되어 있었는데, 꼭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석쇠불판처럼 생긴 것이 있었다. (아마 여기 사람들은 스테이크 먹을 때 사용하는 도구일 것 같다;;;) 게다가 양파와 버섯은 물론이고 상추까지... 한국에서 챙겨온 김치와 고추장에 곁들여 정말 맛있게 먹었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가급적 스위스의 음식을 맛보시라고 권하기는 했어도, 짧지 않은 일정 동안 수십년 동안 길들여 오셨던 입맛을 쉬이 바꾸실 수는 없는 터!..
동생이 체르마트에 오면 무조건 '황금호른'을 보고 가야 한다고 하기에, 몇 시쯤 일어나야 할지 어디서 봐야 할지 한참 얘기를 나눴다. 사실 이날 아침에는 잠에 취해서 새벽녘에 일어날 생각도 못했는데, 아침잠이 없으신 아버지는 이날 새벽에 일어나서 테라스로 나가보기는 나가보셨는데 황금색으로 물든 마테호른은 못 본 것 같다고 하셨다. 과연 그런 것이 무슨 자연 현상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날씨가 맑아도 동틀녁 햇빛이 황금색으로 물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날이 그러했다=_=)
배터지게 저녁을 먹고 잠들기 전 다시 숙소를 나와 산책을 했다. 비스파 강을 따라 걸으며 다음날 일느 새벽에 '황금호른'을 조망한 만한 뷰포인트가 어딘지 찾아보았다. 원래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뷰포인트—키어쉐 슈트라세(Kirchestraße)가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는데, 한창 확장공사 중이어서 마테호른을 편히 바라보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이곳저곳 크레인이 올라가 있어서 경관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서 마테호른을 볼 만한 장소가 교회당 근처만한 곳이 없어서 다음날 일출 시각에 맞춰 이곳에 나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교회당을 지나쳐 키어쉐 슈트라세를 쭉 따라 걷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체르마트의 구시가지(반호프 슈트라세 근처)에 접어든다. 독특한 점은 '세계화(Globalization)'의 영향 탓일까, 유달리 체르마트 일대에는 외국과 결연을 맺은 관광지가 많은데 체르마트는 일본 니가타현(新潟) 묘코 고원(妙高高原)—나가노현(長野) 북쪽에 위치한 일본의 유명 스키지역—과 결연을 맺고 있었고, 이 다음날 들른 수네가 파라다이스(Sunega Paradise)는 심지어 제주도의 올레길과 결연을 맺고 있었다!! 이내 짧은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되돌아가는 길. 여행히 후반부를 향해 갈수록 생각의 호흡히 가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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