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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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위염일상/book 2020. 7. 7. 00:10
모리스 블랑쇼의 『도래할 책』 다음으로 읽은 이 책 역시 문학은 아니다. 이 책은 '오늘날 지성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안토니오 타부키(Antonio Tabucchi)와 베르나르 코망의 대담집이다. 소방관의 은유(隱喩)―화재가 났을 때 지성인이 해야 할 역할은, 첫째 소방관을 부르고, 둘째 현 지자체장이 아닌 후세대를 잘 교육해야 한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논설에 저자가 의문을 제기하며 글이 시작된다―에서부터 이 글이 예상했던 소설이 아니어서 흠칫했고, 그 다음으로는 '지성인'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좀 당혹스러웠다. 지성인. 젠체하며 고리타분하게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는 건 아닌지,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오늘날 지성인은 무엇인지 여러모로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프랑스 출간을 염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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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노트일상/book 2020. 7. 2. 00:05
Tibi! 친한 친구여!Vale et me ama! 작별을 고한다!Dilectissime! 나의 소중한..Amicus amico! 친구여,Tibi eximo, carissime! 너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자크와 다니엘의 풋풋한―정말로 '풋풋하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우정을 읽어가면서, 나에게는 유년시절 이런 친구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가톨릭 교계에 권세를 행사하는 유권계급인 앙투안 자크의 집안과 프로테스탄티즘을 표방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다니엘의 가정은 겉보기에 확연히 대비된다. 하지만 이들의 치기어린 사랑―사랑이라고 표현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은 파리에서 마르세유로 향할 만큼 생생하고 하나의 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것은 理想. 파리로 되돌아온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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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할 책일상/book 2020. 7. 1. 00:07
처음에는 문학비평서인 줄도 모르고 그저 소설로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소설이라 여기고 이라는 제목을 접하면 굉장히 구미가 당긴다. 책은 뱃사람들을 영도(零度; zero degré)로 이끌어가는 세이렌의 이야기와 함께 포문을 연다. 제임스 조이스가 에서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의 그리스 신화를 차용했던 것이 떠오른 이 대목에서 모리스 블량쇼의 글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뒤이어 프루스트의 글에 나타난 시간 관념을 해제(解題)하는 과정에서부터는 건조하고 딱딱한 문학비평 이야기로 넘어간다. 문학비평이라기보다 철학에 가까운 그의 글―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음양(陰陽)의 무한궤도를 연상시키는 그의 사상은 동양적이고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풍긴다―이 실제 영양가가 있든 없든간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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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일상/book 2020. 6. 27. 00:28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니까 이런 류의 책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최근에 누벨바그 작품들도 몇 편 보고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도 찾아보면서 영화의 '기술적인 면'과 '철학적인 면'을 동시에 다루는 책을 찾아보곤 했다. 이 책은 꽤 오랫동안 가방에 넣고 다녔던 책인데, 막상 알프레도 히치콕도 훑지 않을 만큼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영화까지만 다루고 있다. 또한 저자가 프랑스의 영화 평론가인 만큼, 대체로 유럽영화―그중에서도 특히 이탈리아 영화―를 주로 다루는데 유럽 영화들을 좋아하는 만큼 (비록 아는 영화들은 아니더라도) 거리감이 드는 제재(題材)는 아니었다. 정작 독서를 가로막았던 것은, 옮긴이가 역자의 말을 빌려 번역의 어려움에 관해 몇 번 언급을 한 것처럼, 번역된 문장들이 너무 퍽퍽하고 심지어 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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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인상일상/book 2020. 6. 6. 23:19
샌드위치에 커피로 저녁을 떼우는 날이다. 저녁식사 따로 카페에서 독서하는 시간을 따로 할애하기 아깝다 싶은 날은 종종 간소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조금씩 살이 불어나니, 운동은 못하더라도 식사는 거창하게 하지 않겠다는 핑계도 된다. 이날 내 가방에 들어 있던 책은 레몽 루셀(Raymond Roussel)의 이다. 알제리와 서아프리카, 넓게는 중앙아프리카까지 프랑스의 식민국이 많았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레비 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가 를 통해 태평양 군도의 부족문화를 해부했던 것처럼 문화인류를 다룬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좋아했었다는 작가답게 범상한 내용이 아니다. 난해해서 초반에는 독서의 맥이 자꾸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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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일상/book 2020. 6. 5. 22:52
아주 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집어들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한국소설이 한강의 와 였으니까, 어언 3년만이다. 한국소설을 멀리 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닌데,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할 땐 새로운 것이 끌린다. 내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읽지 않은 해외의 고전을 찾아 읽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낯익은 문제에 낯익은 소재일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낯설고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김영하의 를 펼쳤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말에서 따온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책을 펼치면 이내 세 점의 그림이 나온다: , , 이 그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그림은 소설 속 챕터들과 고리 지어지는 독특한 구성을 이룬다. 거창하게 말해 삶의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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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コンビニ人間)일상/book 2020. 5. 28. 00:33
……皆、私が苦しんでいるということを前提に話をどんどん進めている。たとえ本当にそうだとしても、皆が言うようなわかりやすい形の苦悩とは限らないのに、誰もそこまで考えようとはしない。そのほうが自分たちにとってわかりやすいからそういうことにしたい、と言われている気がした。(모두들 내가 괴로워 할 거라는 전제로 알아서들 떠들고 있다. 설령 정말로 그렇다 하더라도, 모두들 말하는 것처럼 알기 쉬운 형태의 괴로움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는데도 아무도 거기까지는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는 편이 자신들에게 알기 쉬우니까 그런 셈 칠래,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p. 37 皆、変なものには土足で踏み入って、その原因を解明する権利があると思っている。私にはそれが迷惑だったし、傲慢で鬱陶しかった。あんまり邪魔だと思うと、小学校の時のように、相手をスコップで殴って止めて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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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일상/book 2020. 5. 24. 15:29
늘 조각글로만 접해왔던 를 완본으로 읽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여러모로 제약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그 동안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스치듯 봐왔던 것을 제대로 살펴보는 시간으로 삼자. 틈틈이 독서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잘 살펴보면 처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고전(古典)이 많다. 이밖에 , , 같은 고전들도 읽어보고 싶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에 취미를 붙인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라, 고전으로 불리는 영화들 중 안 본 것이 많다. , , 처럼 여러 히치콕의 영화가 그러하다. 여행도 똑같다. 해외의 이곳저곳을 욕심내어 다녀보았지만, 정작 국내 여행은 그만큼 다니지 않았다. 최근에는 청송의 주왕산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