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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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오이디푸스일상/book 2020. 3. 6. 23:23
suivi.. 이로써 『안티 오이디푸스』가 대면하는 세 부류의 적이 있게 된다. 이 적들은 똑같은 힘을 갖고 있지 않고, 다양한 정도의 위험을 대표하며, 이 책은 그들에 대해 상이한 방식으로 전투한다. 1. 정치적 금욕주의자들, 미친 투사들, 이론의 테러리스트들. 이들은 정치와 정치 담론의 순수한 질서를 보존하고자 한다. 이들은 혁명의 관료요 진리의 공무원이다. 2. 욕망의 서툰 기술자(技術者)들, 즉 정신분석가 및 모든 기호와 징후의 기호학자들. 이들은 욕망이라는 다양체를 구조와 결핍의 이항 법칙에 종속시키려 한다. 3. 끝으로 특히, 주요한 적수이자 전략적인 적은 파시즘이다. 대중들의 욕망을 동원하고 매우 효과적으로 이요할 줄 알았던 역사적 파시즘,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파시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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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뗏목일상/book 2020. 2. 29. 00:15
를 읽은 뒤로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라는 작품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포르투갈 문학이 쉽게 접할 수 있지 않다보니 다음에 이 작가의 작품을 찾는다면 가능하면 포르투갈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글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아마도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 책의 소재는 바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자리하고 있는 이베리아 반도이고, 그것도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대서양 위를 표류하는 이베리아 반도의 이야기다. 그렇다, 이베리아 반도가 어느날 뚝, 하고 피레네 산맥으로부터 분리되더니 아조레스 군도와 충돌할 위기를 겪기도 한다. 작가의 상상이 다분히 가미된 소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야기를 앞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서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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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걸음으로일상/book 2020. 2. 28. 00:33
이 책을 집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를 읽으면서 몇 가지 독일 현대소설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중 귄터 그라스의 이름은 리스트의 가장 상단에 있었다. 토마스 만의 도 읽어보고 싶었지만—심지어 읽을 요량으로 이미 사놓은 두 권의 책도 있다—엄밀히 말해 그는 오스트리아 작가다.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었지만, 이후 라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나치 행적을 고백한 문제적 인물, 귄터 그라스.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렸던 그는 전후 독일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귄터 그라스의 글은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초현실주의적인 기법을 떠나서, 응당 세계적인 고전이 갖춰야 할 보편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연 그의 대표작이라 할 도 두 번을 펼쳐 두 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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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사>를 덮으며일상/book 2020. 2. 26. 01:34
근래 읽은 책 중 페이지수가 상당한 책이기도 했고,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는 부피나 무게가 상당한 책이기도 해서, 가능한 빨리 읽어버리고 싶으면서도 다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독일 근현대사나 유럽 역사에 관해서는 몇 권의 책을 읽기는 했었지만, 독일 근현대사를 이만큼 집중조명하는 책은 처음인데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근대 일본의 군국주의와 근대 한국의 내전과 분단이 연상되었는데, 이런 과거의 굴레를 모두 벗어던지고 지금의 통일독일을 일구어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방대한 책이다보니 몇 개의 작은 테마로 나눠 생각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A. 지리/환경 독일이라는 나라의 정체를 이해하기는 개인적으로 쉽지가 않다. 가장 먼저 이 책이 언급하는 것이 독일의 지리적 여건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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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사 : 1871년 독일제국 수립부터 현재까지일상/book 2020. 2. 25. 14:50
Continued. 19세기 초 결국 ‘독일’이 된 영토는 1871년 수립된 독일제국과도 달랐고,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독일연방공화국과도 전혀 닮지 않았다. 19세기 대부분의 시기에 독일은 당대의 한 정치가가 말한 것처럼 “지리적 표현”에 불과했다. 독일은 국가 통일을 이룩한 유럽 강대국 중 막내였다. 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이 나라의 지리적 조건이 통일의 길에서 자산이기보다 장애였던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이유 때문에 그리된 것이었다. 독일의 지형은 동일인들에게 나라 안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북부, 동부, 서부의 국경에서도 어떠한 물리적인 장벽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여행뿐 아니라 팽창과 침공도 쉽다는 것이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었다. 오직 남쪽으로만 산맥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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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일상/book 2020. 1. 28. 21:47
눈이 안 보여!! 세 마디 외침과 함께 본격적으로 플롯이 전개되는 이 책을, 처음에는 이거 좀비물인가? 하며 읽어나갔다. 도시와 나라 전체가 실명에 빠져드는 상황을 그려나가는 이 소설은 언뜻, 미드 를 연상시키기 때문. (에서는 ‘배설욕구’에 대한 부분이 비중 있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다소 지저분(?)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덮을 즈음에는, 불현듯 플라톤의 동굴 우화가 떠올랐다. 동굴 속 모닥불에 일렁이는 벽면 그림자가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는 속박된 사람들. 그들은 동굴 밖 참된 진리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른 채, 동굴 속 그것이 삶의 원래 모습인 양 삶을 살아간다. 만나기 쉽지 않은 포르투갈 소설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영문판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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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빈(Fin-de-siècle Vienna)일상/book 2020. 1. 16. 00:01
사놓은지 매우 오래된 책이다. 군대에 복무하던 5~6년 전쯤 샀을까. 무슨 취향에서였는지 이런 유(?)의 하드커버지로 된 인문학 서적을 한동안 사들인 적이 있다. 먼지도 먹지 않은 채 잠자코 책장에 들어앉아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를 이 책을,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를 읽고난 뒤에야 비로소 떠올렸다. 처음에는 읽기 버거운 책도 어느새 슉슉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인물을 중심으로 세기말 오스트리아의 예술, 건축, 문학, 음악을 아울러 서술하는 이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흥미로웠다. 사실 익숙한 오스트리아 인물이라 해봐야 프로이트 정도인데, 그마저도 (어처구니 없게도) 해당 파트가 20 페이지 정도가 분실되어 있어서 정작 프로이트에 관한 내용은 제대로 읽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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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배스천 나이트의 진짜 인생일상/book 2020. 1. 15. 01:30
안타깝게도 어떤 면에서 보면 나는 그리 진득한 사람은 아니다. 특히 예술에 대한 관심사나 문학적 취향이 그러하다. 대체로 한번 책을 집어들면 심취하는 편이지만, 그렇다 해서 모든 글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뭐라 표현을 해야할지…) 유달리 문체가 마음에 드는 작가들이 있는데, 페르난두 페소아가 그러하고, 바로 이 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그러하다. (그런 감성을 전달받기 위해서는 물론 번역도 중요하다) 일전에 톨스토이를 가장 좋아하는 작가, 『안나 카레리나』를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 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까닭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담고 있는 명징한 주제의식―변혁기의 19세기 러시아 사회에 대한 통렬한 문제의식과 인간 본성에 대해 예리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