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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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없는 남자 I일상/book 2019. 11. 18. 23:08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을 지닌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의 작품에서 발견한 이름, 로베르토 무질(Robert Musil). 언뜻 라는 책 제목만 봐서는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마련한 어느 강좌에서 강사가 책 읽는 나를 발견하고 어떤 책인지 호기심을 보였을 때 그리 민망했었나보다. 이라는 독일어 제목으로는 꽤 철학적으로도 들리는데 말이다. 국내에서는 독일문학에 비해 (정작 독일어를 공유하는) 오스트리아 문학에 대해 매우 빈약하게 알려진 것이 사실이고—헨릭 시엔키에비츠나 밀란 쿤데라 같은 여타 동유럽 국가들의 문학과 비교해도 현저히 소개가 적다—로베르트 무질이라는 그리 낯익은 작가가 아니다. 사실 나 역시 로베르토 볼라뇨가 자신의 소설 속에서 넌지시 소개하고 넘겼던 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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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어떻게 말하는가일상/book 2019. 11. 11. 00:05
반려견을 키우자고 먼저 말한 것은 동생으로, 집에 반려견이라는 새 구성원이 들어오면서 불편한 점도 있고 즐거운 점도 있지만 지금은 나 역시 매우 열성적으로(?) 마음을 쏟고 있다. 처음에는 강아지에 대한 특성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세나개'와 같은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조각지식을 갖고 강아지를 키웠는데, 제대로된 훈육법보다는 애정을 무조건 앞세워서 서투르게 대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 녀석 버릇이 나빠졌다고 동생에게 핀잔을 듣곤 한다=_=) 여하간 책을 하나 잡고 진득하게 정돈된 반려견 지식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인터넷으로는 요령있게 알아보지 못해서 아예 하루 날잡고 서점에서 샅샅이 책을 뒤져보다 발견한 것이 이 책.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목차만 훑어보아도 개와 관련하여 빠져 있는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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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의 태양(Todo esto te daré)일상/book 2019. 11. 3. 23:44
Todo esto te daré. 우리말로 쯤 될까. 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책은, 아마 그냥 추리소설이었다면 잠시 관심을 갖고 지나쳤을 것이다. '스페인' 추리소설이기 때문에 700 페이지라는 얇지 않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집어들었다. 우리나라에 꽤 소개된 프랑스 문학이나 독일 문학에 비해, 심지어 같은 언어권인 남미 문학에 비해서도 많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페인 현대문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글이 더 번역되어 소개된다면 언제든 기꺼이 읽을 생각이 있다.) 도입부는 조금 장식적인 느낌이 있어 읽을 만한 책인가 잠시 의심이 들었지만, 움베르토 에코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 지식백과와 같은 토막 상식들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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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Aesthetica)일상/book 2019. 10. 22. 13:12
§14 미학의 목적은 감성적 인식 자체의 완전함이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반면 피해야 할 것은 그것의 불완전함이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추함이다. §15 감성적 인식의 완전함은 너무도 비밀에 싸여 있어 우리에게 전적으로 모호하게 남아 있거나 오성적 능력 없이는 들여다볼 수 없다. 따라서 미적 인간 스스로는 이러한 감성적 인식의 완전함에 도달할 수 없다. §16 감성적 인식의 불완전함 또한 너무도 비밀에 싸여 있어 우리에게 전적으로 모호하게 남아 있거나 오성적 판단 능력이 없이는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미적 인간 스스로는 이러한 감성적 인식의 불완전함에 도달할 수 없다. §21 우리가 피해야 할 감성적 인식의 추함이나 결함, 오점에도 똑 같은 종류와 수가 있을 수 있다. 〮〮〮1) 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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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일상/book 2019. 10. 14. 00:05
좀 더 가볍게 철학에 다가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이전부터 눈여겨 봐두었던 책이다. 사실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은 부끄럽게도 『소피의 세계』라는 책에서 접한 것이 전부다. 이 책은 『소피의 세계』처럼 철학자의 사상을 해제(解題)해 놓은 책이기도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처럼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는 책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책의 전반부에 다룬 '절망'이라는 주제는 흥미로웠지만, 어쩐지 도덕규범과 신앙에 대해 다루는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졌다. 개인이 느끼는 절망의 원인이 외재적인지 내재적인지 냉철하게 따져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일리가 있다. '행복'을 우리 일상의 디폴트값으로 생각한다면 예상치 못하게 다가오는 절망이나 우울감은 자연히 장애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즉 우리 인생에 찾아오는 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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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걸작일상/book 2019. 10. 3. 00:03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으레 변명이 그러하듯 일상을 보내다보면 관심가던 것들이 바뀌고 흥미를 끌던 것들도 흐트러진다. 그런 까닭에 오노레 드 발자크의 글은 나의 변덕스러움 속에서 외면받아 왔었던 것이다. 이 얇은 책에는 짧지만 강렬한 두 편의 글―과 ―이 실려 있다. 퇴근길을 할애해가며 책을 후루룩 읽었다. 이 두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돈 후안과 프렌호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의심'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삶을 관조(觀照)하고 부유(浮遊)하는 돈 후안이나, 실재(實在)에 다가가기 위해 선 하나 면 하나에 번민을 거듭하는 프렌호퍼, 둘 모두 끝없는 회의(懷疑) 끝에 일종의 자기 부정(否定)에 이르는 인물들이다. '질레트'(즉 재현의 대상)와 '카트린 레스코'(즉 표현의 대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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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일상/book 2019. 10. 1. 22:15
건축과 관련된 책을 모처럼 읽게 된 것은 가까운 이웃나라들을 방문할 때마다 미묘한 건축물의 차이를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국사책에서 배웠던 우리나라 건축물에 대한 막연한 찬탄을 떠나,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교류했던 중국과 일본과 비교하며 보다 객관적으로 우리 건축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주심포(柱心包)와 다포(多包)를 다루는 공포(拱包)와 화반(華盤) 파트는 여전히 어렵다. 고인돌에 뿌리를 둔 우리의 유서깊은 석탑 문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가람배치를 비롯한 중정(中庭)에 대해서는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중국은 장강을 기준으로 이북과 이남의 건축 양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 일본에서는 지진에 대비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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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변신, 시골의사 外일상/book 2019. 9. 28. 23:06
프란츠 카프카의 글은 예전에 그림책으로 을 읽어본 것이 전부다. 이 앞에 조르주 바타유의 소설을 읽었다보니 가능하면 새로운 장르―키에르케고르를 주제로 한 책―를 읽으려다, 최근 프란츠 카프카와 관련된 연극 한 편을 예매해 둔 게 있어 미리 카프카의 글을 읽어두기로 했다. 또한 최근에 읽은 여러 책에서 유달리 프란츠 카프카에 대한 인용이 많았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어두고 싶은 생각도 있던 차였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들, 참으로 독특하다. 법학을 배운 그의 이력이 큰 몫을 했겠지만 '법(法)'을 주제로 한다는 것부터 이색적이다. 관료조직으로서 법행정의 무사안일함, 요제프 K.라는 인물의 법에 대한 인식, 법해석 논쟁(문지기와 시골남자의 일화!!), 이러한 틀 안에서 개인의 일탈과 심리의 변화,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