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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어떻게 말하는가일상/book 2019. 11. 11. 00:05
반려견을 키우자고 먼저 말한 것은 동생으로, 집에 반려견이라는 새 구성원이 들어오면서 불편한 점도 있고 즐거운 점도 있지만 지금은 나 역시 매우 열성적으로(?) 마음을 쏟고 있다. 처음에는 강아지에 대한 특성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세나개'와 같은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조각지식을 갖고 강아지를 키웠는데, 제대로된 훈육법보다는 애정을 무조건 앞세워서 서투르게 대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 녀석 버릇이 나빠졌다고 동생에게 핀잔을 듣곤 한다=_=)
여하간 책을 하나 잡고 진득하게 정돈된 반려견 지식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인터넷으로는 요령있게 알아보지 못해서 아예 하루 날잡고 서점에서 샅샅이 책을 뒤져보다 발견한 것이 이 책.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목차만 훑어보아도 개와 관련하여 빠져 있는 주제가 없다는 점이다. 강아지를 키우는 내 모토(?)가 '애완견이 아닌 반려견으로 키우자'는 것인데, '애완견'이라는 표현 자체가 함께 사는 파트너(반려견)보다는 '장난감'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토이'푸들 같은 표현도 좋아하지 않는데, 이미 가축화된 동물을 갖고 이런저런 표현을 따지는 게 유별난 건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그런 내 모토에 비추어보자면, 이 책은 개의 눈높이에서—개가 가축화되어 온 과정을 포함한—개가 사람과 공생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개의 의사소통 방식과 생리적 특징에 대해 안내한다. 개인적으로는 '우위성/서열'과 관련된 개의 표현방식—가령, 정면을 응시하는 것, 꼬리를 높이 들어올리는 것, 복부 측면을 드러내는 복종행위 등등—에 대해 관심있게 읽었다. 강아지가 주인에게 기대는 행위에 숨은 뜻(우위를 드러내는 의도)이 있다는 점도 신선했다. (대개는 친근함의 표시로 착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또한 냄새에 대한 정보가 개에게는 '이력서나 가십란을 읽는 것'과 같다는 대목 역시 재미있게 읽었는데, 과연 우리집 반려견도 산책을 나가면 울긋불긋한 단풍이나 코스모스는 안중에도 없고 바닥에 코를 들이밀고 킁킁대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마치 사람이 좋은 경치를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개의 입장에서는 여러 냄새를 접하고 싶하는 건가보다 생각은 했었는데, 개의 어떤 특성에서 그러한 구분이 생기는지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강아지는 결코 애정만으로 키우는 것은 아니다. 예뻐할 수만은 없는 순간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잠에서 깨기 싫은 오늘 아침 산책나가자고 짖어서 기어이 이불 밖으로 나를 이끌어내는 우리집 강아지처럼^^;;)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단숨에 반련견을 솜씨 있게 다룰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반려견과 내(그리고 가족 모두)가 모두 '웰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꼼꼼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반려동물 인구가 느는 것에 비해, 반려동물에 대한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교양서적조차 충분하지 않은 요즈음 권할 만한 책이다. (단순히 일러스트와 짧은 문구로 소개된 얇은 책자들보다 입문서적들보다 내용이 더욱 충실하다)
그렇다면 언어를 구성하기에 필요한 최소 요건은 무엇일까? 사람의 언어에는 다른 생물의 언어에는 없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언어와 혼동하기 쉬운 ‘구어’가 그 한 예이다. 사람이 언어를 통해 생각을 표현할 때 가장 일반적인 형식이 구어이다. 이때 구어를 발성하려면 후두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목구멍에 손가락을 대고 소리를 내보면 공기가 후두를 통과할 때의 진동이 느껴진다. 후두는 공기를 폐로 보내는 기관의 일부로서 포유류나 파충류 등 육상의 동물들에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는 직립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기도가 90도로 구부러져 있다. 그 때문에 후두부가 길고, 소리를 내기 위한 부속 기관도 갖추어지게 되었다. 예를 들면, 공명강(共鳴腔)은 사람에게는 두 개 있지만 개에게는 하나밖에 없다. 게다가 개의 짧고 평평한 혀에 비해 사람의 혀는 입 속으로 길고 두텁게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개에게는 사람과 같이 발성용 기관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예’, ‘이’, ‘유’ 등 구어에 필요한 소리를 마음대로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단어를 발음하는 데 있어 진화상 사람이 개보다 유리했던 점이 또 한 가지 있다. 사람은 직립하여 걷기 때문에 양손으로 자유롭게 사물을 다루고, 손에 든 무기를 사용하여 사냥을 하거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에게는 사냥이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한 이빨로 무장된 튀어나온 주둥이가 필요 없었다. 그래서 사람의 입과 코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입술은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연해진 것이다.
진화상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사람의 구어 발달에 개가 힘을 실어준 것은 아닐까 하는 매력적인 추론도 도출할 수 있다. 신석기 시대 이후부터 사람은 개와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개와의 협력 관계를 통한 수렵이 가능했기 때문이 아닐까? 개의 예민한 후각 기능을 빌리면 사냥감 찾기는 훨씬 쉬웠을 테니까.
여기서부터 중요한 추론을 할 수 있다. 사냥감을 쫓는 데 개를 이용하게 된 사람들은 미미한 냄새까지 구분하는 기능은 필요 없게 되었다. 따라서 사람은 보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얼굴로 진화되고, 그럼으로써 다양하고 복잡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를 대신하여 냄새를 맡는 역할을 해준 개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의미를 가진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자 구어가 발달하게 되었고, 단어의 많은 이점들, 즉 단어에 의해 집단을 조직하고, 지식이나 정보를 교환하는 등 생존에 유리한 수많은 것들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 p. 48~49
그럼 개나 코끼리, 꿩, 또는 사람은 어떻게 이 음정의 법칙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큰 것일수록 낮은 소리를 낸다고 하는 단순한 사실에 있다. 예를 들면,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크고 작은 두 개의 유리잔을 스푼으로 두드리면, 큰 유리잔 쪽이 낮은 소리를 낸다. 하프나 피아노의 현은 긴 쪽이 낮은 소리를 내고, 파이프오르간의 파이프도 긴 쪽이 낮은 소리를 낸다. 이 물리적인 현상은 생물에게나 무생물에게나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렇다고 해서 커다란 동물이 주변 동물들에게 자신의 크기를 알리기 위해 일부러 낮은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물리적인 원칙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는 생존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낮은 소리를 내는 것이 대부분 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몇몇 동물들은 알게 되었다.
···여기서 진화와 의사 전달의 수단이 어떻게 함께 발전되어 왔는가를 알 수 있다. 가령 당신이 어떤 동물이라고 하자. 동물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려고 하는 경우, 동물이 목소리 톤에 주목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당신은 의사 전달의 수단으로서 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다른 동물을 자신의 세력권에서 쫓아버리고 싶을 때는 낮은 음의 신호(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보내 자신은 크고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높은 음의 신호(낑낑거리는 소리)를 사용하면 자신은 가까이 해도 안전한 작은 동물이라는 것을 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다른 개체에게 행동을 바꾸게 하기 위한 신호로서만 사용된다는 점이다. 즉, 으르렁거림은 상대에게 멀어지라고 전하는 신호인 것이다. 공격을 하기로 결정한 개는 으르렁거리지 않고 묵묵히 공격에 나선다. 으르렁거려도 상대가 물러나지 않으면 개는 으르렁거리기를 그만둔다. 이것은 적의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다음은 싸움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때 개는 묵묵히 머리를 약간 낮추고 말려 올라간 입술을 떨며 돌진하면서 이빨을 드러낸다.
— p. 96~99
사람은 얼굴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사람에게 두 개의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얼굴 근육은 두 종류의 신경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하나는 수의근(隨意筋)이고 또 하나는 불수의근(不隨意筋)이다. 수의운동을 담당하는 신경계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얼굴 근육은 움직이지만 거짓 표정을 지울 수 없어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나타난다.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불수의운동을 담당하는 신경계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한 얼굴 표정이 바뀌지 않는다.
···사람이 얼굴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불수의근이 주로 얼굴 윗부분에, 수의근이 얼굴 아랫부분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개의 얼굴 표정, 특히 얼굴 아랫부분과 입 주변의 표정은 사람의 그것과 공통점이 많다. 다만 변화의 폭은 좁다. 개에게는 입의 표정을 숨기거나 조정할 수 있는 수의근이 없거나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개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개는 입이나 얼굴 표정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개의 얼굴 표정에서 제약을 받는 것은 입 구조가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 사용하는 목적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는 표정에도 한계가 있다.
— p. 129~130
지금까지는 개의 입 표정이 전하는 위협의 정도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것을 유발하는 원인은 별도의 문제이다. 위협은 사회적 우위감을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분노나 불쾌감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공포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신호의 배면에 있는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에 따라 개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겁먹고 있는 개의 행동은 자신감 있고 지배적인 개가 취하는 행동과는 다르다. 자신감 있는 개는 도전을 받아 화나고 불쾌하게 느꼈다가도 상대가 물러나면 위협을 그만둔다. 그리고 금방 침착하고 온화한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겁먹은 개는 오랫동안 공포심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감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 뭔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곧바로 다시 공격적인 태도로 돌아간다. 또는 긴박한 대결이 끝난 순간 몹시 서둘러 달려가 버리는 경우도 있다.
— p. 134
원래 얼굴의 기본 생김새는 섭취할 음식을 잘 판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동물이 모두 무해하고 소화 가능한 것만 입에 넣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식별하기 위한 세 가지 감각(미각, 후각, 시각)이 발달해 있는 것이다. 그 배치는 어느 동물이나 같아서 입속에 미뢰가, 그 바로 위에 콧구멍이, 그리고 약간 높은 곳에 눈이 있다.
이렇듯 얼굴 생김새의 기본은 대개의 종(種)이 공통된 특징을 보이지만, 눈은 약간 다르다. 사냥감의 표적이 되었을 때 달리는 것만으로는 몸을 지킬 수 없는 동물의 경우, 적의 접근 재빨리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토끼나 영양의 눈은 머리 양옆에 붙여 있어 풍경을 널리 조망할 수가 있고, 때로 360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동물도 있다. 이런 동물에게 살며시 다가간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호랑이, 이리 등 포식동물의 눈은 헤드라이트처럼 정면을 향하고 있다. 그 눈으로 쌍안경처럼 멀리 있는 것의 거리를 분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냥감과의 거리가 파악되면 확실하게 습격하여 넘어뜨릴 수가 있고, 사냥의 성공률은 높아진다. 개 역시 포식동물이기 때문에 눈이 양면으로 달려 있다.
— p. 157~158
높은 위치의 꼬리가 지배적인 신호로, 낮은 위치의 꼬리가 복종과 불안의 신호로 진화한 데에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개의 항문선 냄새는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개의 감정이나 성적인 수용 태세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항문선은 그 개의 이력서와 같다. 즉, 꼬리를 높이 올리고 있는 개는 세상을 향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높은 꼬리의 위치가 항문선을 속속들이 드러내어 냄새를 발산한다면, 낮은 꼬리의 위치는 당연히 냄새의 발산을 억제한다. 뒷다리 사이에 단단히 꼬리를 감아 넣으면 생리적으로 항문선으로 감추어지고, 향수병의 마개를 닫은 것처럼 냄새가 밖으로 풍기지 않는다. 즉, 개는 자신을 증명하는 냄새의 발산을 억제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숨기는 것이다.
— p. 180~181
▶ 크게 꼬리를 흔드는 것과 동시에 허리로 좌우로 흔들린다
이것은 특히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하는 인사이다. 개에게 '특별한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의 반응이기도 하다. 또 개가 처음으로 명령을 배울 때에도 이런 식이다. 이렇게 꼬리를 흔드는 방식은 행복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하다. 최고의 겸양을 나타내는 신호로 "위대한 리더님, 저 여기 있어요. 뭐든 분부만 하세요. 그리고 저를 괴롭히지 말고 소중히 대해주세요"라는 의미이다.
— p. 186~187
기대는 것은 어깨를 부딪치는 행동의 소극적이고 온순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우위를 나타내고 싶은 개는 다른 개 옆에 서서 자신의 몸을 기댄다. 그랬을 때 상대가 조금이라도 이동하면 기댄 개의 우위성을 인정받는 것이 된다.
— p. 209
강아지는 보통 걷기 시작하면서 동료와 놀게 되면 곧바로 마운팅을 한다. 이것은 성적인 행동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동인 것이다. 어린 강아지는 마운팅을 통해 자신의 육체적 능력과 무리 속에서의 가능성에 대해 배워나간다. 기본적으로 이 행동은 지배성의 표현이다. 강하고 튼튼한 강아지는 단순히 주도권이나 지배성을 나타내기 위해 복종적인 형제나 자매의 등에 올라탄다.
— p. 237
사람의 후각 수용체는 약 500만 개로, 냄새에 대한 민감함으로 보자면 포유동물 중 최하위에서 세 번째 정도이다. 반면 개의 후각 수용체는 평균 약 2억 2천만 개로 냄새에 대한 민감함은 사람의 44배이다. 더구나 개의 코는 그 방대한 후각 수용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다. 무엇보다 개의 콧구멍은 움직일 수가 있어 냄새의 방향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또 냄새를 맡는 방법도 사람과 다르다. 개는 폐까지 숨을 들이마시지 않고,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개의 코 내부에는 사람에게는 없는 뼈와 같은 것이 있다. 들이마신 공기는 이 뼈의 층을 통과하여 많은 냄새의 분자가 그곳에 부착된다. 이 층의 위쪽은 내뱉는 숨으로 세정되지 않기 때문에 냄새의 분자가 부착된 채 그곳에 모인다. 개가 평소에 호흡할 때는 공기가 코를 통과하여 폐로 내려간다. 그러나 킁킁 냄새를 맡을 때는 공기가 코 안에 머물고, 냄새는 농도를 높인다. 즉, 아주 미세한 냄새라도 식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p. 267~268
냄새를 맡는 것이 종이에 씌어진 메시지를 읽는 것이라고 한다면, 개가 사용하는 잉크는 오줌이다. 즉, 개의 오줌에는 그 개에 관한 정보가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개들에게 인기가 있는 가로수의 냄새를 맡으면 최신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나무는 말하자면 개 세계의 타블로이드판 신문과 같다. 연재 소설을 게재하지 않지만, 가십난이나 개인광고란은 확실하게 있다. 다른 개들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나 나무의 냄새를 우리 집의 개가 맡고 있는 모습을 보면, 뉴스를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럼 개와 사람이 신문 기사를 읽을 때 다른 점은 무엇일까? 사람은 기사를 꼼꼼히 읽을 수 있는 반면, 개는 대개 '발문'을 읽자마자 목줄이 당겨져 다른 곳으로 끌려 가버린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개 주인은 대부분 다른 개가 남긴 오줌 냄새를 맡는 것이 불결하고 꼴사나운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방뇨 장소로서 적합한 것은 수캐가 수직으로 서 있는 것에 '냄새 뿌리기'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면에서 높은 곳일수록 뿌려놓은 냄새가 멀리까지 날아간다. 그리고 수직으로 서 있는 것이 표적으로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냄새 뿌리기의 높이가 자신의 몸 크기를 다른 개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개의 세계에서 몸 크기는 지배성의 중요한 수단이다. 지배성은 암컷보다 수컷에게 더욱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수컷은 방뇨할 때 한쪽 발을 들고 오줌을 높이 날리는 버릇이 있다. 게다가 그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다른 개가 그 위에 냄새 뿌리기를 하여 메시지를 없애버릴 가능성이 적어진다.
— p. 271~272
마지막 네 번째는 진화론적으로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인데, 이 묳나 행동이 개의 변장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개가 아직 가축화되지 않았을 때, 즉 생존을 위한 수렵을 하던 시대부터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영양은 근처에서 야생개나 재칼, 또는 이리의 냄새를 맡으면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곧바로 도망갈 것이다. 때문에 야생 개과동물 영양의 배설물 위를 굴러 냄새를 속이는 법을 배웠다.
— p. 276
고양이와 개의 의사소통 신호를 비교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고양이의 행동 습성에 대해서 조금 알 필요가 있다. 앞에서 본 것처럼 개의 무리는 위에서 아래까지 꽤 계층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인간 사회 조직의 많은 측면을 반영한다.
···지배구조는 고양이가 조직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에도 나타난다. 그렇지만 조직 내에서 서로 간의 상호 작용은 개보다 훨씬 적다. 고양이가 비사회적이거나 반사회적 동물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사회조직 개념이 그리 발전된 것은 분명하다.
···개의 경우, 영역이란 한 개체의 것이 아니라 무리 전체의 것이다. 개마다 개별적으로 선호하는 자리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무리 내 다른 개체가 아무런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서도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에는, 고양이 각 개체가 자신이 가진 영역의 크기에 따라서 서열을 표현한다. 고양이는 상하 공간도 사용하기 때문에 우두머리 고양이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가령, 냉장고 위나 책장 위)에 오르려 한다.
— p. 293
두 동물이 모두 꼬리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꼬리가 전달하는 의미는 거의 반대에 가깝다. 개의 경우, 꼬리를 크게 흔드는 것이 친근감의 표시여서 상대가 호의를 가지고 자신에게 가까이 오게 만드는 반면, 고양이의 경우에는 꼬리를 흔드는 것이 적대감의 표시여서 갈등이나 긴장을 나타내며 상대가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지도록 한다.
···이렇게 꼬리의 큰 움직임뿐만이 아니라 작은 움직임도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꼬리를 자신의 몸 쪽으로 넣고 몸을 낮춰서 두려움과 복종의 표시를 보내는 것은 고양이와 개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다른 꼬리 신호는 의미가 서로 다르다. 상대에게 복종을 하고 자신이 아래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표시로 개는 꼬리를 낮추고 엉덩이 사이에 길게 축 늘어뜨리고선 안 흔들고 가만히 둔다. 고양이도 이런 비슷한 꼬리 모양을 만드는데, ···그 의미는 복종이 아니라 공격을 하겠다는 의미다.
···꼬리를 위로 치켜세우거나 등 쪽으로 살짝 구부러뜨리는 것이 개의 입장에서는 자신만만한 우월감과 권위의 표시이지만 고양이에게는 가장 친근감을 나타내는 표시 중 하나다. ···개와 마찬가지로 고양이도 항문 주변에 취선(臭線)이 있어서 상대가 누구인지 구별할 수 있게 하는 페로몬을 분비한다. ···이렇게 꼬리를 세운 고양이를 본 개는 '우월'이라는 언어로 잘못 해석한다.
— p. 301~302
현재의 집개(사육견)는 이리 등의 야생 개과동물과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르다. 가장 큰 차이가 네오테니(Neoteny), 즉 어린 시기의 특징과 행동이 성장해서도 남는다는 점이다. 집개는 성장견이 되어도 짧아진 입, 쑥 내민 넓은 이마, 짧은 이빨, 처진 귀 등 성장한 이리보다 새끼 이리와 닮은 특징들을 갖고 있다. 행동 면에서도 집개는 야생 개과동물의 성장견보다 새끼 쪽에 가까워 일생 동안 놀이를 좋아한다. 게다가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짖는 행동은 성장한 이리에게서는 볼 수 없는 새끼 이리만의 특징인데, 성장한 집개는 이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집개는 개과동물 세계의 피터팬인 것이다.
— p. 311
개의 의사 전달 목적 중 하나는 무리 속에서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쌍방이 상처를 입지 않도록 충돌을 피하는 데 있다. 그러나 강아지적 언어밖에 말하지 못하는 견종은 어휘가 한정되어 있고, 공격적인 신호보다도 복종적인 신호를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적 야심이나 순위를 주장하는 다른 개들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 자신보다 우위인 개에게 굴복할 기회마저 놓쳐버리는 일도 종종 생기게 된다.
— p. 318
우선 언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의미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가 상대에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당연한 얘기다. 단어는 사물, 사고, 행동, 감정 등을 나타낸다. 단어 하나 하나에 의미가 있음과 동시에 단어끼리 연결지으면 의미를 바꾸거나 명확히 할 수도 있다. 이미 살펴본 대로, 개의 신호는 분명히 의미를 갖고 있다. 개는 맹목적으로 짖거나 꼬리를 올리거나 상대를 노려보지 않는다.
언어의 또 다른 기본적인 조건은 '전위(轉位)'이다. 즉, 언어는 공간적·시간적으로 위치를 바꾼 사물이나 일어난 일을 전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언어를 사용하여 지금 눈앞에 없는 것에 대해 전달하고, 과거나 미래에 대해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는 스스로 추상적인 사항에 대해 말은 못해도 추상적인 것을 포함한 단어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의 언어와 같은 의미에서의 '진짜 언어'가 개에게 있는가 하는 문제로, 가장 걸리는 점 중의 하나가 문법이다. 문법은 언어를 구성하기 위한 규칙이다. 규칙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구문법, 즉 단어나 문구를 연결하는 순서이다. ···그렇다면 과연 개 언어에 이 '조합의 법칙'과 '언어 배열의 법칙'에 해당되는 문법이 있을까. 오랜 세월 대부분의 학자들 답은 '노'였다. 그러나 최근의 관찰 조사에서 개에게도 문법이 있다는 점이 시사되고 있다.
···우선 '조합의 법칙'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는 단어에 함께 조합될 수 있는 것과 조합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법칙이다. 개나 이리의 소리를 조사해보면, 결코 함께 조합될 수 없는 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울부짖음과 콧소리의 조합은 들은 적이 없다.
···또한 개 언어는 동작이나 몸의 자세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조합될 수 없는 소리와 자세가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사지를 뻣뻣하게 경직시킨 자세로, 콧소리나 높은 톤으로 칭얼거리는 개는 없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가장 획기적인 것은, 개 언어에도 '배열의 법칙'이 있다는 지적이다. 개가 내는 가장 흔한 두 가지 소리에 대해 생각해보자. 하나는 입술을 말아 올리고 '아르르르'하고 으르렁거리는 소리이다. 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우위의 개가 다른 개 내지는 사람을 쫓아버리고 싶을 때 내는 경고의 소리이다. ···또 하나는 저음으로 시작되었다가 차츰 높아져서 "읍"하는 소리로 끝나며 짖는 소리이다. 문자로 표현하면 "으르르우웁"하는 느낌이 된다. 이것은 무리의 주의를 끌기 위해 발하는 경고의 소리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소리가 조합되면, 그 순서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으르르르르 우웁"의 경우는 놀자의 의미로, 놀이로 유인하는 몸짓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웁 으르르르"로 거꾸로 된 경우는 또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 이것은 불안한 개가 내는 위협의 신호로, 음식 등의 중요한 것을 지키려고 할 때나 두려워 보이는 개를 물러나게 할 때에 쓰인다.
— p. 326~329
언어의 마지막 기본 조건은 '생산성'이다. 진정한 의미의 언어는 상황이나 장면에 따라 새로운 표현이 무한정 가능하다. 바꾸어 말하면,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의 창조적인 시스템으로 한정된 문장이나 문구를 재이용하는 반복적 시스템은 아니다.
— p. 331
사람들이 사회적·감정적인 화제에 단어를 허비하는 경우가 아무리 많아도 언어가 결여되어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개 언어가 사회적인 관계나 감정적인 사항에 화제가 집중되어 있다고 해서 개에게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구조와 복잡성의 정도로 말하자면, 개 언어는 두 살짜리 아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그 언어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성인의 3분의 2가 입에 담는 내용과 거의 같다. 다시 말해 사회의 일상적인 사항, 사회의 구성, 그리고 그들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감정의 세계와 관련된 화제인 것이다.
— p.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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