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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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책 두 권일상/book 2018. 12. 29. 13:17
친구와 서점에 갔다가 즉흥적으로 구매한 책. 사르트르의 를 살까 잠시 망설이다가 요새 독서도 별로 안 하는데 가벼운 책이라도 완독하자는 의미에서 이 책을 골랐다. (사실 라고 해도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다) 그리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서평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예상보다도 짧은 단편인데, 작가가 이나 에서 묘사했던 살풍경한 배경이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에서 등장했던 '부엔디아'라는 인물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대령은 공화군으로 싸워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혼탁한 정치현실 속에 공로를 인정 받지 못하고 약속된 연금마저 받지못하는 처량한 신세에 처한 인물이다. 오히려 수시로 바뀌는 정권은 조금이라도 반정부적인 여론을 뿌리째 뽑기 위해 언론을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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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단편소설 두 편일상/book 2018. 11. 19. 00:19
투쟁 영역의 확장/미셸 우엘벡/열린책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앙리프레데리크 블랑/열린책들 내가 본 것들을 쓰지 않는다면 나는 그만큼,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나는 다만 조금 더 고통스러울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글쓰기가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난 일을 되새기게 하고, 그 성격을 규정할 뿐이다. 그것은 일관성이 있는지, 사실적인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는 여전히 핏빛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지만, 거기에는 어떤 좌표들이 있다. 불과 몇 미터 앞에 혼란이 있다. 독서의 절대적이고 기적적인 힘과는 얼마나 대조되는가! 평생 읽기만 하면 소원이 이루어질까? ···세상이라는 구조물은 고통스럽고 불충분하다. 그것은 변경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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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일상/book 2018. 11. 18. 20:33
대학로에 있는데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비었다. 마로니에 공원 근처의 건물 안에 멍하니 앉아 있기도 그래서 잠시 망설이다 서점을 향했다. 생각보다 혜화역 일대에 서점이 많지는 않았고, 알라딘은 거리가 꽤 되었다. 하릴없이 이음책방으로 향했는데, 지하에 자리잡은 아담한 서점이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를 읽을까 생각했지만, 최대한 가벼운 책을 고르자는 생각에서 발견한 것이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다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이유가 없다;; 책은 구 동독에서 거주하던 한 여성이 독일통일을 전후하여 겪는 이야기로, 다분히 자전적인 성격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줄곧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은 이라는 독일 영화였다. 영화는 동독에 사는 한 가족이 베를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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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의 마지막 강의일상/book 2018. 11. 13. 23:25
이러한 차이들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장소의 차이인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잠시만 성찰해 보아도 이 같은 차이들이 시간을 통해서만 도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변화는 흘러간 시간을 함의한다. ···우리가 지리적 사실의 설명에 있어 분리선을 갖다 놓는 것은 언어에 대한 일종의 비유를 통해서이다. 시간이라는 요인이 두 측면에 걸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축약을 통해서 그것을 제거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표현들을 취하게 된다. 한 가지 더 말해 둘 것은 차이들을 만드는 데 작동하는 것은 오직 시간이라는 것이다. 1) 향토 정신의 힘. 제한된 공동체에서 발달하는 습관들로서 그것들은 강력하다. 각 개인의 유년기의 습관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서, 그 자체에 양도된 이 같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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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일상/book 2018. 11. 6. 18:15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장미의 이름』을 읽은 것이 전부인데,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가장 크게 놀라는 점은 아무래도 그의 박학다식함이지만, 또 한 가지 눈여겨보는 것은 사회에 대한 해학이다. 『장미의 이름』에서 호르헤 수도사를 등장시킴으로써 종교신앙의 교조주의적 태도를 비판했다면, 『제0호』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기득권의 부패와 이에 편승하는 언론에 대해 비판의 일격을 가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이 책에서 ‘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화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언론에 대한 저자의 관점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와 더불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네 번째 기둥으로까지 일컬어졌던 언론은 오늘날 과연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미국 대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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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일상/book 2018. 11. 2. 19:25
가끔 과학 분야의 서적을 찾아 읽곤 한다. 확 꽂히는 주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과학에 문외한이 되지 않기 위해 읽는 정도인데, 이 책은 라는 자못 철학적인 명제를 달고 있어서 서가 진열된 책 중에서도 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책은 현대 이론물리학의 축을 이루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 다루는데, 원자론에 대한 개념을 처음으로 착안한 데모크리토스로부터 이야기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간다. 도표화한 개념 정리와 이해를 돕는 삽화, 무엇보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저자의 배려 덕분에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수월하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내가 이해를 제대로 한 게 맞는지 찝찝한 내용들이 몇몇 있다. 예를 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현대 양자역학이 접점으로 수렴해가는 과정에서 몇몇 핵심 개념이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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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일상/book 2018. 10. 25. 19:07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레비-스트로스의 책을 읽고 나서 20세기의 마지막을 살았던 예전 사람들이 동시대의 우리보다 더 생각이 깊고 인간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은 ‘스마트’다 ‘인공지능’이다 인간의 삶이 편리해졌지만, 반대급부로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것 같다. 오늘날의 우리는 심적인 여유를 갈망하면서도 길게 호흡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긴 문장을 기피하고 인간관계를 천천히 쌓아올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를 대신해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줄임말로 점철된 토막난 텍스트들과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유지이다. 레비-스트로스처럼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하나의 부족에 천착(穿鑿)하여 집요하고 끈질기게 탐구하는 태도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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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 :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일상/book 2018. 10. 16. 21:55
자연은 모든 곳에서 자연 자신의 능력을 배분할 때 목적을 가지고 행합니다. 그런데 의지는 그 자체로 선하며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의지는 유일한 선함이 아니어도 선함의 전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만, 최고의 선함이자 나머지 모든 선함의 조건이며, 그리고 행복을 열망하는 조건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성의 참다운 사명은 선한 의지를 낳는 것입니다. 일차적이며 무조건적인 목적에 필수적인 이런 이성을 잘 수양하는 것이 행복 달성에 여러모로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인생에서는 그러하지요. 행복이란 항상 조건적이며 이차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성이 행복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지혜와 모순되지는 않습니다. 이성이 심지어 행복을 무가치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