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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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론 : 니체, 마르크스, 비트겐슈타인, 프로이트의 신체적 유물론일상/book 2018. 10. 15. 23:16
몸의 비개인성을 감안할 때, 몸은 자아에게 낯설고 외적인 존재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원론은 어떤 의미에서 납득할 만한 오류다. 이원론자들의 오류는 인간을 자기 분열적 존재로 보는 것에 있지 않다. 그들의 오류는 단지 이 균열의 본성을 잘못 파악하는 것에 있다. 우리는 공간을 차지한 몸과 영혼이라는 에테르적인 항목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몸을 개체화하거나 정신을 방해하는 요소로 느낀다 하더라도, 그런 경험을 하는 자아는 체화된 현상이다. 자신의 살이 낯설고 외적이라는 느낌은 실제로 '영혼'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때 영혼이란 유기체로서 사람의 유의미한 삶을 뜻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과 불화하는 것은 몸과 영혼이 서로 불화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적이고 창조적이며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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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책일상/book 2018. 10. 9. 15:39
죽은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죽음이란 길을 떠나는 일 같다고 생각한다. 시체는 그가 떠나면서 남긴 옷과도 같다. 누군가 떠났고 그동안 입고 있던 유일한 겉옷은 그에게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p. 57(40)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했다. 이해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을 잊는 것이다. 나는 어떤 대상을 이해한 후에야 그것을 사랑하거나 증오할 수 있다고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발언만큼 거짓인 동시에 의미심장한 발언을 알지 못한다. 고독은 나를 황폐하게 만들고, 동행은 나를 억압한다.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면 생각이 방향을 잃는다. 모든 분석력을 동원해도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한 방심 상태에서 곁에 있는 존재에 대해 꿈꾸기 때문이다. p. 66(48) 나는 내 마음속에 다 그려지지 않은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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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삶일상/book 2018. 9. 26. 20:59
만일 권력의 일부를 보장받을 차례가 주어지는 자들에게서 이 권력이 제시하는 삶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이 있음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어떤 참된 정치 공동체가 실존할 가능성을 얻게 될 거야. 왜냐하면 돈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필요한 무언가를 부유함으로 여기는 자들만이 권력에 도달하게 될 테니까. 참된 삶이, 풍부한 사유로 가득한 그런 삶이 부유한 것이라고 여기는 자들만이 말이야. 반대로 개인적 이득에 굶주린 자들이, 권력은 언제나 실족과 사유화된 재산의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자들이 공적인 일에 달려든다면, 어떠한 참된 정치 공동체도 가능하지 않겠지. 이런 자들은 항상 권력을 얻으려고 서로 싸우며, 이 투쟁은 사적인 열정과 공적인 권력을 뒤섞어서 최상위의 역할을 노리는 찬탈자들로 국가 전체를 망가뜨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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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게르망트쪽 II일상/book 2018. 9. 22. 21:16
병과 죽음의 심연이 우리 몸속에 열릴 때면, 또 세상과 우리 자신의 육체가 우리에게 덮치는 혼란스러운 동요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때면, 그때 근육의 무게를 유지하고 골수까지 파고드는 전율을 견디면서 평소에는 그저 사물의 소극적인 자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던 그런 부동 자세를 취하는 일이나, 머리를 똑바로 세우고 안정된 눈길을 유지하는 일조차도 모두 생명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극심한 투쟁이 된다. p.13 깨어남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큰 변화는 우리를 명료한 의식의 삶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지성이 쉬던 곳, 마치 유백색 바다 밑과도 같은 곳에 새어든 빛에 대한 온갖 기억을 잊게 하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표류하던 곳에서 반쯤 가려진 상념은 깨어 있음이라는 이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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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림자일상/book 2018. 9. 21. 17:31
사람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고 미숙한 존재인지 불쑥 깨달음으로써 짧게 폭발하듯 성장한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곰팡이가 핀 버스 운전사의 잿빛 얼굴, 그리고 외투와 겨울 모자와 귀마개와 근심에 꽁꽁 싸매어져 있는 다른 루마니아 승객들의 얼굴을 보고 있는 동안, 부쿠레슈티는 나로 하여금 내가 잃어버린 지난 5년간의 모든 역사를 무의식중에 깨닫게 만들었다. p.43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도덕적으로 깊이 관여하면서 동시에 심장을 얼음처럼 차갑게 유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꼭 필요한 섬세한 감성을 유지하며 고통스러운 사건을 기술하는 동시에 그 사건에 지나치게 몰입되지 않을 수 있을까? ···콘래드의 합리주의는 모험담 앞에 무릎 꿇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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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사일상/book 2018. 9. 10. 22:58
카스트 제도가 언제 형성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리스 사람들의 기록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기원전 4세기보다 늦을 수는 없다. ···카스트 제도라는 독특한 사회제도가 인도에서 발달하게 된 것은 외부세계와의 활발한 교류를 방해하고 있는 지리적 폐쇄성에서도 기인하고 있다. 힌두교의 하부구조인 카스트 제도의 특징은 배타성에 있다. 후일 모슬렘을 비롯한 이민족의 지배 아래서 힌두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로마 제국의 기독교 승리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다른 종교와의 타협을 철저히 거부함으로써 그들만의 독특한 제도를 강화해 나갔기 때문이다. 사실 카스트 제도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인도의 기본적인 종교관념인 윤회(輪廻)와 업(業) 사상이다. 개인의 구제는 자신의 카스트에 대한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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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게르망트 쪽 I일상/book 2018. 8. 23. 00:05
그때 게르망트라는 이름은 산소나 다른 기체를 담은 작은 풍선과도 같아, 내가 만약 그 풍선을 터트려 안에 담겨 있는 걸 나오게만 한다면, 나는 그해의 콩브레 향기를, 바람에 살랑거리는 산사나무 꽃향기가 섞인 그날의 콩브레 향기를, 광장 한 모퉁이에서 비를 알리는 전조인 바람이 차례로 햇살을 날아가게 하고 성당 제의실 붉은 모직 양탄자를 펼쳐 놓고 거의 제라늄 분홍빛에 가까운 반짝이는 살색으로, 말하자면 환희 속에 그토록 축제에 고귀한 빛을 띠게 하는 바그너풍 부드러움으로 덧칠하던 향기를 호흡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오늘날에는 죽은 철자 가운데서 갑자기 실체가 꿈틀거리며 그 형태와 새겨진 모양이 느껴지는 아주 드문 순간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의 현기증 나는 소용돌이 속에서 실질적인 용도로밖에 쓰이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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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잃어버린 문명일상/book 2018. 7. 22. 11:59
지도를 펴놓고 보면, 유라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아프가니스탄이 있다. 유라시아의 동반부와 서반부가 만나는 위치이다. 우리가 관례적으로 쓰는 '동(East)'과 '서(West)'라는 말에는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에 있는 조그만 조각에 불과한 유럽(즉 서양)의 관점에서 세계와 역사를 보는 정치성과 허구성이 숨어 있다. 지난 몇 백 년 동안의 역사를 통해 세계의 주인 행세를 해 온 구미(즉 서양)를 그만큼 과장하는 것이다. 'West'는 하나지만 'East'에는 'Near East'도 있고 'Middle East'도 있고 'Far East'도 있는 것이 그 점을 단적으로 알려준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를 넓혀 유럽과 더불어 유럽의 적으로서 서로 변증법적 관계에 있었던 중근동을 '서'라 하고, 사상과 종교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