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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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일상/book 2017. 10. 24. 19:50
읽은 지 2주 가까이 되어 리뷰를 잘 적어내려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워낙 흥미롭게 읽은 책이라 기억을 더듬으며 몇 자 리뷰를 남겨본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승전국을 중심으로 전후정리가 한창이던 20세기 중반에, 일본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서양의 어느 문화인류학자에 의해 이토록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글이 쓰여졌다는 것이 먼저 놀라울 뿐이다. 물론 전승국으로서 미국의 국가적 위상이 한껏 고취되었던 시기에 서술되었다는 점에서, 일부 서구우월주의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엿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논리적 분석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共 저자의 분석 가운데에서 가장 울림이 있었던 것은 ‘일본인은 지극히 현세적’이라는 주장이다. 일본인은 개개인이 늘 극도의 긴장상태에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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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일상/book 2017. 10. 9. 01:47
소를 죽이고 쇠고기를 먹는 것을 금하는 금기는 흑소의 작은 체구와 그 놀라운 생존능력이 보여주는 적자생존의 산물 가운데 하나일지 모른다. 가뭄과 굶주림을 겪는 동안 농부들은 자기 가축을 잡아먹거나 팔아넘기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낄 것읻. 이런 유혹에 굴복한 자는 가뭄에서 살아남을지라도 결국은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왜냐하면 소를 없앤 후 비가 오게 되면 그 때에는 이미 토지를 경작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다음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즉 굶주림을 겪는 동안 소를 대량 도살하는 것은 평상시 소의 유용성을 잘못 계산한 일부 농부들이 집단의 복지를 위협하는 것보다 훨씬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암소를 죽이는 것을 아주 불경하게 간주하는 감정은 아마도 순간적인 욕구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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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일상/book 2017. 9. 24. 11:51
탈레브에 따르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구체적이며 분명한 것,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흥미진진하고 낭만적인 것이다. 애당초 인간은 추상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사고의 오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분류는 늘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 이루어진다.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어떤 사건들이 그런 식으로밖에 일어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예컨대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프랑스혁명이나 1차 세계대전의 발발이 불가피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어떤 일이 시작되는지를 알지 못했다. 2001년 9월 11일 이후로 모두가 테러리즘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9월 10일만 해도 테러리즘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내일 후세대가 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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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스완네 집 쪽으로 I일상/book 2017. 8. 20. 17:07
삶에서 가장 사소한 것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우리 인간은 마치 회계 장부나 유언장처럼 가서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물질로 구성된 전체가 아니다.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아는 사람을 보러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그 사람에 대한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관념들이 그 사람의 두 뺨을 완벽하게 부풀리고, 거기에 완전히 부합되는 콧날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목소리 울림에 마치 일종의 투명한 봉투처럼 다양한 음색을 부여하여,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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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맛, 공간, 사람일상/book 2017. 8. 11. 07:10
표면적으로 볼 때 파리의 초기 레스토랑은 시민 계층의 여론이 형성된 카페와 비슷했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만나 토론하고 논쟁을 벌였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교회나 궁정에서와는 달랐고, 엘리트들의 살롱과 아카데미, 또는 교양 있는 계층의 사교 모임과도 달랐다. 자기가 마실 음료나 음식 값만 지불할 수 있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고, 자유롭게 대화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 카페 안에는 신문들이 구비돼 있었고, 신문은 별다른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공급했다. 토론에 개입해 논쟁을 끝내고, 지시를 내리는 권위자는 없었다. 분쟁이 있더라도 언젠가는 이성이 승리하고 결론이 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그러나 레스토랑은 카페와는 다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토론하려고 레스토랑에 가지는 않는다. 신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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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일상/book 2017. 7. 22. 19:44
대젓가락이 바삐 움직이네,쓰든 달든 늘 먼저 맛을 보네.비록 자기는 아무것도 먹지 않지만,분주히 오가며 시중드는 것을 좋아하네.-정량규(程良規) '날 것(生)'과 '익힌 것(熟)'은 고대 중국에서 그들이 알고 있는 세계의 문명 발달에 대한 서로 다른 차원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된 두 개의 개념, 일종의 기표였다. 다시 말해, 중국인이 믿었던 것처럼 자신과 같은 문명사회는 대개 그들 문화권의 변방에 있었던 야만 또는 '날 것'인 사회들과 비교할 때 '익힌 것'이었다. 구운 음식은 자연의 편에 놓일 수 있고, 끓인 음식은 문화의 편에 놓일 수 있다. 음식을 끓이는 것은 문화의 산물인 그릇의 사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굽는 것과 끓이는 것은 모두 불을 사용하지만, 전자는 음식을 불에 직접 노출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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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일상/book 2017. 7. 17. 01:02
그는 스스로를 경멸하고 업신여기는 데에는 자기가 첫째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스스로를 경멸하고 업신여기는 데에는 첫째가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앞부분을 제외하면, '첫째가는 사람'이라는 말만 남으니 자기가 이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사람도 첫째가는 사람이 아닌가? 누가 그랬다. 어떤 승리자는 적이 호랑이나 독수리 같기를 바라는데 그래야 승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서다. 반대로 적이 양이나 병아리 같다면 승리가 재미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승리자는 모든 것을 이겨낸 뒤 죽은 사람은 죽고 항복한 사람은 항복하여 "신은 실로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나이다"라고 하여 더이상 적이 없고 상대도 없고 친구도 없어져서 자기 혼자만 남았을 때, 혼자서 외롭고 적막하고 처량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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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일상/book 2017. 6. 25. 19:55
그러고는 마치 나를 최종적으로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이 무너뜨리려는 듯 삐뚤어짐이라는 기운이 찾아왔다. 이 기운에 대해 철학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내 영혼이 살아 있음을 확신하는 것만큼이나 삐뚤어짐이 인간 마음의 원초적인 충동 가운데 하나임을―인간 성격의 향방을 결정하는 불가분의 본원적 기능이나 감정 가운데 하나임을―확신한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쁜 짓이나 어리석은 짓을 수차례 저질러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오로지 법이 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없이 훌륭한 판단마저 무시하고 법이란 것을 어기려는 성향을 항상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를테먼 이런 삐뚤어진 기운이 나를 최종적으로 무너뜨리고야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