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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 :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일상/book 2018. 10. 16. 21:55
<굿윌:도덕형이상학의 기초 / 임마누엘 칸트 / 이소노미아>
자연은 모든 곳에서 자연 자신의 능력을 배분할 때 목적을 가지고 행합니다. 그런데 의지는 그 자체로 선하며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의지는 유일한 선함이 아니어도 선함의 전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만, 최고의 선함이자 나머지 모든 선함의 조건이며, 그리고 행복을 열망하는 조건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성의 참다운 사명은 선한 의지를 낳는 것입니다. 일차적이며 무조건적인 목적에 필수적인 이런 이성을 잘 수양하는 것이 행복 달성에 여러모로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인생에서는 그러하지요. 행복이란 항상 조건적이며 이차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성이 행복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지혜와 모순되지는 않습니다. 이성이 심지어 행복을 무가치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만, 그것이 자연의 섭리를 벗어난 것도 아닙니다.
#1. "마치 보편적인 자연법칙처럼 적용될 것 같은 준칙을 선택해야 한다."
#2. " 이성적인 존재는 자신의 본성에 의해 스스로 목적이 되는 존재이므로
이러한 이성적인 존재는 모든 준칙마다 상대저기며 임의적인 것에 그치는 온갖 다른 목적을 제한하는 조건이 되어야 한다."
#3. "이성적인 존재 스스로 법률을 만드는 것이므로 모든 준칙은 자연의 왕국처럼 목적의 왕국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먼저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을 위해 고군분투한 역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든다. 독자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번역을 한다는 것이 저자의 고유한 생각을 왜곡할 수 있다는 기회비용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칸트의 생각을 뛰어나게 전달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독일어 원문이라고 해서 대단히 어렵게 쓰인 것은 아니다. 가령 칸트가 언급하는 Understandung 같은 표현의 경우 어떤 뉘앙스로 풀이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일 뿐, 기본적으로는 ‘(인지적으로)알다/이해하다’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역자들이 말하듯 단순히 ‘앎’이라고 명시하면 긍정적인 뉘앙스를 띠게 되기 때문에, 칸트가 말하려던 ‘인간의 인지적 한계’라는 측면을 놓치게 된다. 이처럼 해석 자체에 함몰한 나머지 저자가 전달하려던 의도와는 다른 맥락으로 풀이를 해왔던 것이 기존의 번역이라면 이 책은 다각도로 낱말에 대한 정의를 곱씹어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여하간 이 덕분에 칸트가 말하는 도덕의 형이상학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칸트가 말하는 인간의 실천이성과 자유의지에 대해 알아갈수록 왠지 모를 허탈함은 무엇인지.. 개인적인 성향이나 의도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실천이성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따른 의지를 행하면 그것이 도덕적으로 선하다는 칸트의 주장은, 무엇이 선한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 때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단지 인간은 고유한 속성으로 실천이성을 지니므로 모든 ‘내용’의 굴레를 던져버린다면, 인간의 선한 의지가 겉으로 드러난다고 단언할 뿐.
짧지만 강렬한 칸트의 글을 읽고 나서 내게 일어난 변화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다. 마치 노자처럼 물흐르듯 살아야겠다는 생각. 무언가를 억지로 거스르려하지 않고 최대한 나를 드러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그 어떤 것에도 얹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결국엔 일종의 허무주의다. 정말 그렇다. 일종의 허탈한 상태에 빠져버린 것 같다. 칸트의 말대로 인간이 완벽하게 자신의 선함을 발현하기 위해 일체의 작위성을 배제해야 한다면야. 순수이성에 다가가기 위한 칸트의 접근법은 타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덕 형이상학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인가 자유롭지 않은 존재인가. 나를 인간답게 만들어줄 선한 의지에 오히려 결박되어 버린 이 느낌은 무엇일까. 해답 대신 질문을 떠안은 이 기분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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