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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민음사>
친구와 서점에 갔다가 즉흥적으로 구매한 책. 사르트르의 <구토>를 살까 잠시 망설이다가 요새 독서도 별로 안 하는데 가벼운 책이라도 완독하자는 의미에서 이 책을 골랐다. (사실 <구토>라고 해도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다) 그리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서평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예상보다도 짧은 단편인데, 작가가 <백년동안의 고독>이나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묘사했던 살풍경한 배경이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등장했던 '부엔디아'라는 인물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대령은 공화군으로 싸워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혼탁한 정치현실 속에 공로를 인정 받지 못하고 약속된 연금마저 받지못하는 처량한 신세에 처한 인물이다. 오히려 수시로 바뀌는 정권은 조금이라도 반정부적인 여론을 뿌리째 뽑기 위해 언론을 검열하고 시민들을 탄압한다. 이러한 시대상황에 편승해 이득을 갈취하는 자가 있는가 하는 반면 대령처럼 수더분한 이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계속된다. 그런 그에게 단 하나 남아 있는 '수탉'이라는 존재는 아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차마 떠나보내기 어려운 존재인 동시에, 살림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시점을 어떻게든 미뤄보려는 핑계거리이기도 하다. 오브라도르 같은 인물이 나서서 남미 정치를 쇄신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남미에는 이런 '수탉'이 많다. 마르케스의 이 작품은 남미의 종속된 경제상태와 비참한 시민들의 삶을 짧지만 강렬하게 전달하는 책이다.
<넷플릭스하다/문성길/스리체어스>
빌려서 읽는 것이 아니라면 경영서적을 내 돈 주고 사서 읽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지인의 추천으로 이 책을 건네받았기에 이 책과 인연이 닿았다. 이 책도 목차가 많은 것에 비해 읽기에는 매우 가벼운 책이다. 사실 요새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처럼 기업가치를 혁신적으로 불리는 초일류기업들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솔직히 마뜩찮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가? 정말 이들이 벌이는 일련의 경영활동이 '혁신'인가? 아니, 그보다 근본적으로 '혁신'은 무엇인가? 수익의 대부분이 광고에서 나는,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하여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이들 기업을 마냥 미래의 비전인 것처럼 볼 일인지 의문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이미지의 세계에서 부유(浮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하간 그래도 책에서 기억에 남는 대목은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짤 때 파레토 법칙 대신 롱테일 법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출빈도가 낮은 비인기 영화들도 소비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니쉬(niche)를 노리는 것. 사실 이런 니쉬 마켓을 노리는 것이 넷플릭스만의 전략은 아니고 이미 오랜 옛날부터 꾸준히 언급되어 왔던 전략이지만, 차이점이라 한다면 넷플릭스만큼 대규모로 정교하게 니쉬에 숨어 있는 니즈를 파악하는 기업은 드물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사실 읽은지는 좀 된 책으로, 지금 떠올려보면 넷플릭스라는 공룡이 역량껏 시장을 집어삼키면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멸종된 공룡은 비록 지상의 왕이었지만 변화에는 살아남지 못하지 않았는가. 자연과 사회, 경제와 문학, 그 어느 분야든 어느 정도의 원리는 통용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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