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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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Les choses)일상/book 2020. 3. 31. 02:51
사실 이 책을 이렇게 후딱 읽을 줄은 몰랐다. 카페 마감시간을 1시간 반 여 앞두고 140여 페이지 되는 이 책을 휘리릭 읽었다. 속독을 한 건 책을 얼른 읽은 다음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던 생각에서였는데, 그것도 타이밍을 잃어서 다 읽은 책을 그냥 고스란히 들고 왔다;; 120% 내 상황을 잘 나타내준 소설이었고, 아마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다 느낄 법한 내용이었다. 사실 묘사가 너무 정확해서, 좀 더 장편소설이거나 아니면 연작이기를 바랐을 정도다.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뿌리부터 부자유하다는 느낌. 소확행을 바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부자이지 못한 자신에게 습관적으로 분노를 느끼는 일상. 보헤미안처럼 방랑하는 듯하지만, 행여 현재의 일상이 기획한 구조로부터 유리(遊離)될까봐 노심초사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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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세계일상/book 2020. 3. 30. 20:44
팩션(faction)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국내에 라고 소개되었지만 원제가 이다. 독일어로 그냥 ‘망가진 상태’을 뜻하는 두 음절의 간결한 형용사다. 한편 작가의 이름이 상당히 독특한데, 쿠르초(Curzio)라는 이름은 쿠르트(Curt)라는 원래 이름을 어느 정도 살려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라파르테(Malaparte)라는 필명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Bonaparte Napoleon)의 이름에서 차용한 것이다. (아버지의 성씨는 게르만 색채가 물씬 풍기는 주케르트(Suckert)다.) 이는 하나의 말장난으로, 직역하면 ‘좋은 편’이라는 의미의 ‘보나파르트(Bonaparte)’의 반대 의미로 ‘말라파르테(Malaparte)’라는 이름을 고심 끝에 택했다고 한다. 일종의 반테제를 제시하고 싶었던 것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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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세상일상/book 2020. 3. 15. 12:26
이 책은 이론(異論)의 여지없이 8할은 책의 겉면을 보고 구매한 책이다=_= 요새 리커버되는 책들이 많기는 한데 사실 을유문화사의 책은 그리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는 서점에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표지를 발견했다. 책 표지에 귀의 해부도라니!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몇 권의 책이 리커버되어 나왔는데, 한 번 읽어본 적이 있는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고를까 하다가 아예 생소한 작가들의 책을 충동적으로 세 권 골랐다. 충.동.적.으.로, 레이날도 아레나스는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읽었었을까? 왜냐하면, 좌충우돌 숨가쁘게 진행되는 세르반도 수사(修士)의 여정이 예측불허한 캉디드의 방랑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캉디드』에는 밑도 끝도 없는 낙관주의가 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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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학파 3세대의 철학 한 스푼일상/book 2020. 3. 14. 21:31
푸코와 들뢰즈, 과타리의 글에서 한 번 데이고 프랑스 현대철학이 아닌 사상적 조류를 찾아보고 싶었다. 꼭 철학이 아니더라도 소설이든 사회과학책이든 중세,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보다는 시점상으로 가까운 근현대에 지어진 것에 좀 더 관심이 간다. 그래서 찾아본 것이 독일 현대철학이다.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비록 본인은 이런 표현을 고사하기는 하지만) 3세대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이끌고 있는 좌장이고, 즉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로 대표되는 1세대와 하버마스로 대표되는 2세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읽기에 난해한 책일까봐 지레 겁을 먹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독자에게 친절한 책이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하다면 아주 잘 쓰인 논문 한편을 읽은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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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투쟁일상/book 2020. 3. 13. 00:08
정신사적으로 볼 때 근대 사회철학의 등장은 사회적 삶을 근본적으로 ‘자기보존’(Selbsterhaltung)을 위한 투쟁관계로 규정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마키아벨리의 정치 저술에서 주체들이란 자신의 이해를 둘러싼 지속적 경쟁 속에서 서로 대립하는 정치적 존재로 파악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견해는 토머스 홉스의 저작 속에서 국가의 주권을 계약론적으로 정당화하는 중대한 토대가 된다. 이러한 ‘자기보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새로운 사고 모델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세까지 효력을 발휘했던 고대 정치이론의 주요 구성 요소들이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적 정치론에서 중세의 기독교적 자연권이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근본적으로 일종의 공동체적 존재, 즉 정치적 동물(zoon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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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초상일상/book 2020. 3. 9. 23:20
로베르트 무질의 책을 읽으면서 우연하게 제임스 조이스의 이름을 접했다. 개인적으로 독서하는 방식이, 더 정확히는 다음 읽을 책을 고르는 방식이, 마치 사방에 널린 징검다리를 가볍게 두드려보고 건너는 것과 같아서, 이라는 책 역시 라는 징검다리에서 한 차례 작가의 이름을 눈여겨 봐두었다가 이제서야 첫 페이지를 펼쳤다. 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윌리엄 서머셋의 처럼 어떤 예술가를 모델 삼아 인간적인 고뇌를 그려내는 작품인가 지레짐작을 했었는데, 그런 책은 아니었다. 다분히 자전적인 성격의 이 소설은, 예술가(작가)라는 길에 들어서기 직전까지의 제임스 조이스라는 인물을, 조소(彫塑)에 점토를 바르듯 묵묵한 문체로 그리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이 책은 오히려 헤르만 헤세의 이나 N.H. 클라인바움의 를 떠올리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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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 : 들뢰즈와 과타리의 글을 읽고일상/book 2020. 3. 7. 01:38
현대철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은, 뭘 어떻게 잘못 먹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한다면, 미셸 푸코의 은 1%쯤 이해했다면 들뢰즈와 과타리의 는 넉넉잡아 10%쯤 이해했다는 점. '기관 없는 몸'의 '절단'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똥을 끊으며'라는 묘사를 읽을 때, 글쎄 뭐라 해야 할지 철학책에서 기대할 법한 표현이 아니라서 내심 피식하기도 했지만 야릇하게 구미를 당기는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별개로 글이 어려웠다 뿐이지 번역은 좋았다'~') 철학이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과 이해를 다루는 학문이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대물리학을 떠올려보면 현대철학이 일반인들이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모양이 바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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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오이디푸스일상/book 2020. 3. 6. 23:23
suivi.. 이로써 『안티 오이디푸스』가 대면하는 세 부류의 적이 있게 된다. 이 적들은 똑같은 힘을 갖고 있지 않고, 다양한 정도의 위험을 대표하며, 이 책은 그들에 대해 상이한 방식으로 전투한다. 1. 정치적 금욕주의자들, 미친 투사들, 이론의 테러리스트들. 이들은 정치와 정치 담론의 순수한 질서를 보존하고자 한다. 이들은 혁명의 관료요 진리의 공무원이다. 2. 욕망의 서툰 기술자(技術者)들, 즉 정신분석가 및 모든 기호와 징후의 기호학자들. 이들은 욕망이라는 다양체를 구조와 결핍의 이항 법칙에 종속시키려 한다. 3. 끝으로 특히, 주요한 적수이자 전략적인 적은 파시즘이다. 대중들의 욕망을 동원하고 매우 효과적으로 이요할 줄 알았던 역사적 파시즘,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파시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