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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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혼자서일상/book 2022. 7. 9. 23:27
바다의 시간은 상륙하지 않았다. 바다는 늘 처음이었고, 신생(新生)의 파도들이 다가오는 시간 속으로 출렁거렸다. 아침에, 고래의 대열은 빛이 퍼지는 수평선 쪽으로 나아갔다. 고래들이 물위로 치솟을 때 대가리에서 아침햇살이 튕겼고, 곤두박질쳐서 잠길 때 꼬리지느러미에서 빛의 가루들이 흩어졌다. —p. 10 달이 밝은 밤에는 빈 것이 가득차 있었고 안개가 낀 날에는 가득찬 것이 비어 있었다. —p. 30 사랑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고 거북해서 발음이 되어지지 않는다. 감정은 세월의 풍화를 견디지 못하고 세월은 다시 세월을 풍화시켜간다. —p. 129~130 우기에 열차들은 대가리로 빗줄기를 들이받아 안개를 일으켰다. 열차 지붕에서 물보라가 날렸다. 물보라는 집현전 건너편 언덕 사육신 묘지까지 끼쳐갔다. 열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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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ノルウェイの森/下)일상/book 2022. 7. 7. 15:27
「もし現実の世界にこういうデウス・エクス・マキナというのがあったとしたら、これは楽でしょうね。困ったな、身動き取れないなと思ったら神様が上からスルスルと降りてきて全部処理してくれるわけですからね。こんな楽なことはない。」 —p. 80 「だからね、時々俺は世間を見回して本当にうんざりするんだ。どうしてこいつらは努力というものをしないんだろう、努力もせずに不公平ばかり言うんだろうってね。」 僕はあきれて永沢さんの顔をながめた。「僕の目から見れば世の中の人々は随分あくせく身を粉にして働いてるような印象を受けるんですが、僕の見方は間違ってるんでしょうか。」 「あれは努力じゃなくてただの労働だ」と永沢さんは簡単に言った。「俺のいう努力というのはそういうのじゃない。努力というのはもっと主体的に目的的になされる物のことだ。」 —p. 100 「俺とワタナベには似ているところがあるんだよ」と永沢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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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일상/book 2022. 5. 30. 05:25
“……그네들의 종교는 신비라기보다 실질이오. 일찍이 우리 신라 중들이 당나라 불교계를 주름잡았던 일은 오늘 이 시점에서도 납득될 수 있는 일 아니겠소? 그들에게는 신비하거나 황당무계한 것에도 육신의 활동이 따르는 법이오. 중들이 무예를 익히는 것 소위 도술이지요. 살생계를 범하고 드는 게지요. 우리 조선 중, 의상이나 원효에게서 피비린내를 생각할 수 있겠소? 종교의 본질로 봐서는 우리 쪽이 깊다면 깊은 거지요. 우리 조선에선 유교만 해도 그렇지요. 학문으로서만 높이 올라갔고 실생활에서는 도통 쓸모가 없었어요. 그야 실학을 도외시하고 예학만을 숭상하였으니 일반 백성들에겐 조상의 묘 지키는 것과 선영봉사 하는 것 이외 가르친 것이 없구요. 충절까지도 선비들이 독점하였으니, 동학은 또 어떠한가 하면은 천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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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해선 안 될일상/film 2022. 5. 21. 08:13
한동안 라 필모테크 뒤 캬흐티에 라탕에서 시리즈와 시리즈를 꽤 긴 기간 동안 상시 상영했다. 하루는 날을 잡아 를 보고 왔다. 이야기 전개가 단조롭고 청승맞은 느낌은 분명 있지만, 홍콩 느와르의 서막을 연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하고 꼭 그런 영화사적 의미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양조위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일국양제가 막을 내리면서 이런 느낌의 홍콩영화가 더 나올 일이 없다는 게 아쉬운 일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렇게 기분 나쁘고 본 게 후회된 영화는 가스파 노에의 이 처음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라 필모테크 뒤 캬흐티에 라탕에서 보았다. 영화의 구성상 엔딩 크레딧이 영화의 맨 앞에 나오고, 영화의 맨 마지막에 이 영화에서 말하려는 듯한 메시지 '시간은 모든 걸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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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에콜 시네마 클럽(Écoles Cinéma Club)일상/film 2022. 5. 18. 05:20
라탕 지구의 에콜 시네마 클럽이라는 곳에서 두 편의 영화를 봤다. 사실 영화를 본지는 한 달도 훨씬 더 전의 일인 것 같은데, 기록을 남기는 일도 점점 밀리면서 한없이 늦어졌다. 라탕 지구에서 르 셩포라는 영화관을 알게 된 후 크게 세 곳의 영화관을 번갈아 가며 종종 찾곤 한다. 그중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된 게 에콜 시네마 클럽이라는 곳이다. 그리고 에콜 시네마 클럽에서 처음으로 접했던 영화가 마틴 스콜세이지의 라는 작품. 라탕 지구에는 특색있는 영화관이 워낙 많은데, 각 영화관마다 서로 다른 개성이 있다는 게 관객으로서는 참 반가운 일이다. 라탕 지구에서 가장 처음으로 발견했던 르 셩포의 경우, 가장 특징적인 점은 흑백영화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컬러화돼서 상영 중인 오래된 작품들도 있지만, 양차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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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7일상/book 2022. 4. 29. 04:27
"바람도 번뇌요 시냇물도 번뇌요, 산새들 짐승울음, 철 따라서 피고 지는 산꽃들, 그 어느 하나 소리와 형체를 겸하지 않는 것이 없을 터인데 심산유곡이라고 현세가 아니란 말이가, 사시장철 목숨의 소리들은 충만하여 있거늘," —p. 97~98 김주사도 되고 김선생도 되고 김길상 씨도 되고 면전에서 웃고 굽실거리는 얼굴들이 돌아서면은 퇴! 하고 침 뱉어가며 하인 놈 푼수에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르더라고 거들먹거리는 꼴 눈꼴시어 못 보겠다, 고작 한다는 말이 그 말일 터인데. 서희라고 예외일 수 있는가. 시기와 조롱을 면전에서는 교묘히 감추는 뭇시선 속에 상처받기론 마찬가지다. 그 상처를 서로 감추고 못 본 첫한다. 왜 드러내 보이고 만져주고 하질 못하는가. 길상은 가끔 옥이네와의 생활을 생각할 때가 있다.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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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한 세상이야(It's a Strange World)일상/film 2022. 4. 9. 18:43
She wore blue velvet Bluer than velvet was the night Softer than satin was the light From the stars She wore blue velvet Bluer than velvet were her eyes Warmer than May her tender sighs Love was ours Ours a love I held tightly Feeling the rapture grow Like a flame burning brightly But when she left, gone was the glow of Blue velvet But in my heart there'll always be Precious and warm, a memory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