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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라 필모테크 뒤 캬흐티에 라탕에서 <무간도> 시리즈와 <대부> 시리즈를 꽤 긴 기간 동안 상시 상영했다. 하루는 날을 잡아 <무간도>를 보고 왔다. 이야기 전개가 단조롭고 청승맞은 느낌은 분명 있지만, 홍콩 느와르의 서막을 연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하고 꼭 그런 영화사적 의미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양조위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일국양제가 막을 내리면서 이런 느낌의 홍콩영화가 더 나올 일이 없다는 게 아쉬운 일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렇게 기분 나쁘고 본 게 후회된 영화는 가스파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이 처음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라 필모테크 뒤 캬흐티에 라탕에서 보았다. 영화의 구성상 엔딩 크레딧이 영화의 맨 앞에 나오고, 영화의 맨 마지막에 이 영화에서 말하려는 듯한 메시지 '시간은 모든 걸 파괴한다(Le Temps Détruit Tout)'는 문구가 나오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메스껍다가 마치 관객의 메스꺼움을 정당화하려는 듯한 짤막한 마지막 문구를 보고 학을 뗐다. 영화가 시작하고 난 뒤 대여섯 명이 영화관에서 빠져나갔던 영화로, 나 또한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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