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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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일본인 가옥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7. 6. 19:40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시작하자는 생각은 보기 좋게 엇나갔고, 나는 전날 늦은 시간까지 이동하느라 쌓인 여독에 찌들어 늦잠을 잤다. (전날 차량을 반납하고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밤 열한 시가 되어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른 아침 들르려고 했던 동국사를 막상 가보니 대대적인 공사로 인해 경내를 제대로 둘러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옆에 근대사박물관이 있지만, 나는 신흥동 일본식 주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일제강점기까지 미곡상이자 대지주였던 일본인이 거주하던 공간으로 속칭 적산 가옥이다. 해방 이후로도 마찬가지로 미곡상인 호남제분의 사장 이용구가 거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가옥의 입구를 지나면 자연스레 정원으로 연결되는데, 정원 초입에는 미니어처처럼 축소된 한국식 석탑이 아담하게 놓여 있고 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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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대장도(大長島)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6. 25. 20:06
이어서 내가 향한 곳은 대장봉이다. 나는 장자도에 차를 세우고 대장도로 들어갔다. 무녀도를 둘러볼 때부터 하늘에 짙은 구름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석양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런 날씨라면 오히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름 카메라는 쨍하는 석양(빛이 과다한 사진)을 찍는 데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대장봉은 섬 한가운데 위치한 142m의 바위봉우리로 정상에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장자교를 떠나 대장도에 들어서면서 봉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왼쪽으로는 구불길이라 하여 완만한 경사로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가파를 등산로가 있다. 으레 등산로가 그러하듯이 완만한 길은 체력을 비축하며 걸을 수 있는 대신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가파른 길은 빠르게 정상에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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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바다들―서해주제 없는 글/印 2023. 6. 21. 00:09
# 시화(始華)의 바다는 따뜻하다. 바다 정면으로는 뭉툭한 바위섬이 올라 있고, 하늘에는 그대로 멈춰버린 연들과 분주한 갈매기들이 서로 다른 종류의 선을 그린다. 시화호 위로 에메랄드 색으로 페인트칠을 해놓은 송신탑이 도시로 도시로 끝없이 뻗어 있다. 그리고 바다 위로 늦은 오후의 태양이 아낌없이 떨어진다. # 오이도(烏耳島)의 바다는 혼잡하다. 땅딸막한 등대가 자리한 정방형의 항구에는 수산식당이 즐비하고 그 앞에는 주차된 차량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그리고 호객하는 직원들의 손짓. 부두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흔히 보이고, 조악하게 장식된 꼬마열차가 뱀처럼 가장자리를 누빈다. 그 복잡한 풍경 속에 저 멀리 인천 일대의 높다란 건물들이 두꺼운 띠를 이루며 희뿌옇게 바라다보인다. # 궁평(宮坪)의 바다는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