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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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Bande à part)일상/film 2024. 9. 30. 21:50
오랜만에 보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 Bande à part. 우리말로 하면 "동떨어진 무리" 정도가 아닐까 싶다. 머리도 식힐 겸 갑자기 영화를 한편 보고 싶던 날, 최신 영화보다는 오래된 흑백영화가 당겼다. 그래서 고른 것이 누벨바그. 장 뤽 고다르의 영화들이 대체로 난해하듯이, 역시 그러하다. 오딜, 프란스, 아르튀르라는 3명의 인물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라는 소개는 없지만, 이들은 영어 수업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모종의 협잡을 꾸미기 시작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냅다 달리는 장면이나, 소란스러운 카페에서 1분간 정적을 흘려보내는 장면과 같은 영화적 실험들은 과 관련해 잘 알려진 사실들이지만, 꼭 이런 새로운 노력들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연출과 구성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불과 25일 간 촬영이 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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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폴린일상/film 2022. 10. 20. 16:48
Qui trop parole, il se méfait. Chrétien de Troyes, Perceval 최근 에릭 로메르의 작품들이 재개봉했길래, 무턱대고 이라는 작품을 보고 왔다. 1983년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봐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 말 많고 탈 많은 로맨스 영화로, ‘말이 많은 자, 화를 자초한다(Qui trop parole, il se méfait)’는 12세기 프랑스 시인의 문구와 함께 시작한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가 늘 그러하듯 촌철살인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술술 발설하는 배우들과, 도입부의 글귀대로 말로 인해 손해를 보는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로맨스가 펼쳐진다. 영화의 제목에 등장하는 폴린은 15세 소녀로 영화에서는 대개 조용한 관찰자처럼 나타난다. 사촌언니 마리옹과 함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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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Il disperezzo)일상/book 2020. 9. 13. 23:35
『영화란 무엇인가』를 읽는 동안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읽은 『경멸』이라는 책은 누벨바그의 거장인 장 뤽 고다르에 의해 영화화된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경멸’이라는 테마로 인간 심리를 입체적으로 파헤친 이 글은 사랑하는 여자를 그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고전 『오디세이』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이기도 하다. 어느날 남편 리카르도를 경멸하게 된 아내 에밀리아와 그런 에밀리아의 마음을 되돌려보려는 리카르도의 이야기가 『경멸』의 뼈대를 이룬다. 그리고 여기에 세속적 인물인 영화제작자 바티스타와 우울한 독일인 감독 레인골드가 합류하면서 『오디세이』 속 율리시스라는 인물이 여러 각도에서 조명된다. 분명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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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일상/film 2020. 5. 22. 00:05
"Oui, je le savais : quand on parlait, je parlais de moi, et toi de toi. Alors que tu aurais dû parler de moi, et moi de toi." 이전에 본 누벨바그―, , ―는 취향에 맞건 맞지 않건 메시지를 건져낼 수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누벨바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장 뤽 고다르의 는 무얼 건져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땐 보통 영화제목에서 힌트를 찾는다. 우리나라에 로 소개된 이 영화의 원제가 로 '숨가쁘게'라는 의미다. 이 한 마디만 딱 들었을 때는 비틀거리며 절박하게 파리의 거리를 가로지르는 미셸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른다. Michel: C'est vraiment dégueulasse. Patricia: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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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누벨바그(Nouvelle vague)일상/film 2020. 5. 5. 20:56
프랑수아 트뤼포의 는 앙투안이라는 소년이 비행 청소년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아녜스 바르다의 를 보고난 뒤, 누벨바그 두 편을 찾아보았는데, 그 중 한 편이 다. 도 그렇듯, 영화에는 파리의 풍경이 한가득이다.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가 클레오라는 여인과 거울에 비친 클레오라는 환영(幻影)을 다룸으로써 아름다움(美)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데 반해,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에는 치기 어린 아이의 행동과 그 행동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 통제되는 방식을 조명한다. 이 영화에도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만큼이나 거울이 자주 등장하는데, 앙투안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어쩐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에 나왔던 말콤 맥도웰이라는 캐릭터가 떠올랐다. 보기에 따라 앙투안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할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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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일상/film 2020. 4. 27. 23:37
Toutes portes ouvertes 모든 문은 열린 채En plein courant d'air 가득 흐르는 바람 사이로Je suis une maison vide 나는 빈 집에 홀로 있네Sans toi, sans toi 그대 없이, 그대 없이 Comme une île déserte 마치 황량한 섬처럼 Que recouvre la mer 어찌 바다는 뒤덮는가 Mes plages se devident 나의 해안은 휘감긴다Sans toi, sans toi 그대 없이, 그대 없이 Belle, en pure perte 상실 안에서 아름다운Nue au coeur de l'hiver 한겨울의 구름Je suis un corps avide 나는 텅빈 몸통이네Sans toi, sans toi 그대 없이, 그대 없이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