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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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猫を捨てる)일상/book 2022. 11. 14. 17:26
얼마전 서점을 헤매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현장에서 곧바로 책을 구매했다. 채 100페이지가 안 되는 에세이고 행간까지 넓어서 정말 부담없이 읽었다. 게다가 대만 출신 작가 가오옌(高妍)의 삽화가 들어가 있어서 읽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 짧은 에세이는 제목 그대로 아버지와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유년 시절의 기억과 함께 출발한다. 몇 번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를 읽었을 때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하다는 걸 짐작하기는 했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서로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아버지와의 관계가 틀러질 대로 틀어진 채로 평생에 걸쳐 나아지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그런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부채의식처럼 마음 한켠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한다. 무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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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독후감 세 편일상/book 2022. 7. 15. 16:21
『토지』, 박경리 1부에 비해 2부에서는 무대공간이 확연히 넓어졌다. 1부에서는 지리산 자락 하동이 무대의 전부였다면, 2부에서는 서울은 물론 간도와 연해주, 중국을 아우르는 공간적 무대가 펼쳐진다. 빠른 공간적 팽창에 맞물려 서사도 숨가쁘게 흘러가는 듯하다. 김훈장의 죽음, 길상과 서희의 혼인은 무너져가는 구한말의 신분제를 보여주는 한편, 조준구의 몰락과 김두수의 등장은 외세와 결탁한 기회주의자들이 전면에서 움직이는 당시의 혼탁한 사회상을 잘 보여준다.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이 소설은 중학교 때 『상실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된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원제인 『노르웨이 숲』을 『상실의 시대』라 번안한 건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독자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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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ノルウェイの森/下)일상/book 2022. 7. 7. 15:27
「もし現実の世界にこういうデウス・エクス・マキナというのがあったとしたら、これは楽でしょうね。困ったな、身動き取れないなと思ったら神様が上からスルスルと降りてきて全部処理してくれるわけですからね。こんな楽なことはない。」 —p. 80 「だからね、時々俺は世間を見回して本当にうんざりするんだ。どうしてこいつらは努力というものをしないんだろう、努力もせずに不公平ばかり言うんだろうってね。」 僕はあきれて永沢さんの顔をながめた。「僕の目から見れば世の中の人々は随分あくせく身を粉にして働いてるような印象を受けるんですが、僕の見方は間違ってるんでしょうか。」 「あれは努力じゃなくてただの労働だ」と永沢さんは簡単に言った。「俺のいう努力というのはそういうのじゃない。努力というのはもっと主体的に目的的になされる物のことだ。」 —p. 100 「俺とワタナベには似ているところがあるんだよ」と永沢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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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ノルウェイの森/上)일상/book 2022. 3. 21. 06:21
もっと昔、ぼくがまだ若く、その記憶がずっと鮮明だった頃、ぼくは直子について書いてみようと試みたことが何度かある。でもその時は一行たりとも書くことができなかった。その最初の一行さえ出てくれば、あとは何もかもすらすら書いてしまえるだろうということはよくわっかていたのだけれど、その一行がどうしても出てこなかったのだ。あまりにも克明な地図が、克明にすぎて時として役に立たないのと同じことだ。でも今は分かる。結局のところ—と僕は思う—文章という不完全な容器に盛ることができるのは不完全な記憶や不完全な思い出しかないのだ。 —p. 18 死は生の対極してではなく、その一部として存在している。 —p. 46 「ある種の人々にとって愛というのはすごくささやかな、あるいは下らないところから始まるのよ。そこからじゃないと始まらないよ。」 —p. 141 「わたしが怖いのは、そういうタイプの死なのよ。ゆっくり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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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일상/book 2021. 11. 29. 10:52
오늘 새벽 운동을 하다가 오늘이 11월 29일인 것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사람들이 인삿말로 다음달에 보자고 하는데 잠깐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왜 벌써 다음달이지?!!)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흐르고 바쁜 건 바쁜 거지만 11월이 다 지나가기 전에 북리뷰를 하나 더 남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소설은 모처럼(?)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다. 현대 일본문학이 밍밍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허무주의가 싫다 싫다 하면서도 무라카미의 글을 참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이참에 궁금해져서 리스트업을 해보자면, 작품이 발표된 순서대로 『코끼리의 소멸 단편집』, 『노르웨이의 숲』, 『어둠의 저편』,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기사단장 죽이기』, 그리고 이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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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단수(一人称単数)일상/book 2020. 12. 26. 01:20
あれから長い歳月が過ぎ去ってちまった。ずいぶん不思議なことだが、瞬く間に人は老いてしまう。僕らの身体は後戻りすることなく一刻一刻、滅びへと向かっていく。目を閉じ、しばらくしてもう一度目を開けたとき、多くのものが既に消え去っていることがわかる。夜半の強い風に吹かれて、それらは痕跡ひとつ残さずどこかに吹き飛ばされてしまったのだ。あとに残されているのはささやかな記憶だけだ。いや、記憶だってそれほど当てにはなるものではない。僕らは身にそのとき本当に何が起こったのか、そんなことが誰に明確に断言できよう?—p. 22~23 「僕らの人生にはときとしてそういうことが持ち上がる。説明もつかないし筋も通らない、しかし心だけは深くかき乱されるような出来事が。そんなときは何も思わず何も考えず、ただ目を閉じてやり過ごしていくしかないんじゃないかな。大きな波の下をくぐり抜けるときのように。」—p. 46 「人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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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살인(이동하는 메타포 篇)일상/book 2017. 5. 29. 13:35
「最近になって思うようになたの」とユズは言った。「私が生きているのはもちろん私の人生であるわけだけど、でもそこで起こることのほとんどすべては、私とは関係のない場所で勝手に決められて、勝手に進められているのかもしれないって。つまり、私はこうして自由意志みたいなものを持って生きているようだけれど、結局のところ私自身は大事なことは何ひとつ選んでいないのかもしれない」 의 첫 편 「드러나는 이데아」 편을 본 뒤, 다음 편을 봐야할지 좀 고민스러웠다. 다음 편을 보지 않자니 찝찝하고, 그렇다고 「드러나는 이데아」 편이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어로 책을 읽는 것은 우리말로 된 책을 읽는 것보다 아무래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봤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라는 이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안다는 것이다. 다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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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살인(드러나는 이데아 篇)일상/book 2017. 3. 28. 15:46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순전히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인터넷에서였던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여기에 "난징 대학살"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국의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을 종종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난징 대학살"을 언급했을지 궁금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을 꽤 여럿 읽었는데, 우선 원서로 읽기에 무난하다는 이유가 컸다. 일본어를 까먹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일 년에 한 권 정도는 원서를 읽으려고 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서는 서점에서 구하기도 쉽다. 또 현대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라고 하니,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틈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