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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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일상/book 2021. 3. 26. 23:50
짜증나고 열받고 가슴 답답한 날에는 움베르토 에코의 유~머가 필요하다. 물론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별 고민 없지 집어들기도 했지만, 에 실렸던 길고 짧은 글들을 읽다 보면 유쾌하기도 하고 예리한 에코의 통찰력에 놀라기도 한다. 챕터에서는 처세술을 풍자하고, 에서는 미디어의 과잉—또는 테크놀러지의 과잉—이 가져온 새로운 아노미 현상들에 대해 얘기한다. 90년대까지 새로이 등장했던 미디어로 컴퓨터와 팩스를 움베르토 에코는 이야기하지만, 여기에 스마트폰을 끼워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우리가 혁신적이라고 일컫는 기술들이 사실은 인간을 또 다른 우매함으로 이끈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에 적극(x1000) 공감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유머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챕터는 부분이었다. 에서는 아이러니에 가득한 세계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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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위염일상/book 2020. 7. 7. 00:10
모리스 블랑쇼의 『도래할 책』 다음으로 읽은 이 책 역시 문학은 아니다. 이 책은 '오늘날 지성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안토니오 타부키(Antonio Tabucchi)와 베르나르 코망의 대담집이다. 소방관의 은유(隱喩)―화재가 났을 때 지성인이 해야 할 역할은, 첫째 소방관을 부르고, 둘째 현 지자체장이 아닌 후세대를 잘 교육해야 한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논설에 저자가 의문을 제기하며 글이 시작된다―에서부터 이 글이 예상했던 소설이 아니어서 흠칫했고, 그 다음으로는 '지성인'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좀 당혹스러웠다. 지성인. 젠체하며 고리타분하게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는 건 아닌지,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오늘날 지성인은 무엇인지 여러모로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프랑스 출간을 염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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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일상/book 2018. 11. 6. 18:15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장미의 이름』을 읽은 것이 전부인데,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가장 크게 놀라는 점은 아무래도 그의 박학다식함이지만, 또 한 가지 눈여겨보는 것은 사회에 대한 해학이다. 『장미의 이름』에서 호르헤 수도사를 등장시킴으로써 종교신앙의 교조주의적 태도를 비판했다면, 『제0호』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기득권의 부패와 이에 편승하는 언론에 대해 비판의 일격을 가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이 책에서 ‘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화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언론에 대한 저자의 관점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와 더불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네 번째 기둥으로까지 일컬어졌던 언론은 오늘날 과연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미국 대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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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일상/book 2016. 12. 19. 18:37
지난 두 세기 동안,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우리 세계는 협량(狹量)과 희망과 절망의 폭풍에 난타당해 왔다. 자, 강을 생각해 보아라. 단단한 땅, 튼튼한 제방 사이를 오래오래 흘러가는 넓고 웅대한 강을... 어느 시점에 이르면 흘러가는 강은 기진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 너무 넓은 공간을 흘렀기 때문이요, 마침내 바다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로써 강은 더 이상 제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강의 정체성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강은 강 자체의 삼각주가 된다. 주류(主流)는 남을지 모르나 지류는 사방으로 흩어진다. 혹 어떤 흐름은 흐르기를 계속하고, 혹 어떤 흐름은 다른 흐름에 휩쓸리나 어느 흐름이 어느 흐름을 낳고 어느 흐름에 휩쓸리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것이 여전히 강이고 어느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