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
-
에크리(Écrits)주제 있는 글/Second Tongue 2024. 3. 3. 10:21
작년 세밑에 주문한 책 두 권이 도착했다. 1966년 숴이(Seuil)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온 자크 라캉의 「에크리」와 2007년 영어로 완역된 브루스 핑크(Bruce Fink)의 「에크리」가 그것이다. 먼저 영역본이 도착했고, 프랑스어 원본이 도착하는 데는 시간도 두 배, 구매가격도 두 배가 들었다. 원래는 우리말로 번역된 「에크리」를 읽어보려다가, 한국어와 프랑스어가 서로 너무 다르기도 하고 원본을 읽으며 언어 공부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큰 맘 먹고 책을 "질렀다." 조금 읽어보면 영어가 프랑스어보다 잘 읽히는 건 어쩔 수 없다. 먼저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맥락을 이해한 다음 프랑스어 책을 읽는 식인데, 대체로 어순이 비슷한 것 같다가도 낱말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른 경우가 있다. 라캉의 정신분석..
-
의식의 저편일상/book 2021. 8. 11. 02:16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오랫동안 내 서가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두꺼운 책이다. 출판사 의 창립 30주년 전집 가운데 아직까지 읽지 않은 몇 안 되는 책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프로이트라는 이름은 여러 문학작품, 사회과학 서적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어서, 그의 책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음에도 어쩐지 그의 이론을 얼추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늘 그렇듯 원전을 읽고 나면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를 깨닫곤 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 보임으로써 철학, 심리학, 사회학, 의학을 망라하여 무수히 많은 학문적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고 흔히 얘기된다. 하지만 꿈-해석이라는 분야가 이전부터 어떠한 경로를 걸어왔는지 프로이트가 서두에 밝히듯..
-
꿈의 해석 [갈무리]일상/book 2021. 8. 9. 18:05
꿈의 기억 방법은 일반적으로 모든 기억 이론에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는 것을 알려 준다. —p. 50 꿈-요소들은 결코 단순한 표상이 아니라, 깨어 있는 감각의 중개를 통해 경험하는 것과 같은 이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낱말 형상과 언어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반면, 꿈에서는 현실적인 감각 형상으로 생각하고 사고한다. 게다가 꿈에서는 깨어 있을 때처럼 감각과 형상들이 외부 공간에 자리함으로써 공간 역시 의식된다. 그러므로 꿈속에서 지각 및 형상에 대한 정신의 관계는 깨어 있을 때와 같은 상황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신이 착각을 일으킨다면, 그 이유는 수면 상태에서는 지각되는 감각이 외부에서 오는지 내부에서 오는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정신은 객관적 실재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형상..
-
안티 오이디푸스일상/book 2020. 3. 6. 23:23
suivi.. 이로써 『안티 오이디푸스』가 대면하는 세 부류의 적이 있게 된다. 이 적들은 똑같은 힘을 갖고 있지 않고, 다양한 정도의 위험을 대표하며, 이 책은 그들에 대해 상이한 방식으로 전투한다. 1. 정치적 금욕주의자들, 미친 투사들, 이론의 테러리스트들. 이들은 정치와 정치 담론의 순수한 질서를 보존하고자 한다. 이들은 혁명의 관료요 진리의 공무원이다. 2. 욕망의 서툰 기술자(技術者)들, 즉 정신분석가 및 모든 기호와 징후의 기호학자들. 이들은 욕망이라는 다양체를 구조와 결핍의 이항 법칙에 종속시키려 한다. 3. 끝으로 특히, 주요한 적수이자 전략적인 적은 파시즘이다. 대중들의 욕망을 동원하고 매우 효과적으로 이요할 줄 알았던 역사적 파시즘,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파시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
-
라캉, 환자와의 대화일상/book 2018. 6. 9. 00:47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에서도, 인간 주체가 이른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위해서는 거울단계를 거치고 타자와 동일시함으로써 타자의 상을 자아로서 받아들여 타자의 신체상에 기초하여 자신의 신체상을 만들어내고, 동일시된 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아심리학 및 발달심리학과 라캉주의 정신분석의 결정적인 차이는 전자가 자기 자신과 자아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에 반해, 후자는 그것들을 구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실천에서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진다.자아심리학과 인지행동요법에서는 환자의 약한 자아를 강화하고 이상 증상과 인격을 교정하여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수준, 말하자면 보통의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에 라캉주의 정신분석 실천은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