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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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다일상/film 2018. 6. 27. 22:40
Jusqu'à la garde)/드라마/자비에 르그랑/미리암(레아 드루케), 앙투안(드니 메노셰), 줄리앙(토마 지오리아)/93> 불꽃 튀기는 변론과 함께 꽤나 숨가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영화는 막을 연다. 마치 가족 내 송사(訟事)로 인해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논리 다툼을 예고하는 듯하던 영화는 도입부를 넘긴 뒤로는 일체의 법적 논리와 무관하게 비이성적으로 흘러가는 가정 폭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영화가 그려내는 가정폭력의 이미지가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물리적인 폭력행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에는 피를 흘리는 장면이나 구타당하는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속 가정폭력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난다. 회유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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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욕망일상/film 2017. 11. 30. 18:13
프랑수아 오종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어도, 그의 작품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언뜻 제목만 봐선 처럼 낭만적이면서도 격정적인 로맨스 영화가 아닐까 기대했지만, 오히려 기괴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프랑스적인 영화였고, 이때 프랑스적이라 함은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욕망에 대해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연 라캉의 철학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PAUL MEYER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상징들과 기호를 어떻게 대응시켜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클로에라는 신경증 환자가 정신분석 상담을 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수시로 복통을 느끼거나 꿈에 시달리는데, 존재하지 않는 그녀의 여동생이 있다는 착란에 빠지거나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때 폴 메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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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과 하이드의 새로운 해석일상/film 2017. 11. 26. 21:28
GÉQUIL ET HYDE개인적으로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하는 영화는 믿고 보는 편이다. 이번 영화도 그런 경우인데, 미세스 하이드라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아 기대가 되었다. 실제로 영화는 로버트 스티븐슨의 에서 모티브를 빌려오고 있다. 학교에서 무능한 교사로 낙인 찍힌 하이드는 어느날 자신의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던 중 감전되고, 이후 달이 뜨는 밤마다 불의 화신으로 변신한다. #1. INÉGALITÉ알려져 있다시피 원작에서 '지킬'과 '하이드'는 서로 극명하게 대척관계에 놓인 캐릭터들―더 정확히는 한 명의 캐릭터가 두 개의 역할을 맡는다―이다. 그렇다면 에서 이런 캐릭터를 차용함으로써 말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나는 크게 세 가지를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소제목을 불평등(inégalité)으로 달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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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 다듬어지지 않은 욕망일상/film 2017. 9. 3. 00:36
모처럼 본 프랑스 영화. 굳이 스릴러, 공포물로 장르를 구분했지만, 아예 새로운 차원의 장르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불가해할 정도로 엽기적인 기행(奇行), 기괴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완결된다. 채식주의자였던 쥐스틴의 기이한 성장기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채식주의자 영혜가 여성에게 가해진 억압과 폭력을 고발하는 것―와 봉준호 감독의 「옥자」―공장식 가축사육 방식을 고발하는 것―가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맨 처음 포스터만 봤을 때는 오래된 영화가 재개봉한 줄 알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다가, 스크린에서 내릴 즈음 뒤늦게 봤는데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영화의 매력이 넘쳐나는 괜찮은 영화였다. 그러고 보면 '뒤틀린 욕망'을 다룬다는 점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욕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