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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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누벨바그(Nouvelle vague)일상/film 2020. 5. 5. 20:56
프랑수아 트뤼포의 는 앙투안이라는 소년이 비행 청소년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아녜스 바르다의 를 보고난 뒤, 누벨바그 두 편을 찾아보았는데, 그 중 한 편이 다. 도 그렇듯, 영화에는 파리의 풍경이 한가득이다.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가 클레오라는 여인과 거울에 비친 클레오라는 환영(幻影)을 다룸으로써 아름다움(美)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데 반해,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에는 치기 어린 아이의 행동과 그 행동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 통제되는 방식을 조명한다. 이 영화에도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만큼이나 거울이 자주 등장하는데, 앙투안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어쩐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에 나왔던 말콤 맥도웰이라는 캐릭터가 떠올랐다. 보기에 따라 앙투안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할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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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일상/film 2020. 4. 27. 23:37
Toutes portes ouvertes 모든 문은 열린 채En plein courant d'air 가득 흐르는 바람 사이로Je suis une maison vide 나는 빈 집에 홀로 있네Sans toi, sans toi 그대 없이, 그대 없이 Comme une île déserte 마치 황량한 섬처럼 Que recouvre la mer 어찌 바다는 뒤덮는가 Mes plages se devident 나의 해안은 휘감긴다Sans toi, sans toi 그대 없이, 그대 없이 Belle, en pure perte 상실 안에서 아름다운Nue au coeur de l'hiver 한겨울의 구름Je suis un corps avide 나는 텅빈 몸통이네Sans toi, sans toi 그대 없이, 그대 없이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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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프랑수아 오종일상/film 2020. 4. 2. 22:23
틈나는 대로 영화관을 가던 게 어려워지면서 요즈음 이런저런 자구책을 찾아보게 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영화관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들었어도 관객이 없어 스크린에 내걸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문제인 것 같다. 하여간 집에서라도 영화를 보겠다고 맨 처음 시도했던 게 넷플릭스인데, 드라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너무 빈약하다. 덕분에(?) 이름만 접해보고 본 적은 없던 클래식 영화들―미국 명작들은 얼추 다 갖추고 있는 것 같다―이라도 찾아보고는 있지만 이걸로 충분치는 않다. 그나마 애플TV가 다국적에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애플TV가 우리나라에 언제 서비스를 론칭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플랫폼 없이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영화 하나를 볼 때마다 렌탈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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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반전(反轉) : 멜로와 추리일상/film 2019. 12. 8. 23:58
영화에서 큰 소득을 얻지 못한 11월달이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이 연거푸 스크린에 상영되었지만 단 한 편도 챙겨보지 못했고, 프랑스 영화도 벌써 여럿 개봉을 한 상태지만—은 못보더라도 만큼은 보면 좋으련만..—요즘처럼 퇴근이 일정치 않아서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공휴일이 하나도 없는 11월에는 크고 작은 영화제—단편영화제나 프리미어 영화제, 프라이드 영화제 등등—를 참관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는데, 뭐 이미 예매해뒀던 키라 무라토바(우크라이나 여성감독)의 영화티켓도 '예정에 없던' 야근으로 인해 취소해야 했으니까...이젠 뭐 속상하지도 않다. 그런 가운데 간신히 건져올린 이라는 영화는 내 오랜 갈증을 해소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랑스 영화가 내담자-정신분석가의 구도를 대단히 좋아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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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부터 버려진다는 것일상/film 2019. 10. 16. 23:42
영화 상영에도 비수기와 성수기가 있는 걸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는 2월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가을철에 구미를 당기는 영화가 유달리 많이 개봉한다. 이번 10월도 어김없이 좋은 영화가 스크린에 많이 걸렸는데, 공교롭게도 회사업무가 쏟아지는 달이었으니=_=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려다 휴일근무에 철도파업까지 겹쳐서 예매해뒀던 부산행 티켓을 취소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보고 싶었던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얼추 다 챙겨본 것으로 만족해야 하려나 보다. 이렇게 영화를 챙겨보는 게 내가 봐도 참 유별스럽지만, 요새 같아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의 모든 리듬이 내 바깥에 파묻혀버릴 것 같다. 여하간 서른 번째 가을은 유독 여유가 없다.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 요새 많이 회자되는 배우다. 이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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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코미디 한 편일상/film 2019. 7. 20. 00:07
「알로, 슈티」 이후로 오랜만의 프랑스 코미디 영화이고 「쿨 러닝」 이후로 모처럼 유쾌발랄한 스포츠 영화이다. 저녁을 굶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퇴근 후 영화관 직행. 거의 시간에 딱 맞춰 상영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는 시간은 소소한 내적 평화(Inner Peace)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여하간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일본 영화 「워터 보이즈」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스윙걸즈」라든가. 각각의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중년 남성들, 그리고 또한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를 견뎌내는 두 명의 젊은 강사. 약간의 결핍을 지닌 이들이 만들어낸 하모니는 이들의 부족함을 메우고도 넘쳐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아무래도 코미디다 보니 거친 비속어도 자주 나오는데, 특히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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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our, la peur, superficiel일상/film 2019. 7. 9. 23:03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는 고민하지 않고 보는 법!!이라고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포스팅의 제목에 단 것처럼 인간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깊이가 얄팍한(superficiel) 영화다. 아마도 이자벨 위페르는 광기어린 집착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준 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작품 가운데에는 같은 주제를 다루는 보다도 어쩐지 이 떠올랐는데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뇌리에 깊이 각인된 그녀의 아우라보다 한참 나이가 들어버린 그녀를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기 때문인 것인지, 어쩐지 근래에 보아온 그녀의 작품 중 그녀가 가장 그녀다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이 떠올랐던 것 같다. 클로이 모레츠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대 배경 자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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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한심한 사람들의 해피엔드일상/film 2019. 5. 3. 20:35
영화를 본 뒤 맨 처음 드는 생각은 차갑다는 것이다.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프랑스의 따스한 풍광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무심하리만치 차가울 수 있는 것일까. 영화에는 대가족의 다양한 군상(群像)―로랑 일가(一家)―이 묘사되어 있지만, 어느 인간 하나 인간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라는 영화의 제목은 철저하게 조롱이다. 첫째 전혀 ‘해피’하지가 않다. 둘째 영화에 ‘엔드’가 빠져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부조리한 삶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임을 암시한다. 나중에 뒤돌아 생각해보면 오싹하다. 공사현장이 붕괴되는 장면에서는 라디오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완벽히 제3자의 입장에서 사고현장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앵글.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엄마의 일상을 휴대폰으로 담는다. 화장실에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