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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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분노(une société en colère)일상/film 2021. 4. 22. 16:35
“Mes amis, retenez bien ceci,il n’y a ni mauvaises herbes, ni mauvais hommes,il n’y a que de mauvais cultivateurs.” —Victor Hugo "개가 짖기 위해서는 물고 있는 걸 내려놔야겠지요." —극중 살라 프랑스 영화를 보고 싶은지가 오래되었다. 비루한 사람들, Les misérables. 은 워낙 많이 인용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2012년 군 복무중에 봤던 뮤지컬 영화 이 생각나기도 해서, 2019년도 버전으로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이번 영화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나한테만 좋은 일이지만(;;) 영화관에 나 혼자뿐이어서 맘 편히 영화를 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서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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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미카엘 하네케일상/film 2021. 1. 17. 10:25
이전까지 보았던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으로는 과 , 이 있다. 보통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은 본지가 워낙 오래되어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그보다 8년 더 된 는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게 이자벨 위페르와 브누아 마지멜 주연의 다. 사랑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광기라 해야 할지, 사랑의 광적인 측면을 적나라하게 들추는 이 영화를 보며 크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한편 최근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는 어느 부르주아 가족의 위선을 그린 작품으로, 각각의 에피소드가 따로 움직이는 듯 묘하게 맞물려 있어 구성이 독특한 영화다. 이번에 본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 두 편은 와 다. 는 종종 재개봉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는데, 영화관에 발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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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젊음의 가벼움일상/film 2020. 9. 6. 20:56
다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는 영화다. 머리를 식힐 겸 종종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를 찾아서 본다. (+프랑스어도 공부할 겸)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는 으로 처음 접했는데, 이 영화에는 마찬가지로 에서 처음 얼굴을 익혔던 마린 백트라는 여배우가 등장한다. (여담이지만 ‘마린 백트’는 예전에 좋아했던 향수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하간 끝으로 iDMB에 매겨진 평점을 참고하고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프랑수아 오종 특유의 관능미와 은근한 긴장감이 각각의 장면에 잘 스며들어 있다. 이자벨이라는 17세 소녀(마린 백트)는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을 통해 낯선 남자들과 만남을 만들어 나간다. 이 가상세계에서 이자벨은 레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위험한 관계 안에서 화대(花代)를 치르는 이나 이를 받는 이나 윤리의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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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燃燒)의 미학 : 결자해지 또는 사필귀정일상/film 2020. 8. 18. 22:55
1. 결자해지(結者解之)이거나 얼마 전 에릭 로메르의 작품을 한 편 더 보았다. 셔츠가 앞뒤로 슬슬 젖을 정도로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에릭 로메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죄다 수다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에서 약간 눈여겨볼 점이 있는데, 바로 영화 속 다채로운 색에 대한 부분이다. 해변을 비롯해 자연풍광을 즐겨담은 에릭 로메르가 에서는 파리 근교도시를 배경으로 택했다. 이곳에서 에릭 로메르는 색(色)에 대한 미적 감각을 여과없이 발휘한다. 영화의 배경은 세르지 퐁투아즈(Gergy-Pontoise). 파리의 북동쪽에 위치한 신도시로 일찍이 60년부터 기획되기 시작한 곳이다. 우리나라에 비유하면 1세대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정도가 될 텐데, 이곳 세르지 퐁투아즈는 파리만큼의 북적임은 없지만 공화정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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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광선(Le rayon vert)일상/film 2020. 8. 6. 03:05
Vous parlez de montrer des choses ...당신은 사물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말하죠.. Je ne sais pas, je n'ai rien. Les choses ne sont pas évidentes pour moi. Je ne suis pas normal, comme toi.저는 모르겠어요, 가진 것도 없구요. 모든 것이 제게는 명료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만큼 평범하지 않아요. Quand je fais un effort, j'essaye d'écouter, de parler aux gens. J'écoute, je regarde ce qui se passe.노력을 하죠,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고 얘기도 하구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듣고 보기도 해요. Si les gens ne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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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수선(修繕)해 드립니다일상/film 2020. 6. 28. 00:11
기억이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리뷰를 남겨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맨 처음 떠올랐던 것은 라는 프랑스 영화다. 프랑스 사람들은 시간(le temps)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단지 과거-현재-미래를 이동한다는 의미를 떠나 시간의 흐름을 재해석하는 데에 천부적인 기질이 있는 것 같다―두 영화의 공통점 모두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점들을 엮는다는 점일 것이다. 이와 반대로 두 영화가 차이나는 지점 또한 바로 그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서 생겨나는데, 는 실제로 불연속적인 시간의 변환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반면, 는 아주 철저하게 현재에 천착하고 있다. 에 그려지는 빅토르의 화양연화(花樣年華; la belle époque)는 어디까지나 '연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연출된 가상의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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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의 선율에 맞춰일상/film 2020. 6. 4. 22:35
어제는 34개 트랙에 달하는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의 OST 앨범을 방에 무작정 틀어놓았다. 그리고 볼륨도 줄이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뮤지컬 영화 에 흘러나오는 OST 곡들이다. 주인공들이 무도회장에서 불렀던 노래, 역 대합실에서 불렀던 노래, 보석상에서 불렀던 노래, 부둣가에서 불렀던 노래, 성당 앞에서 울려퍼진 노래, 주유소에서 재회한 옛 연인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가며, 소리를 통해 영화 속 장면들을 되겼다. 한동안 누벨바그의 흑백 영화만 보다가 총천연색의 뮤지컬 영화를 보니 산뜻한 기분이 든다. 코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의 작품 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 꺄트린 드뇌브(Catherine Deneuve)의 노련한 연기를 떠올리면서, 젊은 시절의 풋풋한 그녀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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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일상/film 2020. 5. 22. 00:05
"Oui, je le savais : quand on parlait, je parlais de moi, et toi de toi. Alors que tu aurais dû parler de moi, et moi de toi." 이전에 본 누벨바그―, , ―는 취향에 맞건 맞지 않건 메시지를 건져낼 수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누벨바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장 뤽 고다르의 는 무얼 건져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땐 보통 영화제목에서 힌트를 찾는다. 우리나라에 로 소개된 이 영화의 원제가 로 '숨가쁘게'라는 의미다. 이 한 마디만 딱 들었을 때는 비틀거리며 절박하게 파리의 거리를 가로지르는 미셸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른다. Michel: C'est vraiment dégueulasse. Patricia: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