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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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대전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3. 1. 15. 11:38
정오를 넘겨 부산을 출발했다. 서울로 가는 먼 여정에서 나는 두 번 휴식을 취했다. 한 번은 의성 휴게소에서 정차했고 다른 한 번은 대전을 경유하며 잠시 유성구의 한 동네에 들렀다. 고성에서 부산에 이르는 거리를 4박 5일만에 주파하다보니 피로감도 몰려왔던 데다, 이날 저녁에 예정되어 있던 일정에 맞춰 서울에 도착하려면 길을 서두를 필요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를 달리고 오후 퇴근 시간대가 가까워질수록 예상도착시간은 점점 더 뒤로 밀렸다. 결국은 저녁 일정은 어느 정도 체념한 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대전에서 3년간 머물면서 시간을 보낸 곳은 여러 군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구단지 네거리가 있는 작은 동네에 대한 기억이 가장 크다. 두세 시간 남짓 대전을 찾으면서 이번에 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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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影島)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3. 1. 9. 03:19
짧은 호흡으로 종착지인 부산에 도착하고 이제는 서울로 돌아갈 일만이 남았다. 부산발 서울행이야말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장거리 이동이 될 터. 몇 년만에 찾아온 부산을 그냥 스치듯 지나치기 싫었던 나는, 마지막날 일정으로 부산에서 가보지 못한 딱 한 곳을 골라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맨 처음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 사하구의 을숙도였다. 그러다가 황룡산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볼까, 하고 잠깐 갈등했다. 그러다가 부산까지 왔는데 카페도 한 곳 안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간다고?, 하는 물음표가 끝으로 머리에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기장군에 이번에 새로 문을 연 JM 카페를 들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던 차였다. 정말 오랜만에 부산을 다시 오면서 카페 검색을 해보았을 때, 부산에 올 때마다 꼭 들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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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부산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3. 1. 8. 11:27
평일 낮 공영주차장에는 거의 차량이 보이지 않았고, 십리대숲에 들어선 뒤로도 한적하게 거닐 수 있었다. 살을 에일 듯 매서웠던 고성의 추위를 떠올려보면 울산의 날씨는 더없이 푹했다. 하지만 대숲 안으로 들어서니 다시 기온이 내려가서 손끝이 시려온다고 느낄 정도였다. 십리대숲이라는 말 그대로 이곳은 태화강변을 따라 4km에 걸쳐 펼쳐진 거대한 대숲이다. 원래는 이곳의 일부만을 산책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더 걸어야지 생각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십리대숲의 출발지점에서 정반대에 위치한 십리대밭교에 도착해 있었다. 대숲 안의 한기를 떨쳐내고 싶었던 나는 되돌아오는 길에는 태화강변으로 나와 늦은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걸었다. 이곳 십리대숲에 대한 언급은 18세기 중반의 어느 문헌에서 처음 등장한다고 한다.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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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울진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3. 1. 2. 20:27
시간에 쫓겼던 2일차 일정을 생각해볼 때, 주어진 일정 안에서 여행을 소화하려면 경유지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가용할 수 있는 일정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나중에 되돌아보건대 2~3일 정도 말미가 더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여행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이번 여행에서 속초, 삼척, 영덕 같은 지역들은 경유하는 데 그쳤고, 포항과 경주, 부산에서는 더 둘러보고 싶었던 곳들도 충분히 둘러보지 못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모든 여행에는 아쉬움이 뒤따르게 마련이고, 3일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일찍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동해항을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만경대(萬景臺)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동해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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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양양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2. 12. 31. 13:36
무계획으로 온 여행에서 두 번째 날, 내가 정해놓은 막연한 목표는 울진이나 동해에서 일정을 마무리해보자는 것이었다. 전날 서울에서 고성까지 움직인 거리를 감안하면, 고성에서 울진 또는 동해까지 움직이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간에 어떤 일정을 끼워넣느냐에 따라서 종착지가 달라질 것 같았다. 결국 이날 일정은 동해시에서 끝이 났는데, 그것도 가까스로 도착했다. 고성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두 번째 날은 마침 주말이었고 연말이 겹치면서 유명 관광지마다 생각보다 인파가 넘쳐났다. 사람이 많거나 정체가 심한 곳들을 피해 움직이다보니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여하간 두 번째 날 나의 첫 번째 소소한 목표는 아침 일출을 보는 것이었다. 바닷가에 접한 숙소 테라스에서 동해의 해가 또렷하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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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에서 고성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2. 12. 30. 22:22
유난히 눈이 잦은 올 겨울, 새로운 일을 앞두고 주어진 2주간의 여유 시간을 활용해 잠시 여행을 다녀올 만한 곳을 고민하다가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여행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무계획으로 출발한 여행. 처음에는 부산에서 고성으로 올라갈까, 고성에서 부산으로 내려갈까 고민하다가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걸 택했다. 그러자면 서울을 출발해 강원도의 굽이굽이 산길을 가로질러야 한다. 좁은 국도에는 아직 빙판길이 남아 있을까 걱정했지만, 도로 상태는 양호했을 뿐만 아니라 염화칼슘을 너무 뿌린 나머지 아스팔트 도로가 뿌연 잿빛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번 여행은 모처럼 차를 타고 떠났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 가운데 강원도는 개인적으로 가장 친숙한 곳 중 하나인데, 특히 강원도의 최전방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