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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I여행/2021 한여름 세 도시 2021. 7. 13. 09:35
부여로 가는 데는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집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정돈하고 3시경에 출발했으니까 7시가 되어 부여에 떨어진 셈이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에는 소요시간이 2시간 정도로 예상이 되었지만, 판교를 빠져나오는 길과 세종시 근방에서 정체가 있었다. 아마 금요일 오후라 나들이 나온 차량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부여에 오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부여에 왔을 때는 대전에서 출발했었기 때문에 오는 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게 벌써 7~8년 전의 일이 아닌가 싶다. 부여는 기억 속에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곳인데,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근래에 몇 차례 이 지역이 방송에 소개되는 것을 보았다. 처음 여행을 했을 때는 백제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백마강 동쪽 지역을 돌아다녔었는데, 백마강 서쪽 부여로 최근 도시재생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정이 비는 날을 이용해서 첫 여행에서 둘러보지 못했던 곳들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숙박을 잡은 곳은 부여군 안에서 규암면으로 최근 특색있는 공예품 가게와 식당이 들어서고 있는 지역이다. 논산천안고속도로를 타고 부여의 동쪽에서 진입했기 때문에 자연히 부여의 서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백마강을 건너게 된다. 성왕로를 따라서 널따란 소방서로터리로 들어선다. 이전 여행에서 눈에 익혀둔 풍경이다. 사선으로 성왕로를 계속 따라가다보면 백마강 위를 가로지르는 백제교가 나타난다. 다리를 지나면 그곳이 규암면이다.
도착시각이 생각보다 늦어진 데다가 짐을 풀고보니 어느덧 시계가 일곱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게다가 숙소의 고즈넉한 마룻바닥이며 참나리꽃이 가득한 정원을 둘러보며 꾸물대는 데 시간을 좀 더 들였다. 그러고 나서 동네의 식당을 찾아다녀 보니 문을 연 곳이 없거나 여덟 시면 문을 닫는 곳들뿐이었다. 결국은 치킨을 하나 포장해 왔다.
다시 숙소를 들어오면서 보니 숙소 바로 뒤가 작은 대숲이다. 그래서 그런지 산모기도 많지만 그 작은 수풀 안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도 많은 것 같다. 울음소리로 보아 까치나 까마귀 같은 큰 새가 아니라 몸집이 작은 새들인데, 해가 떨어지자 집으로 돌아와 서로 안부인사라도 나누는지 지저귀는 소리가 아주 요란하다. 이제 노을도 수평선 너머로 가셨는데 계속해서 떠들 셈이려나 생각을 하다가, 오늘밤은 아직 얼굴을 모르는 이 작은 생명체들 옆에서 잠을 청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