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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의 일기: 수영(la natation)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4. 16:29
# 오전 오후를 학교 도서관에서 보내고 오후 다섯 시쯤 14구에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Piscine Thérèse et Jeanne Brulé’라는 수영장으로 포흐트 도흘레엉(Porte d’Orléans)과 바로 맞닿은 곳이다. 이전부터 수영장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깨 결림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져서 오늘은 기필코(!!) 수영장을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랑스에 오면 운동할 경우를 대비해서 한국에서 수영복과 수영모, 수경 일체는 챙겨온 상태였다.
진작부터 수영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선뜻 수영장을 찾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수영장에 갔다가 예상치 못한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5구를 중심으로 수영장을 가장 먼저 알아봤었지만, 재정비로 개장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파업으로 인해 휴장이 예고된 곳들이 많았다. 온라인상에 영엽시간이라고 소개되어 있더라도 문이 닫혀 있다 한들 이상하지 않은 이곳이다보니, 수영장 입장에도 돌발변수가 튀어나올 게 분명할 것이고.. 다행히 오랫동안 질질 끌어온 게 어리석었다 싶을 만큼 데스크를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너무나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수영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일일 입장권이 3.5유로로 한국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것 같다.
지상에 있는 수영장은 흐린 날씨임에도 채광이 좋았다. 레인은 다해서 여덟 개였는데 강좌가 열리는 레인 없이 모든 레인이 자유수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탈의 공간으로 총 네 곳 있었고 남녀 구분 없이 활용되고 있었다. 락커가 있고 탈의할 수 있는 칸막이 공간이 따로 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는데 내 옆에 중년 여성이 왔다갔다 해서 깜짝 놀랐다.
입장권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락커를 이용하려면 1유로짜리 동전을 넣어야 한다. 락커를 잠그고 수영장으로 들어가려는 아저씨에게 락커 쓰는 방법을 물은 뒤에야 뒤늦게 잔돈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데스크 아주머니에게 잔돈을 좀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러 다시 탈의실 밖으로 나왔다. 아주머니는 친절하게도 동전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 토큰 같은 걸 주셨다. 일단 오늘은 이걸 쓰란다.
수영장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건 활기차게 대화하는 젋은 네댓 명의 안전요원이었다. 점심에 잠시 문을 닫는 수영장은 오후 다섯 시에 다시 개장하는데, 이미 다섯 시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영장 앞에 줄을 서 있었다. 때문에 수영장에는 제법 사람이 된다. 딱히 초급자, 상급자 레인을 구별해 놓지는 않는데, 4~5 레인이 그나마 사람이 적은 걸 보면 비교적 상급자들이 이용하는 레인이 아닌가 싶다. 나는 6레인에서 수영을 했다.
오늘의 깊이(fondateur)가 200cm라고 소개되어 있는 걸 보면 때에 따라 수심이 바뀌는 것 같았다. 수영을 하면서 바닥을 보니 타일 바닥이 아니라 매끄럽고 반질반질한 철판(鐵板)으로 되어 있다. 아마도 이 거대한 철판을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작동시켜서 0~200cm로 수심을 조정할 수 있는 모양이다. 살면서 이런 구조물은 처음 본다. 2미터 깊이에서 수영을 한 적이 거의 없다보니 처음에는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아 당황했다.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퍽 체력이 소모되었다. 선수용 경기장처럼 레인 양끝에 알루미늄으로 된 터치패드가 높다랗게 올라가 있어서 레인 끝에 도착해도 몸을 걸치고 숨돌릴 방법이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수심에서 수영을 하다보니 몸에 힘도 많이 들어갔다. 그래도 접영을 뺀 나머지 영법들을 한 번씩은 연습해보았다. 2미터 깊이를 실감하기 위해 잠영도 해보고… 나만 힘든 건 아닌 모양인지 수영장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영법이 평영이었다. 일단 오늘은 열다섯 바퀴를 도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수영장을 나섰다.
# 수영장을 나와 포흐트 도흘레엉에서 38번 버스를 타고 소르본 대학 앞에서 내린 다음, 지베흐 조제프에서 프랑스어 결합 방법(conjugaison)을 소개하고 있는 베슈렐(Bescherelle) 책을 하나 샀다. 목요일 수업을 담당하는 HB가 추천해 준 책인데, 금요일 MD 수업에서 본격적으로 접속법(subjonctif)을 다루기 시작해서 책을 하나 구비해두면 좋을 것 같았다. 어제 만들고 남은 두부김치를 먹고 저녁에는 생 주느비에브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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