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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의 일기: 일단락(一段落)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31. 21:09
# 오늘도 도서관에 머무르는 일과였고, 중간에는 잠시 인터넷 연결 문제로 사무실을 방문했다. 원래는 어제 들렀다가 약속을 잡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오늘 오후 시간을 잡았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일부러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도 담당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뒤늦게 도착한 담당자는 또 다른 동료가 없다면 도와줄 수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인터넷 연결이 시급했던 건 아닌데 대응하는 걸 보아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분업이 워낙 철저하다 해야 할지, 어제 약속 잡는 걸 도와줬던 스태프는 옆에서 세월 좋게 나긋나긋 현 상황을 설명하고만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 약속 상황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다른 젊은 직원의 도움 덕분에 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 오늘 마지막 과제 제출을 끝으로 학기 일정은 일단락되었다. 홀가분한 줄도 잘 모르겠다. 어느덧 6월의 길목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무의식을 짓누른다. 도서관을 나와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는 에흐네스 정원 여기저기에 학생들이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처음에는 이곳에 도착해서 에흐네스 정원에 들어서는 게 참 낯설었다. 학교 안에 있으면서도 왠지 사유지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내밀한 공간이었고, 본능적으로 그러한 공기를 감지했던 것 같다. 나르시시즘에 도취된 얼굴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학생들 사이에서 내 의식이 강하게 짓눌리는 느낌도 들었다. 지금은 이곳 학생들처럼 매일 지나다니는 길목이자 햇빛을 쬐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혼자라는 느낌까지는 지울 수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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