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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Mon oncle)일상/film 2023. 3. 12. 12:16
La vie, c'est très drôle, si on prend le temps de regarder.
감독인 자크 타티 본인이 주인공인 윌로 아저씨로 등장하는 영화다. 허술하고 무능하고 생산적 활동과는 거리가 먼 윌로지만, 우리 주변에 이런 아저씨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팍팍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셈법에 서툴고 말주변이 없고 어리숙한 윌로. 그런 그는 매제에게는 골칫거리일지 모르지만, 조카 제라르에게는 믿음직한 삼촌이고 이웃 소녀에게는 다정다감한 친구다. 너무 무구(無垢)한 윌로는 요즘 세간의 시선에서 보자면 한심한 사람, 사회에 기여하는 게 없는 사람, 아니면 경계해야 할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처럼 아기자기한 프랑스 영화는 많지만, 이 영화는 손에 꼽을 만큼 특히나 영화 속 무대가 예쁜 영화다. 1958년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 속 풍경은 더욱 정취가 있다. 1950년대 흑백으로 개봉했던 영화가 컬러 복원되면서 입혀진 색깔의 생생함도 있겠고, 시간이 오래된 것을 워낙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특성상 1950년대의 거리나 2020년대의 거리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걸 발견하는 데에서 오는 뜻밖의 반가움도 있을 것이다.
때로 괴짜로 취급받는 윌로는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프랑스로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 년간의 프랑스 생활도 버겁게 했건만,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걸 보면 인간의 두뇌가 과거를 미화하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게트 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 프랑스인 특유의 샐쭉한 표정, 그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 유머 코드까지 반가움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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