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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썬(Aftersun)일상/film 2023. 3. 3. 11:36
Oh life is bigger
It's bigger than you
And you are not me
The lengths that I will go to
The distance in your eyes
Oh no I've said too much
I set it up오랜만에 픽한 영화는 <애프터썬>이다. '애프터썬'이라는 말이 함축하듯이, 태양처럼 절대적이었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시간이 흘러 회상하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화면들만큼이나 앞선 시간과 후행하는 시간이 셀로판지처럼 겹겹이 쌓여 이 영화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과거의 소피가 바라본 아빠 캘럼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녀렸고 미숙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피 자신에게만큼은 태양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자 부단히 애썼던 존재였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지만 동시에 가냘픈 인간이었던 이 남자는 외로웠고 슬펐던 것 같다. 돈도 없어 여행을 와서 간이 침대에 몸을 뉘어도 불평할 수 없는 그는, 대뜸 850 파운드 짜리 튀르키예산 수제 양탄자를 구매한다. 날실과 씨실이 기하학적으로 엮인 버건디 색깔의 편평한 사물 위에 캘럼은 눕는다. 한 평짜리 네모난 우주 안에서 너무나 사랑하는 딸과의 행복한 앞날을 꾸는 듯한다. 그랬던 시간은 햇빛이 수평선 뒤로 가라앉은 후(aftersun)의 적막함처럼 사위어가고, 화면 속 남자는 고요함 속에 몸둘 곳을 모르는 듯하다.
Turned away from it all like a blind man
Sat on the fence but it don't work
Keep comin' up with love but it's so slashed and torn
Why, why, why?
Love
Insanity laughs under pressure we're breaking'일상 >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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