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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차전놀이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22. 08:52
하회마을에서 다시 안동으로 돌아온 후에는 옥야국밥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야 국밥을 좋아하지만 일본사람인 히데가 국밥을 좋아할지 알 수 없었는데 본인이 괜찮다고 하기에 국밥집에 들어갔다. 히데는 식사를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남은 반찬을 다 먹어도 되는지 물어가면서 먹을 만큼 게걸스럽게 식사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안동중앙시장을 구경했다. 다만 문제는 그런 기억들을 담았던 필름이 카메라 장착에 문제가 생겨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일 뿐, 휴대폰 사진으로나마 추억이 남아 다행이라는 것일 뿐.
사실 나는 안동 시내에서 열리는 행사를 보러 갈 생각은 없었고, 당초에는 날씨가 괜찮다면 군위의 한 수목원을 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궂은 하늘은 구김살을 펼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종국에는 히데와 하루 종일 동행하게 되면서 차전장군 노국공주라는 안동의 지역 행사까지 관람하게 되었다. 마침 우리가 찾은 날은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차전놀이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행사는 구시가지인 옛 안동역사 앞에서 진행되었는데, 안동역을 정면으로 왼편에 선 나는 자연히 빨간 옷을 입은 동부 팀을 응원하게 되었다.
여행이란 건 아무래도 TV나 휴대폰 속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달라서 나는 이걸 현장감이라고밖에는 표현하지 못하겠다. 차전놀이도 교과서의 어느 한 구석에서 분명 본 적이 있는 민속놀이였는데, 막상 직접 앞에서 구경하니 나무와 지푸라기로 튼튼히 만들어진 차전이 올라섰다 내려앉는 모습에서 훨씬 기세가 느껴졌다. 부슬비가 내렸다 가셨다 하는 날씨에서도 기세싸움을 펼치는 두 군단의 모습은 축제 하이라이트다운 재미가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경기는 파란 옷을 입은 서부 팀의 승리로 끝났다.
히데는 이제 1박 2일이라는 극히 짧은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내친 김에 히데를 서울에 내려주기로 했다. 나와 히데는 공영주차장 앞 카페에서 마실 것을 사들고 차에 올라탔다. 히데는 과연 나와의 우연한 만남이 없었다면 안동을 이렇게 알차게 여행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안도감과 자부심 섞인 궁금증이 든다. 히데와 나눈 이야기는 글로 하나하나 풀어쓰기에는 너무나 방대하고 이야기의 가닥이 없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히데는 행여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놓칠까봐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우리는 약간의 정체와 빗길운전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원래는 서울역에 내려주던 걸 교통정체로 인해 고속터미널에 내려주면서 마지막으로 우리가 나눈 건 짧은 인삿말이다. 나는 그 말을 우리말로 하고 싶었고, "잘 들어가요!"라는 나의 인삿말에 히데는 일본어로 두어 번 감사인사를 했다. 그것으로 끝이다. 둘이서 남긴 흔한 사진도 없다.
히데는 언젠가 나가노에 꼭 놀러오라고, 일본에 올 때 꼭 연락을 하라고 했지만 가까운 미래에 일본에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다행히 서로 메일주소를 교환했기에 일본에 도착한 직후 히데가 보낸 메일에서 그가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고 무사히 일본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뜻하지 않게 전개된 안동 여행은 마무리되었고, 빗길운전으로 인해 피로에 찌든 나는 그날 저녁 히데가 보낸 예의 메일은 열어보지도 못한 채 곯아떨어졌다.'여행 > 2023 봄비 안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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