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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 오페라 댄스 컴퍼니주제 있는 글/Théâtre。 2023. 5. 28. 07:37
연초부터 눈여겨 봐두었던 작품인데 예매를 끝까지 망설이다가 현장 발권으로 보게 된 공연이다. 오랜만에 보는 공연이라 나는 아트센터로 가기 위해 선릉으로 갈 뻔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마곡으로 센터가 통째로 이관되어 있었다. 안도 타다오(安藤 忠雄)가 건축했다는 마곡의 건물은 그 내부도 다채로운 예술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부에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되었다.
공연은 크게 2부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가 프랑스의 안무가 다미안 잘레(Damien Jalet)의 <연(Kites)>이 35분 정도 공연되고, 30분 여의 인터미션 이후 두 번째로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샤론 에얄(Charon Eyal)의 <사바(SAABA)>의 공연이 45분 가량 상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공연이었던 <연>이 더 인상적이었는데, 카오스적인 비행 패턴을 형상화한 그대로 댄서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역동적이고 동선 또한 복잡했기 때문이다. 나선형으로 경사진 두 개의 무대장치를 오르내리며 재빠르게 내달렸다가 부유하듯 쓰러져 내리는 움직임들 하나하나가 일체의 물리적 충돌 없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장면을 넋놓고 바라봤던 것 같다. 곧 충돌이 임박한 것 같으면서도 각각의 댄서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날렵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색다른 군무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공연인 <SAABA>는 안무가 샤론 에얄이 텔아비브를 무대로 활동을 해온 가이 베하르(Gai Behar)와 협업한 이력이 있다는 말 그대로 클래식 음악과 클럽의 비트가 섞인 오묘한 음악과 함께 시작된다. 살갗과 구분할 수 없는 댄서들의 얇은 수트는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섬세하고 적나라하게 들춰 보인다. 육체의 움직임을 관능적으로 표현하겠다는 샤론 에얄의 시도도 좋았지만, 전반적으로 무대를 이끌 었던 미겔 두아르테(Miguel Duarte)의 춤이 이 무대에서 큰 구심점 역할을 한 것 같다.
상연된 두 작품 모두 댄서들에게 높은 수준의 육체적 단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실험적으로 육체를 활용하는 현대무용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고, 중력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이 활공하는 댄서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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