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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유달산(儒達山)여행/2023 늦여름 목포 2023. 8. 28. 11:05
해가 땅에 가까워지며 건물의 각진 음영들이 점점 짙게 두드러질 무렵, 나는 유달초등학교 옆길을 통해 유달산을 올랐다. 이전에 목포에 왔을 때는 케이블카로 유달산에 올랐기 때문에 등산을 하면 어떨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무더운 날씨까지 더해져서 등줄기가 땀범벅이 되었다. 나는 서해랑길을 따라서 얼기설기 들어선 골목길을 타고 오르다가 도중에 등산로로 길을 틀었다. 그리고 유달산 스테이션과 마당바위를 차례차례 지나 마침내 일등바위에 올랐다. 분명 일전에 케이블카를 타고 한번 왔던 장소인데도, 기시감 대신 전혀 새로운 풍경을 보는 느낌이 들어 잠시 정신을 가다듬게 된다.
나는 바로 이곳 유달산 정상에서 해가 질 무렵까지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며 석양을 구경했다. 남쪽을 바라보면 영암 일대의 조선소가 보이고, 서쪽을 바라보면 이등바위 너머로 넘실거리며 끝없이 펼쳐지는 신안의 섬들이 바라다보인다. 여러 번 보아도 처음 보는 풍경처럼 새롭게 느껴진다. 신안의 섬들은 물에 잠긴 거대한 산맥처럼 해안의 끝이 보이는 지점까지 여념 없이 늘어서 있다. 다도해(多島海)라는 지명에 걸맞게 오밀조밀한 해안선이 숨었다 나타나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식으로 쉼없이 태세를 바꾼다.
목포대교 너머로 지글대던 태양은 한 번 두꺼운 구름 단층을 통과한 뒤, 한층 농밀해진 오렌지 빛깔을 띄며 율도와 달리도 사이로 입수한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보다 해수면에 반사된 햇빛이 더 강렬한 나머지, 해가 위에서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래에서 위로 다시금 솟구쳐 오르는 것 같다. 수면 밑으로 떨어지던 태양은 장좌도에서 길다란 그림자를 드리운 뒤 이내 바다를 대신해 섬들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그러고도 한동안은 로즈와인 빛깔의 잔영이 서해 하늘을 물들이다가 차차로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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