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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3일의 기록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3. 12. 23. 11:33
겨울이 되면서부터는 거의 블로그에 글을 남기지 못한 것 같다. 연말이 되면서 업무가 늘어난 것도 있고, 인사이동으로 인해 있던 사람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오면서 달라진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야말로 전격적인 인사이동이었고, 이 와중에 다행이라 해야 할지 내 옆에 앉게 된 선배는 까칠하지만 챙겨주는 츤데레 스타일이다. 저녁에는 공부하러 학교에 다녔는데, 한번은 일까지 늦게 끝나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학교에 간 적이 있다. 교수님은 공부를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나무라셨다.
일을 하면서 사람과의 트러블로 인해 단단히 화가 난 적도 있지만, 그때는 돌이킬 수 없었던 일도 불과 일주일이 되니 무뎌진다. 다시 생각을 해봐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손쓸 수 있는 것도 없다. 지난 주에는 집들이도 했다. 내 공간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일은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 역시 지금은 하나의 작은 이벤트로 남아 있다. 나는 가장 쉬운 요리인 스테이크를 준비했고, 내 집을 찾아온 동기들은 크리스마스 레드와인을 사왔다. 정작 나는 와인을 잘 마시지 못한다.
칼퇴라는 걸 생각할 수 없는 요즈음, 어제도 느즈막이 퇴근하는데 아주 오랜만에 우울감과 공허함이 찾아왔다. 해가 짧아지고 날이 추워지면서 신체가 반응하는 것도 있지만, 근래에 한동안 오랜 긴장 상태에 있다가 탁 풀린 모양이다. 올 한 해 나는 덜 복잡해졌고, 덜 진지해졌고, 덜 신중해졌다. 그렇다고 가벼운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들을 덜어내려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다시금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건 단순히 또 한 번 한 해가 넘어가기 때문일까?
하고픈 말은 참 많지만.. 늘 그렇듯, 서랍 안에 넣어둔 나의 소중한 기억과 생각, 경험들은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채로, 하나의 꾸러미로 꾹 여며지지 않은 채로 서랍 밖에 어지럽게 삐져나와 있는 것 같다. 그런 소중한 것들은 여전히 나의 말과 글을 기다리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서랍을 앞에 두고 무얼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주제 없는 글 > Miscellaneo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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