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사다난했던 29일의 금요일 아침은 우중충한 날씨와 함께 시작됐다. 주초까지만 해도 이번 금요일 날씨는 맑음이었건만 월화수목 날을 거듭할수록 금요일의 일기예보가 나빠졌다. 심각한 황사와 미세먼지, 비 예보까지 겹친 것. 날씨에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만큼 아침부터 기분이 나빠진 건, 올해 들어 약 2개월 넘게 준비해 온 한 프로그램 기획 때문이었다. 첫 촬영일에 지금껏 본 적 없는 터무니 없는 날씨라니.
# 저녁에는 생애 세 번째로 야구장을 찾았다.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진 않지만, 들뜬 기분으로 일정을 고르는 친구들을 보며 빠지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우리가 예매한 자리는 경기장 중앙의 외곽, 두 팀의 경기와 응원전이 훤히 보이는 자리였다. 예보대로 오후가 되며 비도 그치고 날씨도 맑아졌지만, 바람이 거세어 바깥에 있기에는 퍽 추웠다. 그런 날씨가 무색하게 양 팀의 응원은 열정적이었고, 내 왼편에 앉은 한 젊은 남자는 남다르게 목청을 높였다. 나는 다른 누군가에 이입해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워서, 종교적 열망에 가까운 양 팀의 응원전이 신기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