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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의 느낌—영화와 바다일상/book 2024. 9. 2. 18:19
……영화는 글이나 그림과 다르게 물리적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예술이다. 외부 세계, 기술, 미적 의도 사이 만남의 산물인 렌즈 기반 이미지는 외부 세계에 불가분하게 속해 있다. 그라베의 말을 바꿔 말하자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
―p. 2
바쟁에 의하면, 사진의 진정한 힘은 현실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관객이 “사물의 실재성이 그 재현물로 전이”되면서 이미지가 생산되었음을 인식하는 데 있다.
―p. 29
기술은 아마도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덜어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은 아마도 삶의 방식을 불도저로 밀어버릴 것이다.
―p. 36
연안 노동을 묘사하는 영화들의 계급 투쟁과 현대성에 대한 관점, 바다의 신화적인 성격을 바라보는 태도는 모두 제각각이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타자성의 매력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바다에서의 삶을 담은 이미지들은 대부분 이미지 속에 재현된 지역 사회 주민들이 아니라, 프레임에서 제외되는 바로 그 동시대성 속에 표류 중인 대도시의 관객들을 위해 제공된다.
―p. 50
“국가가 우리의 죽음이 비통해 할 가치가 없다고 공표하고 우리에게 살 수 없는 삶을 살도록 강제할 때, 우리는 어ᄄᅠᇂ게 그 당사자로서 혹은 그 사람들과 함께 그 여파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p. 81
이미지는 증언할 수 있지만 하찮아 보이게 할 수도 있고, 감정을 경감시킬 수도 있다. 이미지로 고통을 재현하는 것은 가시밭길을 걷는 것이다.
―p. 89
바다의 소금물 아래서 보면 할리우드적 구원의 가능성은 씻겨나가고, 문명과 야만은 너무나 닮았다.
―p. 95
현재 세계 무역의 90퍼센트 이상은 해상 운송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전 지구적 유통을 생각할 때 우리는 금융 자본, 정보 또는 이미지의 탈물질화된 이동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 근거 없는 신화에 의하면 노동은 이제 ‘비물질적인’ 것으로 변했다. 그러나 물질 노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은 바다를 통해 부유한 나라의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p. 99
선적 컨테이너는 그 안에 들어있는 상품의 다양성을 은폐하는 물질적 실체이자, 동시에 규제가 철폐된 신자유주의의 만행과 인간 생명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환유적 개체다.
―p.104